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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질서와 배려를 가르쳐준 어린 학생
2012-09-15 14:32:01최종 업데이트 : 2012-09-15 14:32:01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시민기자는 개인적으로 골프는 할줄 모른다. 다만 스포츠에 대한 상식으로 골프의 규칙만 약간 알뿐이다.
골프는 선수가 직접 스코어를 기록한다. 스코어를 속이든 말든 본인의 양심에 맡긴다. 그래서 대표적인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운다. 

이런 스포츠 경기가 또 있다. 테니스가 그런 경우이다.
동호인 테니스대회는 셀프카운트제도를 채택한다. 이는 선수 자신이 곧 심판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공인심판은 한정돼있고 대회는 많다 보니 일일이 심판을 둘 수 없는 현실적 이유가 크긴 하지만 어쨌든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을 기대한다. 

자연히 자신이 친 공이 분명히 상대코트에 들어간것 같은데 상대가 아웃이라고 한다거나, 서브의 폴트 여부 등을 가지고 싸울수 있는데, 그런 다툼이 잦다 보면 셀프 카운트 자체가 불가능하다. 셀프카운트라는 점을 존중한다면 상대가 부르는대로 일단 따라주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인(in)인것 같아도 상대가 아웃이라고 하면 아웃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스포츠에는 마음의 반칙이 있어서도 안되고, 상대방을 믿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양심을 최선으로 한다.
얼마전 밖에 나갔다 돌아오던 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음식쓰레기 악취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바닥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사람이 국물을 흘린듯 흥건하게 널려 있었다.  
국물을 흘리거나, 혹은 뚜껑을 덮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 음식 쓰레기 썩는 악취가 엄청나다는 것을 모를리 없을텐데 어느 누군가가 양심을 속이고 남이야 악취를 맡아 고생을 하든 말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가으로 그러 것이다.

양심과 질서와 배려를 가르쳐준 어린 학생_1
양심과 질서와 배려를 가르쳐준 어린 학생_1

밖에 나갔다가 같이 들어오던 아이가 코를 막으며 "어으윽, 냄새..."라며 연신 불평을 한다. 결국 우리는 악취가 너무 심해 도중에 내려서 걸어갔다.  집에서 맡는 자기네 음식물이라서 별거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참기 힘든 악취이며 고역이다. 

간신히 걸어서 올라가 신문을 펼쳤는데, 아파트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쌀인거 같다며 택배가 당도했으니 찾아가란다. 
택배를 찾으러 경비실로 가려고 일어서는 순간 잠시전의 악취가 떠올라 다시 엘리베이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쌀을 가져오려면 별수 없는 일이라 그냥 꾹 참고 타는 수밖에 없었다.
"에이 참, 조심들좀 하지"하는 마음에 나고 은근히 화도 났지만 뜨악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 이게 웬일....

아랫층 초등학교 6학년 민주라는 아이가 뭔가를 뿌려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 큰 녀석이 물장난을 하는걸로 착각했다. 그것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러기에 "집에 가서 놀지 그러니"하고 타이르려는 말까지 하려고 아이를 쳐다봤다.
어? 그런데 아이가 엘리베이터 여기 저기 구석구석에 골고루 살포하는 그것을 눈여겨 봤더니 페브리즈였다.  그건 TV 광고에도 자주 나오는 가정 필수품인 악취제거제 아닌가?  

엥?
 순간 머릿속에 "옳아, 네가 엘리베이터에 음식물 쓰레기의 국물을 여기에 쏟은 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엘리베이터 안에서 악취를 남긴 장본인을 찾았다는 일종의 다행스러움(?)도 생겨났다.
"너, 민주구나? 쓰레기 봉지가 터졌었나보지?"라며 잠시전의 상황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아이의 답은 그게 아니었다.
"네에? 아니예요 헤헤. 그냥 냄새가 나서 엄마한테 빌려 갖고 나온거예요. 이젠 냄새좀 가셨죠 아저씨? 에이 향긋하고 좋네... 헤헤"

아이의 말을 들으머 나는 얼굴이 후끈거리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졌다.
2시간 전쯤 아이가 학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어떤 아저씨가 들고 탄 음식쓰레기 봉지에서 국물이 줄줄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학원에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탔을때까지 그 음식쓰레기 국물이 엘리베이터에 그냥 남아 심한 냄새를 풍기고 있길래 집에 있는 걸레로 닦고 냄새 제거제를 뿌리는 중이란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냄새가 고약하다며 짜증만 냈지 왜 스스로 저걸 치울 생각은 못했을까. 저 어린 초등학생 6학년도 못한 내가 고개를 들수 없을만큼 너무 부족하다니.... 더군다나 내 아이도 함께 그 악취를 맡았는데 나는 왜 내 아이더러 엘리베이터 청소좀 하라고 시키지 못했을까. 

아이에게 "착하구나"라며 몇 번이나 칭찬을 해주고, 또 아이를 그렇게 가르킨 민주네 부모님이 존경스러워졌다. 
골프 대회와 테니스 경기 방식을 다시 떠올려 봤다. 양심에 맡기고, 스스로 지켜야 하는 룰이 있고, 그것을 깨트리면 혼란과 무질서가 찾아오고. 
거기다가 민주라는 아이는 그렇게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까지 있다. 착한 아이 덕분에 아파트 전체에 꽃향기가 퍼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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