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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산에 올라
2012-09-14 11:27:04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11:27:04 작성자 : 시민기자   최종훈

 

온가족 산에 올라_1
온가족 산에 올라_1

지난 주말,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포천 명성산에 올랐다. 원래 산을 좋아 했었고 이번엔 오랜만에 좀 먼 곳으로 코스를 택한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빼놓지 않는 주말계획으로, 꼭 산에 한번 가고 싶었는데 그동안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것을 마침 시간이 나길래 일정을 잡아 출발한 것이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편안하게 쉴수 있는 토요일이니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실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억지로 산행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의례히 그래왔던 것처럼 방에 앉아 공부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밖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며 머리를 정화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걸 알려준 터라 아이들도 그다지 싫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의 산과의 추억은 약간 유별나다.
둘째 아이가 어릴 땐 내가 등에 업고 산에 올랐고, 눈이 오는 날이면 아이젠을 챙겨 겨울산행을 즐겼다. 또 코스가 좀 섭섭하다 싶으면 랜턴을 켜고 야간산행을 할 때도 더러 있었다. 어른들에게도 험하다는 코스도 아이들은 너끈히 넘어줬고, 줄을 잡고 암벽을 타야 하는 코스가 있다면 아이들의 산행은 두 배로 즐거워졌다. 이들의 하루 평균 산행은 대략 15㎞ 정도. 소요시간은 6~7시간이다. 빨리 오르고 내려오려는 산행이 아닌 만큼 산에서 밥도 먹고, 이곳 저곳 둘러보며 더러 낮잠을 잘 때도 있다.

부부가 공통의 관심사항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할 얘기가 많아지면서 얘기할 시간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아이들의 건강도 걱정 없다. 흔한 감기한번 걸리지 않고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산을 자주 다니다 보면 생기는 일종의 내공이라고나 할까. 

명성산 길.
산 어귀에 이르니 사방이 고요했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밤나무에 작은 새가 앉아있었다. 새의 무게 탓일까. 바람이 일었던 것일까. 슬슬 알밤에 붙은 살이 익어 무게를 감당치 못해 늘어지는 가지가 가늘게 떨고 있었다. 방해하지 않으려고 몸을 낮추니 흠씬한 가을 산 흙내음이 그대로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등산로 길가에 늘어 서 있는 수목들을 비켜가며 걷는데 눈앞에 펼쳐진 짙푸른 녹음이며, 함께 걷는 아내와 아이들의 가뿐한 숨소리며, 그 건강한 호흡에서 나오는 삶의 활력소며... 어느것 하나 기분좋지 않은게 없었다.
언제 봐도 좋은 것이 산과 바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다보다는 산을 더 좋아한다. 

내가 등산을 즐기게 된것은 어느 지인의 충고 덕분이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왔던 몇 년전 겨울,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지인 한 분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은 내게 "이 사람아! 자네는 음기가 너무 부족하네. 인간은 음양의 조화가 잘 맞아야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찾을 수 있는거야."라고 하셨다. 나는 "음기라면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면 많이 있잖아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분은 "뭐라고? 이 사람아!"라며 서로 웃고 말았다.  양기라면 천(天)기이고 음기라면 지(地)기인데 요즘 땅을 밟고 사는 현대인들이 어디 있던가?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욕구로 가득 채워진 요즘 사람들은 모두 너무 양기가 충만해서 음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e수원 뉴스 기자님들이나 독자님들 모두 대부분이 아마 하루종일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만 밟고 사실 것이다.

그 분은 내게 "땅을 밟고 살아야 되네. 하루 중 막 해가 뜨기 전, 막 해가 지고 난 다음의 음기가 제일 강해서 그 시간이 좋은데 이왕 땅을 밟을 바에야 산이 더 좋지 않겠나?"라고 하셨다. 평소에 산이 좋아 등산을 자주 해왔던 터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후부터 산을 즐기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언젠가 백두대간을 탈 것이라고 한다. 물론 대찬성이고 내가 옆에서 지켜줄 것이다.
"제가 친구들에게 백두대간 종주는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땅을 밟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 얘기를 듣곤 친구도 따라가면 안되겠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아들놈의 대견한 말이다.

아내는 산행에서 돌아오고 나면 잊지 않고 산행기를 메모해둔다. 언제, 어디를, 어떤 코스를 다녀왔는지, 또 과정 과정마다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꼼꼼하게 기록해 두고, 사진을 첨부해 둔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둔 산행기를 모아 나중에 아이들에게 남겨줄 요량이다. 그것도 하나의 교육이며 성취감과 함께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훌륭한 학습자료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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