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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들의 평생의 감성 자산, 독서
2012-09-21 13:15:19최종 업데이트 : 2012-09-21 13:15:1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집 주변 이웃 주부들과 만나면 나는 항상 주눅이 든다. 누구네 아이가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았네, 누구네 아이가 방학을 이용해 캐나다 유학을 다녀왔네, 누구네 아이는 한자 1급을 따고 누구네는 영어 골든벨 대회에서 교내 1등을 했네 등등.

나에게는 별나라 이야기 같은 내용들이니 그저 옆에서 묵묵히 듣기만 한다. 그러다가 다른 주부가 날더러 "아이들 영어 잘해요?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토익 토플 시험 치른다는데 애들 그거 보면 몇 점 나와요?"라며 진지하게 물어 올 때면 그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느라 얼마나 진땀을 빼는지.

TV나 라디오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실감이 안 나는데 막상 이웃에게서 생중계로 직접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 키우는 주부로서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 똑똑한 아이를 바보로 만들면 어쩌나 하는 그런 생각들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그런 수준으로 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어른과 아이들의 평생의 감성 자산, 독서_1
어른과 아이들의 평생의 감성 자산, 독서_1

하지만 나도 그냥 있지만은 않는다. 나는 그런 살벌한(?) 아이들 스펙 키우기보다 그저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책과 함께 뒹굴고 놀라고 시킨다. 아이들에게 책과 놀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녀석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월간지든 만화책이든, 소설이든 위인전이나 곤충 이야기나 알찬 동화집이든 책을 들고 휴게실로 가던지 집으로 돌아와 함께 읽자 한다.

어떤 때는 놀이극을 하기도 하고, 내가 위인이 되어 그때 상황을 재현하며 즐긴다. 아이들도 퀴리 부인이 된 엄마를 보고 재밌어 하고, 이순신 장군이 된 아빠를 보면서 왜군을 무찔러서 멋지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래서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항상 엄마 아빠의 변신을 보게 하는 곳이고 녀석들의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험준한 인생길의 축소판이 되기도 하고, 잘나가가는 어떤 위대한 영웅의 판타지 세계가 되기도 한다.

주말이면 반드시 짬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과 집을 오가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는 남편에게도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학습지나, 좋은 학원이나, 세상에 널려있는 좋은 교육의 기회들이 나라고 왜 탐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돈만으로 살수 없는 것, 고가의 학원에서 해줄 수 없는 것이 바로 도서관과 책속에 있다. 그리고 그건 부모의 노력과 역할이 절대적이다. 

엄마 아빠와 더불어 이렇게 도서관을 오르내리며 쌓는 경험과 많은 책 속에서 풍요로운 지식과 지혜의 달콤한 샘물을 먹는 일 만큼 값진 경험이 또 있겠는가. 

언젠가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국민들의 책 읽는 양이 말레이시아나 튀니지보다 낮다는 기사를 보고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문화국이라고 자랑하고 뽐내던 게 부끄럽기 한량없다. 한마디로 잘라 낯 뜨거운 독서후진국이니. 

책이란 형식 그 자체가 독립된 인간의 창조물이다. 기능적 정보자료들이 영상매체 등의 효율적 방법으로 제아무리 몰려든다 해도 교양 사색 사상의 지주로서의 책은 오히려 변함없이 우리 가슴과 머리에 소중한 감성과 영감을 주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필요하지만 어린 학생시절에 그런 영감과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면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소중한 생명력이 되는 것이다. 언제나 생각나는 말이 있다. 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다. 미련한 사람들은 그것을 건성건성 읽어버리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정성들여 그것을 읽는다. 왜냐하면 그는 한번 밖에 그것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이 딱 한번이니까.

우리 아이들은 1년에 2~300권씩의 책을 읽고 있다. 이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될지는 지금 그 어떤 돈의 가치로도 환신이 안 된다. 지금 당장 토익 토플 점수와 비교할 수 없는 어떤 값진 것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 우리 부모님들 모두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책을 펴자. 그러면 아이들에게는 상상조차 안 되는 어떤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의 빛이 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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