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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엄친딸?
그들끼리 그러거나 말거나
2012-09-14 15:24:37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15:24:37 작성자 : 시민기자   오수금
어느 날 딸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야?",
"제일 무서운거? 글쎄, 곶감 아닐까. 곶감?"
어릴적 자주 울때마다 엄마로부터 들었던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가 떠올라 그냥 농담삼아 아이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더니 아이가 샐쭉해졌다.

아니 사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따로 있기는 했다. 그것은 아이가 아파하는 것이다. 어릴때부터 기관지가 안좋아서 병원 신세를 자주 졌는데 지금은 그래도 걱정할만한 상태는 아니어서 나름 안심하며 살고 있기는 하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문득 우리 아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너는?",
"나? 나는 말이지 제일 무서운 게, 엄친아와 엄친딸이야"
"엄친아? 호호호. 너도 엄친아 엄친딸이 싫구나. 네 엄마가 잘나지 못했으니 엄친아가 싫은거지? 호호호. 백번 이해가 된다 얘"라며 이번에도 웃어 넘기려 했다.

그런데 어린 딸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걸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세상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말은 어른들도 공감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가 그 말 때문에, 그리고 주변의 실제 엄친아들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저런 말을 할까 싶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내가 비교가 되는 대상들이니까. 

엄친아, 엄친딸? _1
엄친아, 엄친딸? _1

아무리 비교를 안 하려 해도 자신도 모르게 자주 묻게 되는 다른 아이들의 성적. 처음 학교를 다니며 시험이란 걸 봤을 때는 필자보다 다른 엄마들이 우리 아이의 성적을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에 놀랐고 이젠 그런 일에 익숙해져 성적이 나올 때쯤이면 동네 다른 엄마에게 묻곤 한다. 그래서인지 필요 이상의 기대와 요구를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공부를 성적이나 숫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요즘 초등학교 성적표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수·우·미·양·가'라는 표시로  성적의 우수나 열등이 나타났지만 요즘 초등학교에선 그런 점수라는 게 없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번 시험에서 총 몇 개를 틀렸는지'를 관심있게 보고 나름대로의 줄자로 가늠을 하고 있다. 학교에선 그런 비교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 성적표 자체를 지금처럼 바꿨는데 왜 아직 우린 점수라는 굴레를 못 벗어나고 이렇게 주위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일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엄친아니 뭐니 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 가운데 회사 일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 전에 항상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봐야 안심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다.
그들은 소위 엄친아들이라고 한다. 요즘 새로 임용되는 판사 열명 가운데 네명이 특목고와 강남 3구 출신이라는 뉴스를 들으며 과연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한 근거가 있구나 싶었다.

요즘 요람에서 무덤까지 엄마의 조련대로 움직이는 엄친아들은 정말 그렇지 못한 주변의 아이들에게 기를 죽이고 있으니 어린 아이들도 나름 스트레스를 적잖게 받는 모양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현상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남들이 하는 우스갯소리려니 하면 그만인데 진정 그들을 실제 엄친아로 만들고야 마는 주변 엄마들의 비교의식 때문에 자연히 엄친아들이 생성되는것 아닌가.

다 알다시피 원래 엄친아는 엄마 친구의 아들이라는 뜻에서 나왔는데, 그게 변질이 되어 "친구 누구의 아들은 어떻고 저떻고"의 비교 대상이 되는, 모든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자녀를 뜻하는 말로 바뀐 곳이다.
지금은 부모 재산과 경력이 빵빵하고 자신도 학벌과 직업이 빵빵한 그런 최고의 신랑감이나 신붓감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엄친아와 결혼하면 부모의 후광과 재산과 함께 엄친아의 엄마까지 세트로 딸려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엄친아들의 이혼이 많다는 소문도 있다.

어쨌거나 그런 용어가 아이들에게 늘 비교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건 무조건 부모 책임이다. 엄친아라는 말은 결국 우리가 무관심하고, 그들만이 그러거나 말고나 하면 되는데, 이런 부분에 목숨 걸고 따라가려는부모들 탓이 크다.
우리같은 서민들은 그냥 웃고 만다. 엄친아, 엄친딸? 자기들끼리 그러거나 말거나다. 중요한건 내면의 실속과 자기 만족이며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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