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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 지동 재래시장으로 가는 마음
2013-09-15 13:11:37최종 업데이트 : 2013-09-15 13:11:3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현주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이미 월요일부터 휴무를 실시하는 회사들의 경우 앞 주와 뒷 주 토요일 일요일을 다 합칠 경우 최장 9일의 황금연휴를 맞이했다며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나선 사람들의 행렬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장사진을 치고 늘어선 사람들.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저 사람들은 어느나라 사람들일까? 휴가도 좋고 여행도 다 좋지만 꼭 추석 같은 민족 명절에 해외로 나가야만 직성이 풀리는걸까?
나의 이런 생각도 약간의 편견이라는거 인정 안하는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래도 마음이 썩 편치는 않는 가운데...
남들이야 그러건 말건 나는 장바구니 옆에 끼고 길거리로 나선다. 어디로 가는걸까. 당연히 재래시장, 나의 단골 지동시장으로 간다.

 

추석 대목, 지동 재래시장으로 가는 마음_1
추석 대목, 지동 재래시장으로 가는 마음_1

우리 수원은 생태교통 도시. 역시 당연히 버스를 타고 간다.
수원의 풍경은 항상 녹색이다. 지금은 계절적으로 녹색이기도 하고, 생태교통 도시여서 실제 대기환경도 녹색이고, 그런 시정 정책을 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행정과 시민의식도 잘 맞물려서 돌아가는 녹색사회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스치는 녹색수도 수원시민들의 명절을 앞둔 발걸음도 가볍다.

시장에 들어서니 역시 북적북적. 채소를 파는 길거리 노점상 할머니들부터 시작해 시장 안 골목은 이미 주말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로 만원이다.
동수원사거리 쪽에서 들어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맨 먼저 만나는 지동시장 입구. 떡집, 반찬가게, 족발집, 고기집, 생선가게, 잡곡집, 호떡집에 국수집까지 다양하게 늘어서 손님들을 맞는다.

도시 주부들이 자주 가는 대형 마트들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상품의 진열이 조금은 정돈이 덜된 듯도 하고 산만해 보이지만 그게 곧 재래시장의 맛이라는거,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학교, 관공서, 도서관, 회사에 심지어 우리 집 옷장까지 항상 정리정돈 잘 돼있고 진열장 깔끔하고 일사불란한 모습만 보며 살아가지 않나? 

그렇다면 조금은 허술하고 조금은 어눌하면서 약간의 흐트러짐이 있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 보나? 그런 약간의 빈틈마저 없다면 사는건 또 얼마나 삭막하고 숨막힐까? 그래서 재래시장을 일컬어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느낌은 사람 사는 맛이 난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을 볼수 있는게 재래시장이다. 허술하지만 인정 넘치고, 약간 흐트러져 보이지만 거기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말만 잘하면 한움큼 덤으로 더 얹어주는게 우리네 지동시장이다.

신선도? 마트에 뒤지지 않는다. 가까이에 대형 주차장까지 있고, 바로 옆에는 광교산에서 발원한 맑은 수원천이 흘러 운치까지 더해지고, 심지어 내가 나간 날 운 좋으면 공연도 공짜로 본다. 출출할 때 사 먹는 잔치국수 한그릇의 맛도 일품이고 떡집에서 내 놓은 맛보기 떡 역시 어릴적 엄마가 해주신 그 맛 그대로다.
그래서 재래시장 마니아가 되는거다. 

추석 대목, 지동 재래시장으로 가는 마음_2
추석 대목, 지동 재래시장으로 가는 마음_2

"언니야, 지난번보다 값이 비싸진거 같네!"
 이미 그 가게의 물건 값까지 죄다 꿰고 있는 단골 손님. 약간 오른 가격에 눈이 동그래지며 묻자 사장님이 답한다.
"말도 마세요. 요즘 채소가 금값이에요. 금값. 그나마 우리 아저씨가 시골에 가서 밭떼기로 사오니까 그 가격이지 마트에 한번 가 보세요"
마트가 더 비싸다는거 주부 9단도 다 아는 일. 약간 오른 가격에 눈 한번 크게 떠 본게  채소가게 사장님에게는 부담백배인가 보다. 그러나 손님언니는 두말 안하고 물건을 챙겨 산다. 원래 믿고 사는 단골이었으니까.

참 성실하고, 한결같으신 분들. 재래시시장을 지키는 분들이다. 맛있는 식재료들을 판매하며 사람 사는 정도 나누고, 간만에 찾아가 인사를 해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기억해 주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곳.
수많은 캐셔 아줌마들이 돈 세는 단말기 키보드 타닥타닥 누르며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봉투 필요하세요? 싸인해 주세요"라는 이 3마디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말 전하는 대형마트와는 차원이 다른 곳.
 정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덤이 있는 지동시장. 올 추석명절 차롓상 상차림도 이곳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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