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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하고 송사리도 잡고
자연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줄어 드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2013-09-02 12:45:27최종 업데이트 : 2013-09-02 12:45:2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난 고향이 시골과 도시의 중간정도 되는 곳이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말 그대로 밭과 논이 펼쳐진 시골이었다. 지금은 고향이 많이 성장발달 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지금도 여전히 외곽지역으로 나가면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주말에 벌초를 다녀 왔다. 물론 내가 가서 할 일은 없었지만, 겸사 겸사 내가 어릴 적 태어나 놀던 곳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이런 시골의 경치와 냄새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명절 때나 벌초를 하러 산소에 가면 그 주변 풀밭이나 도랑에서 개구리와 송사리를 잡아서 종이컵에 넣어 집에 가지고 왔었다. 

그러다가 바보같이 집에서 며칠을 키우다가 개구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적도 많았고, 어린 마음에 그 조그만한 송사리를 집에 있는 대형 수족관 속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라며 넣은 적도 많았다. 아마 큰 물고기들이 송사리들을 다 잡아 먹었을 것으로 짐작 된다. 그런 무모한 짓을 행하던 어린 시절을 추억삼아 오랜만에 온 고향은 뭔가 개발 도상국의 느낌이 났다. 

아직까지 아버지의 일가친척들이 터전을 잡고 사시고 계셔서, 겸사겸사 과일이나 음료수를 사서 들르곤 하는데 주변에 개발이 되긴 했지만, 송사리를 잡을만한 작은 개울 같은 곳은 한 두군데 찾아 보면 겨우 있다.
예전에는 정말 많았는데,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송사리를 잡는데 어린 조카 하나를 데리고 갔다. 
15년 전만 해도 돌덩이를 걷어내면 신기한 생물체들이 기어가곤 했다. 종류도 다양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 강산이 한번은 변해서일까? 예전의 시골은 분명히 아니었다. 

벌초 하고 송사리도 잡고_1
벌초 하고 송사리도 잡고_1

그나마 작은 송사리 떼만 조금씩 보이는데, 내가 보는 것들이 송사리가 맞는 것인지도 분간이 솔직히 안갔다. 조카는 그저 작은 물고기라고 지칭하는 것들을 가리키며 신기해 한다. 
이렇게 송사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의 범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담으로 내가 살던 고향은 예전에 6.25가 발발했을 때도 북한국의 침입이 거의 없었던 곳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왜 침입이 거의 없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었던 곳으로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개구리들도 무진장 많았고, 개울가도 잘 보여서 사촌오빠들과 산을 타면서 곤충채집도 하고 물고기들도 잡기도 했다. 그런 아련한 추억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지만,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나를 위해 열심히 물고기들을 잡아주던 사촌오빠들과도 일년에 한 두 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낼 뿐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뿐이다. 추억 속에 송사리 잡기를 하면서도 예전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내가 잘 못잡기도 했지만, 송사리를 잡아야 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외로움도 컸고, 주변 환경도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어린 조카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 위해 몇 마리라도 잡자고 결심한 끝에 종이컵에 몇 마리를 어렵게 잡아서 조카에게 보여줬다. '우와우와'를 연발하며 그 작은 물고기들이 물 속에서 헤엄 치는 것을 보고 좋아했다. 

만져 보려고 종이컵 물 속에 손을 담그기도 하고, 송사리 떼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배배 꼬는 것이 웃겼다. 나도 어렸을 때 사촌오빠들이 개구리를 잡아주면 신나고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물고기 공부를 하다가 또 지겨워졌는지 집으로 가자며 손을 이끄는 바람에 잡은 송사리들을 다시 개울가에 놓아 주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들과 함께 시골에 와서 송사리 떼를 잡으면서 자연환경을 공부하는 날이 올지 의문이지만, 욕심 같아선 꼭 왔으면 좋겠다. 15년 전의 청개구리들과 가재들을 잡을 순 없지만, 지금의 이 상태에서 큰 환경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송사리를 보기 힘든 것 같아서 아쉽다.

그리고 심히 걱정이 된다. 점점 자연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 들텐데, 머지 않아 10년이 지나 이곳에 왔을때는 지금 남은 자연 환경 마저도 콘크리트로 메꿔져 있을 것 같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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