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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홀리고 지동마을에 취한날
2012-09-09 12:59:11최종 업데이트 : 2012-09-09 12:59: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여느 해보다도 유난히 더웠던 2012년 여름이었다. 
더불어 폭우도 가세하면서 무던히도 우리들을 힘들게 한 해이기도 했다. 그랬었는데, 그 지난(至難)한 여름이 어느 날 우리 곁을 훌쩍 떠나는가 싶더니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성큼 와 버렸다.

토요일, 높디높은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퍼즐놀이를 하는 동안 지동교 상설무대에선 전통시장 토요문화공연 개막식이 있었다. 이에, 휴일의 넉넉한 마음으로 팔달문 주변시장도 구경하고, 공연도 보고 그리고 오랜만에 지동 골목길도 돌아다녔다. 

일명 '화성노을빛전망대'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제일교회 첨탑에도 올라갔다. 지동마을을 돌아본지 불과 채 한 달도 안 된 것 같은데,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마을은 리폼된 옷으로 갈아입으며 가을을 맞고 있었다. 

장도 보고 공연도 보고 'Fun Fun 토요일'

통계에 의하면 여전히 전통재래시장 이용자 수는 30% 정도의 수치에 불과하단다. 
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으뜸으로 치는 명절 추석(秋夕)을 3주 앞둔 가운데 팔달문 주변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사람들 맞을 준비는 되어있을까? 궁금하여 주말에 찾아가봤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지동시장을 위시해 영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 등 9개의 전통시장 상인회가 한마음이 되어 '찾고 싶은 전통시장-장도 보고 공연도 보고 Fun Fun 토요일' 개막식을 하고 있었다.

재래시장에 홀리고 지동마을에 취한날_1
전통시장 토요문화공연 개막식 모습

오후 3시, '팔달문지역 전통시장연합회'가 단단히 마음먹고 꾸린 프로젝트라는 것이 이미 입소문을 탔는지 너른 지동다리엔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유명한 가수와 명성 있는 M·C를 영입한 무대도 아니었다. 지동시장의 명물 합창단 '못골 줌마 불평합창단', 밸리댄스 '아사벨', B-boy 'Emotion', 퓨전 7080 보컬그룹 '어린음악대'와 체험부스로 마련된 스튜디오 사진촬영 'DSLR-나를 담다'등 오직 우리 지역예술가들과 함께한 무대였지만 주민들과 시민들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못골 줌마 불평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엔 감동의 박수를 쳐주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비보이팀 이모션은 요즘 전 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며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파랑색, 녹색, 오렌지색, 노란색의 정사각형 의자에 앉아있던 시민들은 좋아라하며 엉덩이를 연신 들썩였다. 새롭게 복원된 자연하천 수원천과 성곽으로 이어진 남수문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순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9월8일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다채로운 예술체험과 함께 즐거운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매 주마다 '지동시장의 날', '영동시장의 날', '팔달문시장의 날', '남문패션1번지의 날' 등 이름을 달리하며 우리네 일상 속 생활문화 공연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도 짜졌다. 
앞으로 이 공간은 '장도 보고 공연도 보고 Fun Fun 토요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수원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예감이 팍팍 든다. 아니, 이미 시동은 걸렸다. 이날 지동순대타운은 점심부터 늦은 저녁까지 연신 드나드는 사람들로 가득 들어찼음을 목격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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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지동순대타운을 찾은 사람들


지동마을은 지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중

지동마을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할 '화성노을빛전망대'가 곧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일명 '화성노을빛전망대'로 이름이 붙여질 예정인 제일교회 첨탑, 이곳이 지난 몇 달 전부터 수원화성의 성곽과 어우러진 도시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 중이다. 7층부터 13층까지 갤러리가 조성되고 전망대로 자리하기까지 안전과 미관 등을 위해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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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노을빛전망대로 탈바꿈중인 제일교회 첨탑내부

공사 진척도는 약 70~80% 쯤 된듯했다. 침침했던 내부는 밝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전망대로 오르는 철제계단은 관람자의 안전을 위해 보강 중이었다. 맑고 드높은 하늘아래 옴폭 들어앉은 수원이 어찌나 멋지던지, 구·신시가지의 현저한 차이까지 모든 경관이 꾸밈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약간의 바람을 맞으며 저 멀리 광교산을 위시해 사방팔방 트인 수원을 마음껏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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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에서 바라 본 수원화성과 시(市) 전경

첨탑에 올라 수원의 진면목을 마음속에 담았으니 이제부터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지동골목길을 돌 차례다. 지난 5월 좋은마을만들기 벤치마킹 일본답사 때에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신중진 교수님을 우연히 지동순대타운 앞에서 마주쳐 이번답사에 함께 나섰다. 
"어르신 사진 한 장만 찍을 께요."
"다 늙은 노인을 뭘..." 예를 표하며 골목길 사진을 찍는 신교수님께 마실 나온 동네 어르신들 그야말로 꾸임 없는 미소로 답한다. 

다 떨어져 나가고 글씨자체도 마모된 70년대 간판들이 새롭게 바뀌고, 외벽도 깨끗해졌다. 옹색하기만 했던 조그마한 가게와 문을 닫은 지 꽤 오래된 듯한 점포들도 하나 둘 문을 열었다. 아주 사랑스럽게 올망졸망 매력 있는 모습으로. 
"이제는 벽화사업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는 힘들어요. 정말 품격 있고 뭔가 특별한 공간으로 마을을 조성해야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런 면에서 이곳은 상당히 매력적인 동네인 것 같네요. 엇! 저기 석류 좀 봐요. 참 예쁘네요."라며 말을 이어가는 신교수님은 정말 이곳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안마당에 소담스럽게 활짝 핀 꽃들과 정원수에 반하고, 담벼락을 넘어온 참다래며 대추나무에 눈길을 떼기가 힘들만큼 예쁜 동네 지동마을이다. 여전히 미로 길처럼 펼쳐진 골목길은 계절에 충실한 표정을 지으며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반겨주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지동마을 놀이터 '핑퐁다방' 옆엔 '이웃공방'이 새롭게 문을 열고 지역민들의 삶에 바짝 다가왔다. 
이웃문화 사랑방 '이웃센터'엔 만화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쿵짝예술창작소'도 들어왔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셨다. 이제 지역민들과 이웃센터와 "쿵짝 쿵짝" 박수를 치며 관광객들을 유도할 차례다. 
그 아무리 좋은 동네 예쁜 마을이라도 사람들이 붐비지 않으면 죽은 마을에 불가하니. 불황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에 웃음을 주자. 우리네 재래시장에 홀리고 지동마을에 취할 수 있도록,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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