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지동시장 채소 노점상 할머니들을 뵈며
2012-09-14 14:59:48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14:59:48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그분들은 그냥 맨 바닥에 앉아 계셨다. 몇 줌 되지도 않은 나물 몇 묶음을 보물처럼 만지고 다듬으면서. 다 해봐야 1만 원이 좀 넘을까 뭐 그런 정도다.
번듯한 가게는 고사하고 마땅한 자리조차 없으니 구석진 길가 귀퉁이가 이 분들 차지다. 어디선가 그래도 마련해 온 이런저런 채소와 강낭콩, 오이, 깻잎과 상치 정도를 늘어놓고 오가는 손님들을 기다리시는 할머니들.

어떤 분들은 그래도 시장 안쪽으로 들어와 채소가게 옆에 쪼그리고 앉은 채 양파를 다듬어 주고 가게주인의 채소를 팔아주기도 하면서 당신이 가지고 온 몇 줌의 미나리와 부추를 파는 분도 있다.  
지동시장 입구 한켠에서 본 할머니들은 "집에서 놀면 뭣혀"라시며 심심풀이로 나왔다고 하신다. 정말 심심풀이로 나오신거라면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편하겠지만, 꼭 그런건 아닌듯 해서 나는 시장 안에 들어가 큰 가게에서 사기보다 이 할머니들한테서 채소를 구입한다. 

지동시장 채소 노점상 할머니들을 뵈며_1
지동시장 채소 노점상 할머니들을 뵈며_1

"할머니들, 집이선 누랑 사고 계세요?"
"누구랑 살기는? 할방구랑 둘이 밥 해 먹으면서 살지."  
"여기는 버스타고 오셨어요?"
"그럼, 버스탔지. 여기도 늦으면 자리가 없어. 빨리빨리 와서 자리를 잡아야 돼."
아, 그랬구나. 이분들도 나름대로 이 난전의 규칙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는 자릿세 없으면 안되는 주인이 맡고 있고, 어디는 주인이 따로 없어서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인 곳도 있고.

앞에 놓인 나물이야 몇 줌 되지도 않지만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은 밝다.
문득 어느 철학자가 말한 행복의 조건을 생각해 본다. 어떤 일을 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어떤 일에 희망을 갖는 것. 세 가지 중에서 이 할머니들은 첫 번째 행복의 조건을 누리고 있지 않는가.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면 이 할머니들이 웃고 이야기하고 움직일 기회가 있을까.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데는 없어요? 맨날 이렇게 나오시려면 힘드실텐데"
"없기는 왜 없어? 그냥 참는거지. 이렇게 앉아 있으면 왼종일 허리가 쑤셔. 살다 보믄 안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디 우리는 벌써 70년 쓴 기계잖어,. 70년"
할머니는 당신의 연세가 70세라는 것을 70년 된 기계라는 말로 대신하셨다. 아픈데야 없을수 없겠지만 그냥 참고 사신다며.   

주름진 얼굴을 펴고 밝게 웃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그냥 일어서질 못해 항상 그 분들 앞에 놓인 나물들을 한 줌씩 고른다. 미나리, 호박잎, 고구마 줄기 다듬은 것, 부추 한 줌씩, 그리고 아기호박 하나를 한 분에게서 하나씩. 다 해야 값은 겨우 칠팔천 원. 보따리가 듬직하다.

우리 할머니들은 지금이야 날씨가 선선해서 견딜만 하지만 한여름 36도를 넘나드는 땡볕에 항상 이곳에서 장사를 하신다. 그걸로 생계를 삼아 집에 돌아가 엄마 아빠가 없는 손주들을 키우시는지... 아니면 몸져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병수발을 드시는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떠셨나.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견디고 새마을운동으로 땀을 흘리면서 이제 먹고 살만한 오늘의 기반을 마련한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당신네를 대접해달라고 억지를 부리거나 조르지 않는다.  
또한 살기에 바쁜 딸이나 아들 며느리가 돈을 멀기 위해 손자 손녀라도 맡기면 우리 할머니들은 마다하지 않으시고 맡아 키우셨다. 때로 감기 기운이라도 있어서 열이 나고 보채면 안아서 달래시느라고 가슴은 또 얼마나 탔을 것이며 때로는 어쩔 줄 모르는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한밤중에 어린 아기를 안고 병원에 가면서 가슴은 얼마나 졸이셨을까. 

그런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란 손자손녀가 이제 늠름하고 아름답게 자란 걸 보면 또 얼마나 흐뭇하고 대견스럽게 여겨지실까. 
그래도 할머니들은 공치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 잘난 아들 딸과 며느리 손주들은 가까이 없다. 
모두 어디 갔을까.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짐이 되고 있음을 어르신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텐데, 우리 사회가 이 분들에게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정녕 무엇이고 또 배우고 본받을 것은 또 어떤 것들일까.
늘,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시는 할머니들에게서 장거리를 사 들고 일어나면서 그저 자식같은 젊은 사람으로써 죄송한 마음만 앞선다.

 

추천 0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