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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아 가지고 온 날
2012-09-14 10:35:11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10:35:1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지금은 시민기자가 한달에 한번정도, 모 시설에 가서 조그만 보탬이라도 될까 싶어 봉사랍시고 약간의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엔 너무 미미하지만.

그나마 내가 이런 보탬을 할수 있었던 것은 작은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전에 충남 아산의 언니네 집에서 한동안 머물던 적이 있었다. 당시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매주 한차례씩 모 유치원의 장애아들이 모여 공도 차고 야외 활동을 하며 노는게 보였다. 

그런데 운동장 앞에는 자원봉사자 도우미를 구한다는 푸랑카드가 걸려 있었다.
자기 자녀를 부모가 돌보면 될텐데 무슨일일까 궁금했다. 아니면 부모님들의 가정 형편이나 사정이 어려워서, 부모님들이 모두 돈 멀러 나가야 할 경우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의외의 대답을 주셨다.  엄마가 나오면 아이들이 떼를 쓰고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장애 치료에 도움이 안된다고 알려준다. 
아하.... 그랬구나!  순간 나의 무지함과 편견이 부끄러웠다. 
장애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의 배려와 깊은 뜻을 그제사 헤아린 나는 그 다음주에 용기를 내어 자원봉사 도우미를 자청했다. 아이 둘을 키워본 엄마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게 내가 봉사라는 것에 처음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날 아이들과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데 언어장애로 말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녀석들의 고집은 무척 셌다.  맑은 눈에 비친 꽃과 나무와 냇물이 흐르는 세상이 그렇게 좋은지 천방지축 맘대로 뛰어 다녔다.  
그러다가 공원을 벗어난 도로까지 달려 갈 양이면 위험하다며 얼른 쫓아가서 말리는데, 아이는 바닥에 드러눕고 고집을 피웠다. 

그래도 안된다고 말리면 '아줌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볼테요?' 하는 표정으로 끝까지 버틴다. 맘속으로 "그래, 욘석아! 성질 급한 나에게 네가 인내심을 길러주는구나!"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돌아설 때까지 기다림을 배우게 되었다. 

짧은 순간에 머리 속으로 내 아이들을 생각했다. 집에서는 내가 안된다는 일에 우리 애가 이렇게 고집을 피웠다간 벌써 고함을 꽥 질렀을텐데… 앞으론 내 아이들에게도 기다려 줄줄 알고, 이해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아이들 덕분에 나도 중요한 인생 공부를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왼종일 그 귀여운 녀석들과 함께 한 시간에 보람을 느끼면서 '아, 사람들이 그래서 봉사를 하는구나' 하는걸 깨닫게 되었고 그게 지금도 내가 작지만 조그만 마음의 보탬을 나눌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됐다.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아 가지고 온 날_1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아 가지고 온 날_1

얼마전 일이다.
시내에 나갔다가 수원역쪽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앞에 택시가 한대 섰다. 택시에서는 한 남자가 내리고 이어서 다른 여자분이 내리는게 보였다. 그 직후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운전기사 아저씨가 급하게 나와 뒷쪽으로 뛰어갔다.

승객의 짐을 내려주나보다 했는데 이 기사님은 남자 승객과 여자 승객의 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팔을 잡아 부축하면서 지하철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앗! 
자세히 보니 두 승객 모두다 앞이 안보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요즘 택시들도 손님이 없어서 1분이라도 빨리 손님을 찾으러 움직여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 기사님은 시각장애인인 그분들을 아예 수원역 지하철 입구 안에까지 모셔다드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가지고 있던 휴대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 인터넷에 올릴까 생각도 했지만 나의 행동이 되려 기사님의 순수한 선행에 누가 될까봐 참았다.

문득 나의 자원봉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기사님의 행동은 이미  몸에 익은 봉사정신 같았다. 시간을 짬내어 도우미로 나섰던 나와 다르게 자기의 영업시간을 축내면서까지 장애인 손님을 내려주신 택시 기사님.  정말 존경스러웠다.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아 가지고 돌아오는 길 내내 달콤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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