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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6학년 아들이 '사람의 아들'에 대해 물었다
이 선선한 가을 휴일날, 책 한권 꺼내들어 보자
2012-09-15 12:12:11최종 업데이트 : 2012-09-15 12:12:1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엄마, 사람의 아들이 누구야?"
"사람의 아들? 아들이 사람의 아들이지 누구긴 누구야? 동물의 아들도 있든?" 
"에이, 그게 아니고... 사람의 아들 말야, 그게 누구냐고? 저기 있잖아. 사람의 아들이라고 돼있는거"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황당한 질문에 흠칫 놀랐다가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그곳을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니 이녀석이 책꽂이에 꽂혀져 있던 이문열씨의 소설 '사람의 아들'을 보고 물은 것이다.

아이는 그 책의 제목이 독특해서였는지, 아니면 책에 대한 호기심에서였는지 사람의 아들을 꺼내 며칠동안 읽었던 모양이다. 
그건 이미 오래전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인 1980년대에 읽은 낡은 책이었지만 당시에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참 많이 읽힌 책이었고 여전히 책꽂이 보관중이었던 장서중 하나였다.

초등6학년 아들이 '사람의 아들'에 대해 물었다_1
초등6학년 아들이 '사람의 아들'에 대해 물었다_1

사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읽기에는 불가능한 어려운 책이다. 아이는 그런 저런것 따지지 않고 '사람의 아들'이라는 책 제목이 풍기는 특이성 때문에 덥석 집어들고 며칠동안 읽어 봤으나 제녀석이 이해하기에는 전혀 난감하기만 한 내용이었으니 그냥 덮고 나서 나에게 책 제목과 내용을 싸잡아 물은 것이다.

기억나는 대로, 그리고 아이가 이해할만한 선에서 두루뭉실하게 설명을 해줬으나 워낙 철학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곁들여지지 않고서는 설명이 다 되지 않는터라 그 정도 선에서 끝냈다.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돌아서는 아이의 뒷통수를 보면서 나름 대견하기도 했고. 또한 아이 덕분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책을 반갑게 기억하고는 한번 더 들춰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을 읽는 아이가 기특하고 예쁘다는 생각에 한동안 흐뭇했다.

우리에게 삶의 향기는 항상 가까이 있지만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좀 지난 일이지만 거의 10년전쯤에 로또복권 1등의 당첨자는 한 달여 동안 덮어 놓았던 책갈피 속에서 당첨권을 찾아냈던 일이 뉴스에 보도된적이 있었다.
'책 속에 돈이 있었다.' 새삼스럽게 독서에 관한 훈계를 하려는 게 아니다. 로또복권 1등 의 당첨자는 한 달여 동안 덮어 놓았던 책갈피 속에서 당첨권을 찾아내고 진정 "책속에 돈이 있는게 맞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100억원이 넘는 돈이 그곳에. 만일 그가 다시 그 책을 펴보지 않았다면 억만금은 어찌 되었을까.??

책장을 덮을 때 책갈피에 꽂아 두는 보람(표지)은 사람마다 다를 터이다. 내 경우 많이 쓰는 것은 미술관이나 공연장, 영화관 등에 들어갈 때 반을 잘라주고 돌려받게 되는 입장권이다.
그림엽서를 쓸 때도 있고 정 급할 땐 티슈를 꽂아 두기도 한다. 오랫동안 잊었던 책장을 다시 열 때 이런 것들은 당시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려주는 매개물이 된다. 나뭇잎에게는 약간 미안하지만 예쁜 이파리를 따서 책속에 넣어 말린후 코팅한 그것을 끼우기도 한다. 

잠시라도 색다른 시공을 접하는 체험은 돈이 아니라도 각별하다.
요즘은 독서의 계절이 따로 없다. 그리고 차안에서든 걸어가면서든 휴대폰으로 서비스해주는 e북을 읽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독서는 시공과 계절을 가리지 않는 시대임이 분명하다.
새 책을 살 계획이 없다면 오래된 책갈피라도 펴보는 게 어떨까. 

처칠의 말대로 책은 읽지 않아도 최소한 만지고 쓰다듬고 쳐다보기만 해도 좋은 것인지 모른다. 그 속에서 사춘기적 곱게 끼워둔 단풍잎이나 부치지 못한 연서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아, 그건 정말 커다란 횡재 아닌가. 
우리가 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무엇일까? 정리 잘 안 된 스스로의 흔적들이 아닐까? 누군가가 뒤죽박죽이 된 내 서랍 속을 들여다본다거나 어린 시절에 써둔 유치한 글이 담긴 노트를 뒤적거리기라도 한다면 그보다 질색할 일은 없지 싶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많은 책을 읽고 책갈피를 끼워두고 책 냄새에 취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나마 덜 외롭고 덜 후회스러울듯 하다.

그 혹여나 아름답지도 못한 과거사가 있었다면 책속의 명언이나 선인들의 가르침에 기대어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지사를 적절히 정화시킬수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바르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건, 나의 삶이 그릇되이 살지 않가를 바라는 스스로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책 덕분에...

책을 펼치면 정말 우리에게 항상 삶의 향기를 전해주는게 맞는가 보다. 이 선선한 가을 휴일날, 먼지가 쌓이고 있는 책 한권 꺼내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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