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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손톱에서 느끼는 단상
손톱은 마음의 거울 관심과 애정 갖기
2012-09-21 10:46:45최종 업데이트 : 2012-09-21 10:46:4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절친한 지인이 요즘 내가 울적해 보인다며 자신이 다니는 숍에 회원권을 끊어두고는 나를 끌고 갔다. 개인적으로 혼자 손톱에 이것저것 바르는 것은 즐겨 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발라 주는 것은 또 좋아한다. 저렴한 가격에 큐티클 제거부터 노랑, 연두 알록달록한 색으로 손톱을 칠하니 내 마음에도 밝은 색 물감들이 쏴아 번졌다. 기분전환 완료.

다음날 학생들이 내 손톱을 보고는 난리가 났다. "선생님, 오늘 남자친구 만나요? 웬일로 매니큐어를? 손톱 너무 예뻐요." 천연덕스럽게 구는 아이들부터 심지어는 매니큐어를 빌려 달라는 아이까지 생겼다. 평소에 너무 남자처럼 하고 다녔나 반성까지 하게 되면서 괜스레 머쓱해지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손톱에서 느끼는 단상_1
아이들의 손톱에서 느끼는 단상_1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학생들의 손톱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들의 손이 제대로 된 손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손은 있는데 손톱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그날 아이들은 내 손톱을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손톱을 구경했다. 아이들은 신기하다고 웃고 있는데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몇몇은 피까지 고일 정도였다. "아프니?" 라고 물어보니 더 신기한건 안 아프단다. 심지어 없는 손톱에 사인펜으로 색칠까지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적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 당시 내가 왜 물어뜯고 있는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문적인 연구가 크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는 가장 큰 이유는 긴장이나 불안 때문이라고 한다. 아기가 젖을 빨면 마음이 편해지듯 불편해진 마음을 입으로 달래보려는 것이란다. 또한 공격적인 감정의 표출수단 일수도 있단다.

문제는 쉽사리 고치기가 힘들다는 점에 있다. 왜 손톱을 물어뜯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소아 정신과에서 제안하고 있는 방법은 여자 아이들의 경우 손톱에 봉숭아물 들여 주기, 손톱을 가족과 함께 깎기 등이 있었다.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방법은 어떠한 상황에서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는지 지켜보고 기록하고 일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아이에게 보이는 관심과 애정이 답이 아닐까 싶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적게는 2개, 많게는 4-5개의 학원을 다닌다. 그러고 나서는 쌓인 숙제를 하고 잠이 든다. 흙을 밟고 뛰어놀 시간이 없는 것이다. 어른들이 정말 중요한 우선순위를 망각하면서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손톱은 마음의 거울이나 다름없다는데 가장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에 병이 들어가고 있다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손을 찍어서 사진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 한 장으로 많은 것을 표현 할 것만 같다. 그 사진들이 어른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길 바라면서 아이들의 손톱을 쓰다듬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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