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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운전 배우면 싸운다?
2013-09-14 10:33:16최종 업데이트 : 2013-09-14 10:33:1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어제 금요일 농수산물 도매 시장에는 추석을 앞두고 제수를 준비하는 시민들과 태산 같이 쌓아 올린 과일상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손수레와 들고나는 차량으로 복잡한 시장 통로가 더 좁아졌다. 
정다운 고향으로, 존경하는 분들께 택배로 보내질 황금보자기로 포장한 상자들이 추석의 여유로움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시장 풍경을 만들었다. 

상인이 옮겨주는 과일 상자를 뒤 따르는 젊은 두 사람은 벌써 고향으로 가는 길인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있었다. 
고향으로 벌써 간다면 보기 흔하지 않는 풍경이다. 과일 상자를 트렁크에 싣고 남자가 여자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준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운전면허를 따는 세상이고 보면 그리 특별할 일도 없고 오히려 여자가 운전하는 것을 특별하게 보는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세상이다. 

차량들이 빼꼭하게 주차 된 곳에서 나오기 위해 여자는 운전대에 앉았고 남자는 후미에 지나가는 차량들을 통제했다. 남자의 수신호에 맞추어 자동차는 움직이고 좁은 공간이라 단번에 빠져 나올 수 없어 다시 후진하였고 쉴 사이 없이 오고 가는 자동차를 피하여 여자는 빠져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는 동안 남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여자를 비하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반쯤 진출로를 나와 있던 여자는 운전대를 잡고 잠시 미동도 하지 않는가 싶더니 손가방을 들고 나와 문을 꽝 소리 나게 닫고 나와 버렸다. 
남자는 큰 소리로 여자를 불렀지만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고 진입과 후진이 막힌 차들은 경적을 울렸다. 결국 남자는 서둘러 자동차를 빼 사라졌다. 

남편에게 운전 배우면 싸운다? _1
남편에게 운전 배우면 싸운다? _1

운전을 자주하지 않는 나로서는 20년 동안 항상 초보 운전 수준이다. 바쁘게 자동차를 쓸 일이 없다보니 내 차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내가 운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명절이나 휴가기간 장거리 운전할 때나 가끔 교대하여 운전하는 정도가 다이기 때문에 주차는 항상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평소에 내가 운전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운전면허는 또래들 보다 빠른 90년 면허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맘대로 될 것 같은 꿈 많았던 20대 초반 도로 연수도 받지 않고 운전면허증을 받고 주행하다가 대형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그것도 같은 부서 직원의 차량으로 요즘 같이 추석을 며칠 앞두고 아예 차량 앞부분이 박살이 났다고 표현 할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다. 

그리고 결혼하여 남편으로부터 도로연수를 받았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운전만 하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무서운 얼굴로 호통을 치고 짜증을 부렸었다. 그렇게 초보운전을 벗어 날쯤 어느 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법원사거리에서 경운기와 시내버스 사이에서 꼼짝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얼마나 소리를 크게 호통을 쳤는지 화가 나서 자동차를 사거리에 세워 놓고 나온 적이 있었다. 뒤에서 남편은 나를 불렀고 나는 무시하고 가버렸었다.

자동차운전에 대해서는 유별스럽게 남편들이 고자세이다. 그때 이런 것들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지도 않고 긁어 부스럼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운전을 시작하는 아내에게 앞으로 남편들은 조금 더 관대해지길 바란다. 어차피 운전은 반복되는 만큼,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면 저절로 잘하게 되는 기능인 것이다. 자동차를 하루라도 이용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언제까지 소리치고 언성을 높이면서 원시적인 교습으로 아내들을 언짢게 하겠는가?

앞으로 평생 추석과 설날 고향 가는 길 그리고 휴가기간 동안 장거리 운전을 혼자만 하겠는가? 남자들은 조금만 일차원을 벗어나 생각을 전환하면 편안하고 여유롭게 추석 명절을 여행 다녀오듯이 피곤하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데 언제까지 남자라는 이유로 그 무거운 짐을 혼자만 지고 가려하는가? 명심하자. 지혜롭고 똑똑한 남자들이 살아가기 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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