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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추석, 설레는 마음을 맞이하자
2012-09-14 15:30:34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15:30:34 작성자 : 시민기자   정순예

'추석맞이 특가 세일. 강원도 횡성 한우세트 현지 직송'
'20만원 이상 구매 시 1만원권 상품권 증정'
명절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이벤트 명목으로 유혹의 문자들이 날아온다. 
추석이라고 제수용품 말고는 딱히 사야 할 것도, 선물할 곳도 별로 없으면서 구경 삼아 매장을 기웃거리다 평상시보다 덤으로 하나씩 더 달린 상품에 끌려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쇼핑카트에 담는다. 그리곤 이벤트 금액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더 살까 두리번거리다 사재기까지 한다. 

주머니에 돈만 있으면 아쉬울 게 없는 요즘,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필요한 것도 없고, 먹거리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져 있어서 정성 들여 만든 명절 음식을 달가워하지도 않거니와 추석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나 설렘도 없다. 

아이들에게 명절은 그냥 며칠 노는 날일 뿐 평상시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했던 내 어릴 적 명절은 요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추석과 설,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은 늘 꿈과 설렘이 꼭꼭 포장된 소박하지만 손가락을 날마다 꼽던 기다림이 있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5일 장날 어머니를 따라가서 사다 놓은 추석빔은 추석 대보름 첫날 입기 위해 잘 접어놓고 입었다 벗었다를 수없이 하고, 새 운동화를 앉은뱅이 책상 아래에 넣어두곤 몇 번이나 꺼내어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보름쯤 전부터 어머니는 윗목에다 설날에 먹을 콩나물을 길렀다. 검은 천으로 덮어놓은 콩나물 시루에 어머니는 짬 날 때마다 물을 부어주며 썩지나 않을까 정성을 들였다. 시장에서 쌀이랑 갖가지 곡식을 뻥튀기해 오신 어머니는 손수 강정을 만들어 추석맞이 손님한테 내놓을 일등 공신으로 쓰고도 가을걷이 내내 먹을 만큼 해 놓으셨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음식을 참 많이 하셨다. 아버지가 큰아들이라서 그러셨는지 모른다. 명절날 참 많은 손님들이 왼종일 오셨으니까.
엄마는 아침부터 전을 굽기 시작하면 밤늦도록 하셨고 송편은 집안 식구들이 둘러앉아 솜씨자랑을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는데 예쁘게 빚으면 시집가서 예쁜딸을 낳는다길래 정성을 다해서 빚었다.

 

추억의 추석, 설레는 마음을 맞이하자_1
추억의 추석, 설레는 마음을 맞이하자_1

툇방엔 누룩으로 술을 빚는 항아리가 두터운 옷가지를 감고 자리를 지키고, 뒤이어 단술 항아리도 적당한 온도에서 밥알이 동동 뜨도록 매만지시는 등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 추석맞이 준비를 하셨다. 
추석날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나고 그날 손님은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몇일동안 우리집은 잔치집같이 북적거렸지만 엄마는 피곤한줄 모르고 모든걸 척척 잘도 하셨다.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배 터지게 먹고 난 다음 오후가 되면 우리는 삼삼오오 몰려서 동네 한가운데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 놀았다. 
사내 아이들은 공을 찼고 우리는 술래잡기도 하고 고무줄도 하면서 온 동네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시끌벅쩍하게 떠들며 놀았다. 우리보다 먼저 졸업하고 도시에 나가서 돈을 벌던 언니 오빠들은 이 학교에 모여서 동창회를 했다.
집에서는 하루 종일 손님들이 찾아오셔서 어머니는 계속 술상을 차리면서도 오는 손님이 고마운 듯 밝은 얼굴로 손님을 반겼다. 

그러나 요즘은 이웃이 없다. 추억이 없고 놀거리가 없다. 그리고 명절 날 길거리에 아이들이 없다. 추석 용돈을 받은 아이들은 PC방이나 노래방에 몰려가기가 바쁘다.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들은 잊혀지고 사라져간다. 
오직 명절 전이면 백화점이나 선물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느라 정신없이 붐비고,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인해 우리의 정서가 점점 메마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 2주후면 맞는 추석 명절. 혹시나 그동안 왠지 마음속에서 털어 내지 못한 말끔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면 훌훌 털어버리고 우리 고유 명절인 추석을 맞아 이웃과 더불어 기쁨 넘치는 덕담으로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 어느 해보다 추억이 묻어있고 설렘이 가득한 추석을 맞아봄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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