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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
추석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주부의 조언
2013-09-16 09:15:57최종 업데이트 : 2013-09-16 09:15:5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무더운 여름이 일 년 내내 지속될 것 같더니만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세시풍속과 절기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백로가 엊그제 같은데 3일 후면 우리네 최대명절로 손꼽히는 '추석(秋夕)'입니다.

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_1
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_1

대한민국 주부여러분, 친척들 만나 즐거운 명절 보내실 준비 끝나셨나요? 
어휴~ 즐거운 명절 추석이라뇨. 우리네 주부들은 벌써부터 온몸이 쑤신 듯 명절증후군 증상이 시작됐답니다.
저는 4형제의 맏이에 시집가서 어느새 나이 50세가 된 주부인데 갱년기 증상까지 겹친 것인지 온몸에 힘까지 빠져 모든 일이 귀찮기만 합니다.

그리하여 선물준비는커녕, 아직 명절맞이 상차림에 올릴 시장도 보지 못했답니다. 오늘 오후 남편이 일찍 퇴근하면 한꺼번에 장만하려 합니다. 다행이도 나물 등 몇 가지는 시어머님이 미리 준비해주신 덕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신문을 보니 추석경기가 바닥이라고 합니다. 선물도 그래서 예전엔 고가 상품이 인기라고 하더니만 올해는 기업과 가정, 모두 빠듯한 주머니사정으로 저가 상품만이 거래된다고 하더군요. 생각 같아선 조상님을 받드는 차례 상도 최소한으로 준비하고 싶은데, 어르신들이 계셔서 그럴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그런데요, 참 세상 편리해 졌습니다. 여러분, 차례 상도 대행해준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돈만 내면 절이나 천주교에서 합동 내지는 단독으로 차례를 지내준다고 합니다. 불교와 유교가 결합된 혹은, 가톨릭과 한국인의 전통 제례가 합해진 유형이라고 하는데요, 몇 년 전부터 호황을 누리는 벌초대행의 뒤를 잇는 형태인 셈이죠. 
주변에선 전통성 운운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의 생각엔 잠깐의 시류, 유행이라고 봐야지 오랜 동안 뿌리내려온 우리전통이 완전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특히 우리 집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지요. 지극정성 조상님을 모시는 시어머님의 손길을 시집오는 날부터 봐온 터라 어찌 지금 와서 확 바꾸겠습니까. 
뒷마당 커다란 솥단지에 불을 지펴 일일이 대나무로 꿰어 손질한 생선들을 쪄내고, 여름부터 준비한 갖은 나물들을 일일이 삶고 지지고, 정성 드려 묵과 두부를 쑤고, 가을걷이 곡식들을 잘 말려 조상께 처음으로 내놓고....묵묵히 온몸으로 보여준 시어머님의 행동거지들은 오롯이 나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 체득이 덜 된 것인지 송편이며 김치며 여타 손길이 힘든 것들은 아직 따라하지 못합니다만 최대한 맏이로서 임무를 수행하려 애씁니다. 행여나 예(禮)에 대한 죄책감에 불경스런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워 늘 노심초사하지만 솔직히 힘에 붙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우리 집은 동서들 셋이서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줘서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시장보기 등 몇 가지는 제가 미리 혼자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_2
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_2

올해도 어김없이 동서들 선물이며 차례 상에 올릴 품목들을 수첩에 적습니다. 오늘까지 미룰 수는 없으니까요. 남편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품목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신체적 피로와 함께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것이 벌써부터 증후군이 나타나나 봅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명절은 곧 놀이라는 축제로 받아들이는 생각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중년들이 그들처럼 사고할 수 있을까요. 옛날 여인들은 가족을 위해 명절 새 옷까지 지어 입혔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요.

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_3
차례 상, 추석 선물 사러 마트에 가시나요?_3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즐거운 장터는 없을까, 라고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우리네 전통시장으로 가 보자고요. 사람냄새 그윽한 재래시장으로 가서 머리도 식히고 장도 보면서 여유를 누려보자고 말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정신세계를 맛보자는 것이죠. 선물걱정과 물가 걱정, 두 가지 해결가능한 곳 팔달문 인근 시장으로 나가는 겁니다. 대형마트로 갈 생각은 접어 둡니다.

그곳은 다수의 시장이 몰려있어서 만물상 같은 곳이랍니다. 친척들의 옷 선물 장만, 추석 한복, 차례 상에 필요한 식품들 모두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죠. 더불어 인심도 살아 있으니 오후에 미리 나가서 장터의 맛에 흠뻑 취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늦은 저녁 남편을 만나 저녁을 그곳에서 해결한 후 장을 봐서 들어와야겠습니다. 
어때요, 여러분! 조금은 머리가 식혀질 것 같지 않나요. 쌩하고 마트에 다녀오는 것보다 운치가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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