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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 깊은 소나무 같으신 시어머님
2012-09-09 05:21:29최종 업데이트 : 2012-09-09 05:21: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순자

"너는 좋겠다. 너희 시어머니가 잘 해줘서"
"응, 사실 그래. 항상 고맙고 감사해. 너도 좀 잘해드려봐"
"난 잘 하려고 한다니까. 그런데 잘 안되네. 속상해. 직장 때문에 바빠서 일찍 못가는데다가 아버님도 장남이고 남편도 장남이고 외아들이기까지 하잖아. 손님들이 왼종일 발 딛을 틈도 없이 밀려든다니까. 친정에도 갈수 있으려나 몰라... 그래서 이번에도 시댁에 가기 싫다니까"

얼마 후면 추석이 다가온다. 친구와 전화 통화중 내게 좋겠다며 부러움을 표시한 친구, 그러면서 명절날 시댁에도 가기 싫다며 한숨부터 쉰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이상한 신조어가 생겼다. 그리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곧바로 유행어가 되었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 
추석이든 설이든 때만 돌아오면 여자들에겐 그 명절증후군이라는 병이 생긴다고 한다. 나의 친구도 그런 고민중 하나였다.

물론 명절때 적잖은 고생 하시는 주부들 있다. 그만큼 명절때는 할 일도 많고 뒷치닥꺼리도 많이 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젊은 주부나 시부모님 혹은 남편들이 서로간에 조금씩만 도와주고 이해하면 가장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될수 있는게 명절인데 왜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는지 안타깝다.

시민기자는 자랑 같지만 정말 나의 시어머님 덕분에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은 생소하다. 그리고 당연히 번번히 명절만 되면 고맙고 죄송하고 친엄마 이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세상에 우리 시어머님 같은 분만 계시다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은 당장 사라질것 같다.

시댁은 추석이 되면 큰집에 가서 명절준비를 하고, 어머님댁에 가서 다시 우리 가정에서 먹을 음식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이중 상차림 준비를 한다. 두번의 음식준비를 하고나면 피곤이 밀물처럼 들이닥친다. 
이미 오래전 결혼후 첫 추석 전날이었다. 

전날 직장에서 야근을 마친후 추석 당일 아침 서둘러 내려가 어머님과 함께 큰댁에 음식 준비하러 가기 위해서 어머님댁으로 들어 가려는 순간 먹음직스러운 음식냄새가 나는게 아닌가. 
나는 설마 하면서 집안에 들어가 보니, 아 글쎄, 어머님께서는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음식준비를 혼자서 다 해놓으셨던 것이다. 얼마나  민망하고 죄송스러웠던지.
"어머니, 이걸 혼자 다 하셨어요? 힘센 며느리 팔뚝 굵은거 다 아시잖아요"라는 나의 너스레를 그저 빙그레 온화한 웃음으로만 맞이하시는 시어머니.
"에미가 직장 다니느라고 피곤할텐데, 이런거야 집에서 노는 내가 해야지. 어여 거기 앉아서 이거 간 좀 봐라"

사실 요즘 직장 안다니는 주부들이 어딨나. 또 시어머니도 그런거 일일이 다 하시기에 힘드실거 뻔한데 굳이 내가 직장 다니느라 힘들거라며 이렇게 나를 이중으로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하신것을 나는 알수 있었다.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 온다. 그리고 그날 뿐만 아니라 결혼한 이래 지금까지  추석이든 설이든, 혹은 아버님 어머님 생신때든 항상 어머님이 미리 음식을 다해 놓으시고 며느리는 마치 손님 기다리듯 하신다.
이거야말로 시어머님과 며느리가 완전 뒤바뀐 일이니.

나를 늘 딸처럼 생각하시는 어머님의 그 깊은 사랑, 결혼후 지금까지 줄곧 그러시니  어머님의 그 며느리에 대한 사랑 덕분에 항상 가슴이 따뜻해 진다.  그러니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은 내게 생소하게만 들릴뿐이다.
요즘 시부모와의 갈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사례들을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들을 때면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민기자의 어머님처럼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시는 마음, 며느리는 시어머님을 나의 친정 부모님처럼 생각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있다면 시부모님과의 격차를 조금은 줄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게는 친부모님과 똑같은 시부모님이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셨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늘 그늘과 위엄을 함께 주는 연륜 깊은 소나무처럼.

연륜 깊은 소나무 같으신 시어머님_1
연륜 깊은 소나무 같으신 시어머님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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