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님과 나눈 세상사 이야기
2012-09-21 12:16:19최종 업데이트 : 2012-09-21 12:16:19 작성자 : 시민기자 남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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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나와 천천동 택지지구를 거쳐 수원역 앞을 지나야만 하는 출장 코스, 그리고 영통 쪽에서 나와 버스터미널 옆을 지나 1번국도 4거리를 거쳐 다시 수원역 쪽으로 방향을 잡고 회사로 들어가는 코스. 이 두 가지가 시민기자의 업무상 자주 다니는 구간이다. 택시 기사님과 나눈 세상사 이야기_1 그 덕분에 기사님과 나와는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다. 기사님은 그래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부장까지 하시다가 자의반 타의반 그만두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물론 택시를 한지는 2년도 채 안되셨다고 한다. 그러나 택시를 해보니 늘 앉아 있는 게 약간 힘들 뿐이지 이것도 적성에 맞더라 하셨다. 처음에 택시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형제들도 모두 말리셨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직장이나 직위 같은 게 무슨 대수냐 싶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시작한 건데 아직은 충분한 체력이 받쳐 주었기에 열심히 운전 하면서 또는 세상을 배우면서 길을 달리노라 하셨다. 그리고 택시 운전을 하다 보니 사회의 모든 구석구석을 체험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택시 기사님은 항상 달리는 정보통이다. 온종일 라디오를 들으면서 온 나라 세상 소식을 다 듣는 것은 물론이고, 택시 안에 탄 수많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듣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고위직 공무원, 대기업 간부, 바람난 가정주부, 대학생, 술집 여자, 사업가, 정치인, 심지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절도범을 태울 수도 있고... 이런 온갖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나다 보니 성격 또한 희한하게 변하게 되더란다. 즉, 어느 손님의 말에 기사님 본인의 의견과 다르다 하여 운전 중에 논쟁하거나 말이 길어지면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심지어 싸움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귀는 열려 있으되 입은 가급적 닫고 살며, 세상에 경천동지할 난리가 쳐도 늘 듣고 웃어줄 뿐, 기사님의 의견은 그저 "네, 네"가 전부란다. 밤길을 달리고 사고의 위험 속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신경도 예민해지면서, 또한 한편으로는 그래서 의외로 더 차분해지더라고 했다. 택시 기사 생활 겨우 2년이지만 그동안 체험한 일들을 글로 쓴다면 책 몇 권의 분량은 나올 것이라니. 이분은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을 별 것 아닌 듯이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릴 때 기사님은 "운전이 서툴러서 늦지 않으셨습니까"라며 내 걱정까지 해 주었다. 기사님의 인생의 여유가 느껴졌다. 40대 중반만 넘으면 직장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하는 사회이다. 나이를 먹으면 변화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예순, 일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시는 용기와 열린 마음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한때 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구가사회발전의 중추가 되었었고, 지난 세월을 현명하게 살아온 지혜와 가치관을 바탕으로 또 다시 제2의 직업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마음의 여유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이런 분들의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와 마인드가 작은 일에도 가치관이 흔들리는 우리 사회에 중심으로 우뚝 서 주었으면 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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