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오토바이를 잃었다가 찾은 사건
2012-09-14 08:51:59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08:51:59 작성자 : 시민기자   강석훈
유명한 혁명가였던 체게바라의 삶을 다룬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체게바라의 젊은시절을 영화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 포스터에는 체게바라가 그의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아주 감명 깊게 찍혀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가 동경하는 사람이나 영화나 음악이나 사건이 있게 마련인데, 나는 당시에 그 영화 포스터를 보고, 또 그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한동안 가슴이 멍했다.
그런 동경 때문이었을까. 어설프게도 그런 동경 덕분에 오토바이를 하나 장만하게 되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끔 바람도 쐴겸 수원 외곽으로 나가 화성쪽으로 달려 보기도 하고, 1번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 보기도 하고, 경춘가도를 달려보기도 한다.

오토바이의 매력이 은근히 많다.
그렇다고 요즘 젊은 사람들의 문제가 되는 폭주족과는 전혀 다르다. 나의 오토바이는 그런 굉음을 내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다지 크지도 않고, 보통 성인 남자가 타고 다닐만한 정도다. 그리고 비싼 새 제품이 아니라 중고를 하나 장만한 것이다.

하지난 내 손에 익으면 무엇이든 소중하고 귀한 법. 비록 중고를 샀으나 이녀석이 썩 마음에 들었고 나와 아주 친해졌다.
휴일날 가끔 시원한 공기를 가르며 오토바이를 타는 멋스러움도 나름 괜찮았다. 

오토바이를 잃었다가 찾은 사건_1
오토바이를 잃었다가 찾은 사건_1

엇? 그런데 얼마전 아침 출근길에 나가보니 대문 밖에 세워두었던 나의 '애마'가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아, 이런걸 도둑맞았다고 하는거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푹푹 나왔다. 오토바이 값도 아까웠지만 그동안 손때도 묻어 나름대로 정도 든 오토바이였는데 그걸 도선생이 슬쩍 해 가다니.

그동안 TV에서 뉴스로만 듣던 오토바이 전문 털이범들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추측마저 들었다. 에이, 다시 찾기는 글렀구나 생각이 되어 씁쓸한 마음만 앞섰다.
"에이! 빌어먹을" 하면서 그날 근무하는 시간 내내 밤손님을 원망도 많이 하고 이젠 내것이 아니라고 마음 먹었지만 머리속엔 온통 오토바이 생각 뿐이었다. 

퇴근길. 시내버스를 타려고 타박타박 길을 걷다 보니 분이 풀리지 않아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도데체 도선생들은 그 좋고 비싼 고급 오토바이 놔두고 왜 쬐그만 중고 오토바이 한 대를 업어 간거야? 요즘 도선생들은 눈높이가 낮아진거야? 아니면 고가품 보는 눈이 삔거야?"라며 혼잣말로 소낙비 맞은 중마냥 투덜투덜...

'그래. 이놈의 오토바이는 어디선가 새 주인을 만나 찬바람을 가로지르고 이 도시를 뱅뱅거리며 돌고 있겠지? 옛날 주인은 까맣게 잊어버렸겠지? 그래, 잘났다 잘났어!' 이젠 애꿎은 오토바이한테까지 화풀이를 했다.
버스에서 내려 혹시나 하여 골목길을 두리번 살피면서 걸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고 이 놈의 날씨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운지.

어? 그때,'아니 이게 뭔가' 나의 오토바이와 아주 비슷한 것을 목격했다. 너무나 닮았다. '이거 내거 아냐?'하면서 다가가 보았으나 아니었다. '에이, 이젠 헛것까지 보이네' 하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밥을 차려주던 아내는 오토바이를 잃어버려 상심한 날더러 "어째요? 그게 없으니 주말에 나갈 일도 없겠네요?"라며 나의 의중을 살폈다.
"그러게... 참 내. 도둑들은 하고 많은 오토바이 놔 두고..."하면서 밥 숟갈을 뜨던 찰나 "아빠~"라며 아주 크게 부르는 딸내미의 목소리. 얼른 나와 보란다. 그리고 오토바이가 집 앞에 세워져 있다고 소리를 치는게 아닌가.

"뭐~어?"
딸내미의 외침에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보니.... 진짜 나의 애마가 맞았고 계기판 유리 위에 조그만 메모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나가는데 오토바이에 키가 꽂혀져 있어서 호기심에...그 대신 기름은 만땅꼬 채워놨습니다"라는 사과문.

만땅꼬?  그게 일본말이라 잘 안쓰는건데 그렇게 써 놓은걸 보니 아마도 청소년 아이들이 장난삼아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군지 몰라도 아무튼 고마웠다. 잠시나마 남의 것을 허락 없이 빌려(?) 썼다가 미안한 마음에 기름까지 가득 채워서 갖다 놓은 센스에 그동안의 씁쓸하고 우울했던 기분이 싹 가셨다. 

그래, 아직도 세상에 양심은 살아있구나 싶었다. 서둘러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가져간 물건을 제자리에 되돌려 놨으니. 
'담부턴 나도 열쇠를 꼭 빼 가져 가야지. 나한테도 책임이 있는거야...'라면서 내 물건 제대로 아껴보자는 다짐도 가져 보았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