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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호박고지 말리는 향기가 솔솔
2012-09-17 15:38:24최종 업데이트 : 2012-09-17 15:38:2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승화

우리나라는 야채를 볶거나 데쳐서 만드는 나물 요리가 많다.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나물에는 쑥, 냉이, 달래, 씀바귀, 두릅, 취나물, 머위, 돌나물, 참나물, 봄동, 원추리, 돌미나리 등이 있으며 여름나물은 비름 나물, 우엉, 더덕, 우산나물, 우엉잎, 모시대 등이 있다.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 도라지가 나기 시작하고, 고사리, 고구마순, 다래, 가지, 아주까리, 토란줄기, 연근 등 먹을 야채들이 더욱 풍부해진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는 야채들이 귀해지기 때문에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먹거나 여름이나 가을에 저장해두었던 야채들을 먹게 된다. 

이러한 음식 문화를 보기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지혜의 문화로써 대표적인 것이 염장문화이고 또 그것들 중의 으뜸이 김치이다. 

김치문화는 세계에 널리 알려진 문화인만큼 그와 더불어 이러한 나물을 저장하는 말리는 문화가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먹을 것이 없는 시기에 먹기 위해 말리는 나물은 고사리, 호박, 무청, 고구마 줄기, 취나물 등이 있다. 

교회를 다녀오는 길에 아파트 1층에서 빨래 건조대를 주차장 한쪽에 놓고 뭔가를 말리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차에서 지나가며 보니 애호박을 잘라 말리는 것이었다. 애호박을 말리는 냄새도 솔솔 나서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러한 도심에서 아직 이렇게 직접 애호박을 잘라 말리는 사람이 있다니 신기했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봉지 안에 넣은 각종 말린 나물들이 나와 있다. 그래서 이렇게 수고롭게 말리는 광경이 새삼스러웠던 것이다. 

도심에서 호박고지 말리는 향기가 솔솔_1
도심에서 호박고지 말리는 향기가 솔솔_1

차에서 내려 아들에게 "이건 호박인데 나중에 추운 겨울에 먹으려고 지금 이렇게 잘라서 빨래 줄에 넣어 말리는 거야~"설명을 하니 할아버지 한분이 나와 근처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데 요즘 애호박이 많이 열려 다 먹을 수 없이 이렇게 잘라 말리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어렸을 적에 보고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라 구경하고 있다고 하니 할아버지께서도 웃으셨다. 

이렇게 말려 놓은 호박고지는 나중에 먹을 때 물에 가볍게 씻어 먼지를 없앤 후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쯤 지나면 부드러워지는데, 너무 따뜻한 물에 불리면 여려서 풀어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한다. 

부드럽게 불려졌으면 건져서 물기를 꼭 짜고 참기름과 깨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조물조물 무쳐서 양념해 둔다. 쇠고기는 얇게 저며서 양념한 후 같이 볶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호박고지만 볶는 나물을 더 좋아한다. 순수 호박 향을 더욱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는 호박고지나물은 정말 맛있다. 

물론 제철에 먹는 음식이 더욱 맛있지만 먹지 못하는 시기에 먹는 호박나물이라 그런지 심리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 한겨울에 마트에서 사먹는 수박 맛이나 아이스크림 맛처럼 말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겨울에 먹을 것이 정말 없는 시기였으므로 그 맛이 얼마나 더 꿀맛 같았을 까? 미루어 짐작이 된다. 지금은 먹을 것이 풍부하지만 옛 그 나물의 맛을 잊을 수 없어 이렇게 아직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로써 마트에 가서 구입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사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조상들은 이러한 나물이 풍부한 계절에 먹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풍부한 겨울을 나기위해 번거롭지만 더 따서 말리고 저장했던 조상들의 부지런함이 존경스럽다. 

우리도 이러한 조상님들의 근성을 본받아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지금에 안주하고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과 동향을 미리 잘 예측하고 지혜롭게 대처해나가기 위한 대책들을 철저히 세우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승화, 호박고지, 나물, 말리기, 저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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