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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른 이에게 행복 주는 사람이고 싶다
2012-09-20 11:34:08최종 업데이트 : 2012-09-20 11:34:08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어머, 아직도 옥수수가 있네. 이제는 끝물인가 봐요? 그쵸? 와, 벌써 호박 말랭이가 나왔네. 참 희고 때깔 이쁘다. 오늘은 많이 파셨어요?" 
한창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기며 골고루 다듬느라 분주하던 노점상 야채 장수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엉, 왔어?" 
아주머니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손은 계속 고구마 줄기를 다듬고 있었다. 

"에고, 좀 쉬었다 가야지. 저 여기 앉아도 되죠?"
나도 아주머니 옆에 쪼그려 앉아 그 고구마 줄기를 다듬기 시작했다. 
"아이고, 왜 그려? 냅둬. 손 다 버려." 
아주머니는 비닐봉지 아래에서 작은 방석 하나를 꺼내 얼른 내 엉덩이 밑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나도 다른 이에게 행복 주는 사람이고 싶다_1
나도 다른 이에게 행복 주는 사람이고 싶다_1

지동시장에 간 지난 일요일 낮. 그래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손님들이 북적거릴줄 알고 갔었다. 내가 지동 시장에 가면 꼭 단골로 찾아가는 길가 채소 노점상 아주머니네부터 들렀던건데 손님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요새는 손님들 좀 있어요?" 
내말에 아주머니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손님들이 별로 없어. 붕어빵이라도 구워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해 봤다니까" 하며 웃으셨다. 
채소 장사를 하시면서 붕어빵 장사까지? 물론 쉬운 일은 아닐텐데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하셨을까 싶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웃음이 나오세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럴수록 웃어야지. 안된다고 속 끓이면 뭐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겄지." 하며 아주머니는 얼굴가득 웃음을 띠우셨다. 
비록 점포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값비싼 물건들이 늘려져 있는 노점상도 아닌, 그저 평범하게 우리네 식탁에 올라가는 채소 몇종류 놓고 파시는 아주머니지만 늘 웃음을 잃디 않고 사신다.

항상 편하게 웃어주고, 손님을 맞이해 주시는 그 아주머니가 좋아 나는 지동시장에 갈때마다 꼭 그 노점상을 찾는다.
오늘도 이런저런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묵이 한켠에 놓여 있었다.
"어머, 묵이네. 이젠 묵도 파세요? 지난번에는 없었잖아요." 
"엉. 우리 동생이 시골에 살잖여. 장사가 시원찮다고 했더니 동생이 묵을 만들어 팔아보라고 하면서 지난번 묵 가루를 보내 왔더라구. 맛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잘 나가네."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저도 두덩이만 주세요" 
"두덩이나? 그걸 다 뭐하게? 한덩이면 되잖여. 일부러 많이 살라구 그러지마"
"아니에요, 저만 먹을수 있나요. 이웃집도 한 덩이 주려고요. 싸주세요"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아주머니가 손님을 맞고 있는 틈을 타 나는 옆 가게에서 냉면 두 그릇을 샀다. 아주머니는 냉면 값을 주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냥 드세요. 제가 먹고 싶어서 산거예요." 
우린 둘이 앉아서, 마치 친 엄마와 딸처럼 앉아서 냉면을 먹고 일어서는데 아주머니가 봉지에 묵을 담고 계셨다. 
"이거 그냥 가져가. 돈 안받을껴. 제법 맛있을 거야. 진짜배기거든." 
돈을 건네는 내 손을 한사코 뿌리치던 아주머니는 무 옆에 놓여있던 무청까지 건네주며 내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보다는 젊은 내가 힘이 더 세다. 내가 이겼다. 묵값을 쳐 드리고 결국 무청은 공짜로 얻은셈이 되었다.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내내 행복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내가 가는 재래시장은 늘 내 마음의 고향이다. 어릴적에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아주머니는 아들하고 둘이 사는데 아들이 막노동을 하다 허리를 다쳐 집에 누워있다고 했다. 아주머니도 몸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아주머니가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벌써 몇 달전에 장을 보러 갔다가 그곳에서 채소를 팔고 있던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그 뒤로 나는 아주머니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그 무엇보다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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