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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광교산이 있어 행복하다
광교산에서 받은 새의 노래 소리 선물
2012-09-15 13:37:21최종 업데이트 : 2012-09-15 13:37:21 작성자 : 시민기자   장영환
아, 광교산이 있어 행복하다 _1
아, 광교산이 있어 행복하다 _1

아주 이른 아침에 광교산에 올랐다. 세상 사람들이 잠이 살짝 덜 깬듯한 오전 6시부터 일어나 씻고 채비하고 7시께 물과 오이와 토마토 몇알, 그리고 간단한 구급약이 든 배낭을 들쳐 메고 지팡이를 챙겨 들고 나서는 등산 길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는 벅찬 감동이다.

가을로 가는 9월의 숲은 장엄하다. 서막이 오르기 전의 무대 풍경처럼 숲에도 고요가 흐른다. 긴 침묵을 깨고 어디선가 한 줄기 청아한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휘파람새 소리다. 청각을 타고 심장을 거쳐 발끝까지 전해지는 청량한 소리. 서막을 여는 어떤 음악처럼 긴 여운이 묻어나는 소리여서 좋다.

저마다 좋아하는 새소리가 있을 것이다. 나는 휘파람새 소리를 유독 좋아한다. 어떤 때는 애절하게 들리기도 하고, 평화롭게 들리기도 한다. 그 새소리에 매료되는 이유다. 
오래전 고향에서 어머니가 콩밭 매다 말고 허리를 펼 때 내는 '후여-'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의 소리는 나와 교감하기도 하고 감응하기도 한다. 그래서 행복을 느낄 때가 많다. 

어느 날엔가 텔레비전에서 자연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게 되었다. 새들의 생태를 기록한 영상물이었다. 
작은 새 한 쌍이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품기 시작한다. 비바람이 거센 날에도 꿈쩍 않는다. 드디어 껍데기를 깨고 어린 새끼가 나온다. 어미 새의 동작이 더욱 민첩해지기 시작한다. 포식자로부터 새끼 보호하랴, 먹이 물어 오랴 쉴 틈이 없다.

어미 새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둥지 주변은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지만 초조하고 두려운 기색이 역력하다. 어미 새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다. 누룩뱀이 둥지를 향해 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새끼들을 모조리 잡아먹어 버린다. 누룩뱀을 공격해 보기도 하지만 허사였다. 그 절망의 순간, 어미 새 울음소리는 나를 전율케 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 위주로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새의 소리는 그 때와 상황에 따라 그게 울음일수 있고 웃음일수도 있으나 우리는 그저 내가 기쁠 때는 같이 노래하는 느낌으로, 내가 슬플 때는 구슬피 우는 느낌으로만 받아들여 왔으니.

짝을 찾는 소리, 먹이를 찾는 소리에도 그런 줄만 알았다. 그 숲 속에서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살벌한 삶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내가 좋아하는 휘파람새의 아름다운 지저귐도 어쩌면 한 생명체의 생존에 관한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부터 내가 찾아 나선 광교산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여럿 모여 숲을 이루 듯, 크고 작은 생명체가 모여 큰 세상을 이루고 있지 않는가.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산은 나를 맞아주었다. 아주 넓디 넓은 가슴을 열어 제끼고 그 거대한 얼굴로 나를 안아주었다. 
등산길에 들리는 새소리 중에는 까마귀의 소리도 들렸다. 슬쩍 기분나쁜 느낌도 생겨났다. 이른 아침부터 듣는 까마귀 소리는 괜스레 뭔가 불길한 예감, 가까운 곳에 초상이 난다는 속설 때문일 것이다. 
생김새도 새까만 게 정감이 가지 않는 새다. 생김새 못지않게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새소리가 좋아 귀의 창을 열었다가도 그 소리가 싫어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들끼리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편견이다. 뭇 새들은 까마귀를 탓하지 않는다. 아침을 여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화음을 깨트려도 그만이다. 진정 평화로움이 어떤 것이고, 조화로움이 어떤 것인지 자연을 통하여 음미해 보는 시간이다.

요즘처럼 녹음이 완전 짙푸른 상태에서 슬슬 가을로 가면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는 9월께의 산속 뭇 새들의 지저귐은 상쾌함 그 자체다. 이때쯤의 새 소리는 봄에 짝을 찾아 나선 느낌과도 다르다. 
그리고 오늘 들은 새소리는 포식자에게 쫓겨 몸부림치는 그런 소리가 아니기를 바래 보기도 한다. 그저 반가운 광교산 손님을 맞는 안내자의 목소리이기를 바래 본다.
아침부터 광교산에서 이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선물을 받았으니 그 기분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새의 노랫소리를 모두 담아 와 집안에 확 퍼트리고, 온 가정에 늘 화목함만 가득하길 바라며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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