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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는 따로 찾는게아니라 지금 생활속에서
2012-09-24 14:00:22최종 업데이트 : 2012-09-24 14:00:22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유난히 발바닥이 자꾸 갈라지고, 발꿈치에 군살이 붙기 시작했다. 저녁때 딱딱해져 버린 그곳을 물에 불려 닦아내는게 일과가 되다시피 했다. 거기다가 심지어 유난히 신발 밑창이 빨리 닳아지는 것 같다.
구두점에 갔더니 날더러 한번 걸어봐 달라고 주문하는 직원의 말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손님들중에 팔자 걸음을 걷는 분들이 적잖다며 팔자걸음은 구두 밑창을 더 많이 닳게 한다고 일러주었다.

여유는 따로 찾는게아니라 지금 생활속에서_1
여유는 따로 찾는게아니라 지금 생활속에서_1

그러고 보니 나도 팔자 걸음걸이를 하는 사람인지라 구두 밑창 중에도 뒷꿈치 굽 부분의 양 사이드 부분이 유난히 삐딱하게 더 닳았다. 사실 그렇게 닳아버린 구두 굽은 내가 보기에도 모양새가 약간 흉측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루하루 일과가 너무 바빠서인듯 했다.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하고 출장에, 손님접대에, 결산보고에...

직장인들 중에 이 정도 일 안하는 사람 없겠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최근에 사람이 무척 줄었고 그 일을 새로 충원된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사람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직원들이 쪼개서 하다 보니 더 그랬다.
그 덕분에 하루하루가 사람들과 전쟁을 하듯 했고, 계단을 먼저 오르거나 앞질러 가기가 일쑤다. 누가 믿어주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며, 그만큼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거의 매일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을 걸어 다니다 보니 피곤함이 더 밀려온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여 소파에 앉아 있으면 어깨는 무겁고 발바닥에서는 불이 나는 느낌이다. 
그럴 땐, 편안한 저녁시간을 어떻게 즐길까 고민 해 보는데,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 TV리모콘을 붙잡거나, 책을 보거나, 어떤때는 족욕을 하기도 한다. 

주말에는 광교산도 가고, 화성도 둘러보고, 산책을 하는게 그나마 유일하게 내 몸을 좀 돌보는 일이다. 
여하튼 피곤함을 달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게으른 탓에 매일매일 시간을 내어 피곤함을 달래는 것은 부담이 되기에,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지난 일요일은 우연히 정자동쪽을 지나는데 그곳 대림아파트 앞 정자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는게 보였다. 정자동 공원은 크기로는 그다지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지만 참 작고 예쁜 공원이다.
우연히 그쪽에 갔다가 천천히 지나면서 공원쪽을 봤더니 푸르른 잔디와 나무들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사람들 얼굴 대부분은 밝아 보였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엄마 아빠, 롤러를 타는 어린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길을 걷는 손주들,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보는 주부까지. 주말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멀리 발품을 들인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개인 또는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공원을 찾아온 것이다.

속으로 '저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저 사람들이 참 부럽다'하면서 인도를 따라 슬슬 걸어 가는 길에 주변을 살폈다. 
공원이 아닌 길에도 이러한 모습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걸으며 느긋하게 휴일 한낮을 보내고 있었다. 

미장원에서 머리 손님하고 나오는 아가씨, 편의점 밖 파라솔 아래서 맥주 한캔 즐기는 남자들, 엄마와 함께 휴대폰 매장에서 신제품 고르는 여고생, 옷집에서 맵시있는 원피스를 입고 거울을 보는 아가씨, 영화관 앞에서 무엇을 볼지 기대감에 찬 얼굴로 의견을 나누는 남녀 커플, 서점에서 책을 골라 나오는 60대의 할아버지.
모두 다 자기 삶과 현재의 휴일 시간을 즐기고들 있었는데... 그렇다면 나는?

사실 나도 따지고 보면 휴일날 그다지 바쁜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나만 바쁜듯 허겁지겁 했을까?
아, 그건 내 마음속에 있었다. 문제가 내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실제 바쁘지 않고, 조금 천천히 해도 될 일을 그저 마음만 앞서서 매사를 쫓겨가며 살아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지금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주변 바깥의 풍경과 자기 일을 함께 연결시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 자체를 즐기며 하고 있는데 나는 내 앞에 닥친 것을 무조건 일로만 보고, 그 일을 끝내야만 나중에 내 시간을 가질거라는 생각으로 매사를 돌봐 온 것이다. 
그러니 잠잘때나 돼서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발바닥에 군살이 박히고, 구두 굽도 팔자걸음에 닳아 빠지고 한 것이다.

이를 보면서, 여유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문화시설이나 놀이공원, 경기장 등을 찾아 가면 더욱 좋겠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까운 곳을 그저 천처히 걷는것만으로도 여유인 것이었다.
지금껏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주변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주말이면 꼭 멋진 곳을 가야한다거나 무언가 특별한 활동을 해야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었고, 또한 그런 것을 찾아보기 위해 때론 시간을 낭비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나치게 여유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 잡혔던 것은 아닌지, 또한 여유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반성해 본다. 아마도 피곤한 몸에 마음마저 지치다 보니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이제 틀에 짜여져 계획된 여유보다는 부담 없는 여유를 즐겨보고자 한다. 물론 가장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함께 하는 여유라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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