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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년생 딸아이의 이삿짐
2013-09-02 16:37:55최종 업데이트 : 2013-09-02 16:37:55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지금 대학교 1학년인 큰 딸아이가, 1학기 동안은 통학을 했었는데 2학기에는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생활하게 되었다. 
딸이 다니는 학교가 충청남도 공주에 있는 관계로 오고가는 시간만 4~5시간이 걸리고 교통비도 만만치가 않아 그동안 몸도 피곤하고 돈도 많이 들고 그랬기 때문이다. 

입학하고 대학생활을 시작 하면서부터 무슨 학교 행사가 그리도 많은지 막차시간에 맞춰 매일 뜀박질하며 다니더니, 차츰 친한 친구들이 생기면서는 친구 집에서 자는날도 점점 늘어났다. 
아파트를 얻어서 혼자 사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네 집에 또 다른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우르르 몰려가서 놀고, 먹고, 자고 하는 것이다. 외동딸인 그 친구는 혼자 외롭게 있는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좋은지 오히려 자기네 집에서 같이 살자며 붙잡기도 하는 것 같다. 

1학기 동안 한 무리의 아지트역할을 하던 아파트는, 주인인 친구가 수능을 다시 본다며 휴학을 하고 기숙학원에 들어가면서 딸 친구들의 아지트도 사라지게 돼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어차피 2학기동안 비어있는 집이니까 친구들이 들어와서 살아도 된다고 해서 아이들이 들떠 있었는데, 여러 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있어 그 방법은 취소가 되었고, 함께 모여 살 생각에 들떠있던 아이들은 아예 집을 얻는쪽으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는 방학동안 자기들끼리 알아보고 다니더니 원룸 하나를 계약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딸아이는 집에서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친한 친구들이 함께 살자고 하니까 그것도 마음이 쏠리는지 결국은 아이들 4명이 원룸 하나를 얻어 함께 사는걸로 결정하고 계약을 했다. 그중에 한 명은 시내버스로 15분거리에 집이 있음에도 함께 살겠다고 합류를 했단다. 

돈을 지불하고 열쇠를 받아든 다음날부터 4명이 모여서 청소를 하고 앞으로 살아갈 계획들을 짜느라 바쁘다. 딸아이는 개강 며칠전부터 필요한 품목들을 메모하면서 챙기기 시작한다. 
사람사는데 필요한 것은, 혼자 사나 여러명이 함께 사나 수량만 차이가 날뿐 품목은 다 갖추고 살아야 하니 챙겨야할 짐이 끝도 없다.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쌓아둔 짐이 거실 한켠에 수북하다. 공동으로 사용할 품목들은 서로 돈을 걷어서 함께 사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만 챙기는데도, 이것도 저것도 하고 넣다보니 작은 이삿짐이 만들어진다. 

드디어 개강 하루 전인 일요일, 딸아이의 짐을 챙겨들고 공주를 향해 남편과 나, 딸, 이렇게 세 식구가 길을 나선다. 딸아이가 입학한 학교를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아이의 짐을 실어다주면서 처음으로 가보게 되니 아이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9월의 첫날, 8월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바람이 와 닿는다. 끈적거리고 습하고 눅눅한 8월의 바람과는 다른 살짝 건조한듯한 선선한 바람이 열려진 차창으로 기분좋게 들어오고, 우리 세 식구는 이제 막 시작된 가을을 느끼며 서로 아무말이 없다. 
처음으로 아이를 내 품에서 떼어놓아야 하는 나는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하고 안쓰러워 말이 없고,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역시 말이 없고, 딸아이도 조용해서 돌아보니 아예 길게 누워 새근새근 곤하게도 자고 있다. 

대학 1년생 딸아이의 이삿짐_1
딸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살 집
 
드디어 금강이 흐르는 공주에 도착해서 아이가 살게 될 집을 처음으로 구경한다. 그야말로 원룸이다. 4명의 다 큰 딸들이 생활하려면 조금은 비좁고 불편할 것 같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신났다. 좁지만 베란다도 있고 세탁기, 에어컨을 비롯한 가전제품들도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어서 불편한대로 지낼수는 있어 보인다. 
벌써 전기 밥솥에 미니 오븐까지 갖다놓고 지난번에 모여서 사다 놓은 그릇들이며 세면도구, 청소용품들까지 갖추고 있어 제법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딸아이는 평소 집에서도 요리하는걸 좋아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잘 만들어먹고 나름의 창의성도 발휘해서 새로운 메뉴 개발도 잘하는 편이라 먹고 사는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또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야무지고 똑똑해서 계산법도 확실한 것 같다.
내가 쓰는 것은 내가 계산하지만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은 공평하게 서로 부담을 나눠 갖는걸 보면, 인정머리 없어 보일때도 있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훨씬 지혜롭고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좁은방에 4명의 살림살이들을 놓고 쓸려면, 함께 모여서 짐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짐만 올려다주고 학교구경에 나섰다. 

대학 1년생 딸아이의 이삿짐_2
공주대학교 입구
 
지방대학이라 뭐 볼게 있을까 했는데, 학교 앞으로 형성된 상가들은 여느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번화하고 대학가 분위기를 맘껏 발산하고 있었으며, 대학캠퍼스도 꽤 넓어 차로 이곳 저곳 둘러보니 이제야 딸아이의 학교생활 하는 모습이 조금은 그려진다.
저녁을 먹고 공주를 흐르는 금강으로 산책길에 나선다. 강 건너 공산성은, 성을 따라 밝혀진 불빛들이 한층 멋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강변에 조성된 운동장에서는 컴컴한 저녁시간인데도 밝은 조명아래 축구에 열심인 사람들과 트랙을 따라 저녁운동중인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축구장 옆으로는 야구장이 있는데, 공주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장 눈에 많이 띈 현수막이 야구에 관한 것이었다.

대학 1년생 딸아이의 이삿짐_3
불 밝힌 공산성과 금강
 
그중에서도 공주고등학교 야구부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는 현수막이 가장 많았는데 금강변에도 야구장이 있어서, 공주는 야구를 사랑하나보다 라고 딸에게 물어보니 바로 박찬호선수가 공주고등학교 출신 이라서 그렇단다. 이제는 딸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노파심 많은 엄마는 딸에게 계속 당부한다. "어울려서 놀때는 좋기만 하지만 막상 함께 살다보면 친구들끼리 의견차이도 날것이고 서로 못마땅한 부분도 보일 것이다. 
그래도 서로 지혜롭게 잘 이겨내고 너무 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밥하기 귀찮다고 라면에, 사먹는 간식으로 끼니 때우지 말고...." 하지만 현명한 딸을 믿는다. 

집앞에서 딸을 꼭 안아주고 현관으로 들어가는 뒷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주책없이 눈물이 막 쏟아진다. 이제 21살. 다 큰 딸인데도 떨어뜨리고 오려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누구보다 야무지고 지혜로운 딸이 또 다른 식구들과의 생활을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 

대학 1년생 딸아이의 이삿짐_4
딸의 점심식사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쌀밥에 여러 가지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사진과 함께 집이 있으니까 이제는 점심도 집에서 밥을 해먹을수 있다며 잘하고 살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어느새 쑥 커버린 나의 딸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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