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들꽃처럼 소박한 행복을 누린 주말
2012-09-09 02:42:36최종 업데이트 : 2012-09-09 02:42:36 작성자 : 시민기자   이기현

우리에게 추억이란 무엇일까. 어떤 시에서 보니 추억이란 잊어버리려 해도 잊을 수 없어 평생토록 꺼내 보고 꺼내 보는 마음 속의 일기장이라고 했다. 추억은 그래서 지나간 시간들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 그리움으로 인해.
주말에 모처럼 고향으로 차를 몰았다. 모교인 옛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10월에는 운동회를 하는데 이번 10월에도 추석 지난 2주 후에 모교 초등학교 운동회 계획이 있어 동창회 차원에서 지원할 방법과 기수별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고향으로 가는 국도변의 학교 몇 곳에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한 해 한 번씩 만나는 동창회는 동창들과 선후배들이 함께하는 자리여서 반가움과 설렘과 옛 추억이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들꽃처럼 소박한 행복을 누린 주말_1
들꽃처럼 소박한 행복을 누린 주말_1

지난해부터 동창회 준비로 바빴을 집행부 기수별 회장단의 노고를 생각하며 운동장에 들어서니 올해 임무를 맡은 선후배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벌써부터 가을 운동회를 시작한 느낌마저 준다.
특히나 동창회에서 뜻깊은 성금을 모아 좋은 일을 하는 중에 선뜻 큰마음을 내어 물질을 보시한 후배도 있어 더욱 대견하였다. 
보시란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깨끗한 마음을 모으는 데 더 큰 뜻이 있긴 하지만, 요즘 기업들 다들 힘들다 하는 그 와중에서도 열시히 일하고 피땀흘려 번 돈으로 조그마한 기업을 운영하는 후배가 50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아 모교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 학부모 모두 감사해 했다.

그렇게 큰 돈을 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 후배의 행동은 더욱 마음에 감동으로 와 닿았다. 적선을 하는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기쁨임을 그 후배는 일찌감치 알고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러했다. 

지금은 농촌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여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모교이지만 그래도 한때 80년대 초반까지는 꽤나 북적이고 많은 학생들을 배출한 모교였다. 
하지만 점점 도시화 되면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도시로 도시로만 빠져 나가 지금은 그나마 폐교 안된게 다행일정도로 학생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고향 어르신들의 노력과 학교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으로 근처 읍내에서도 시골로 찾아오게 만들어 모교는 여전히 숨쉬고 있어서 행복하다. 언제나 아담한 모습으로 변함없이 우릴 반겨 준다. 

어린 날 우리들을 품어주고 안아서 키워준 모교의 커다란 은행나무는 올해도 어김없이 우뚝 솟은 모습으로 모두를 맞아주었고 화단의 예쁜 꽃들, 돌 틈 사이 자란 들풀과 야생 초들 모두 꽃을 피우고 이제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모교를 찾아 멀리서 달려온 선후배 모두는 세월이 흘러 얼굴은 변해 주름진 훈장이 늘어났어도 마음만은 동심으로 돌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자연히 은사님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올 가을 우리 동기만의 모임에서는 은사님을 모시자는 얘기도 오고 갔다. 

초등학교 시절, 내겐 지금도 잊지 않고 감사드리는 선생님이 몇 분 계신다. 특히 6학년 때 은사님이셨던 그분은 편찮으신 어머니 병구완으로 진학을 포기한 친구 한명과, 급작스레 아버님이 돌아가신 또 다른 친구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10리 길 남짓한 자갈길을 자전거로 두세 번이나 찾아 가셔서 아이들의 중학교 진학을 허락해 달라고 하셨다. 

그중 하나는 뜻을 이루지는 못하셨지만, 나머지 한 제자는 결국 그 덕분에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도 장학생으로 간 뒤 지금은 대기업에서 중견간부로 우뚝 서있다. 
살면서 생의 고비마다 도움과 격려를 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스승님들.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고 더 나은 길로 성장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일 년에 한 번씩 찾게 되는 모교의 운동장에서 추억에 젖어 보며, 한아름의 들꽃처럼 소박하고 행복한 마음만 간직한채 수원으로 돌아왔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