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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소중한 군대 인연
2012-09-17 10:57:45최종 업데이트 : 2012-09-17 10:57:45 작성자 : 시민기자   김대환
참으로 소중한 군대 인연_1
참으로 소중한 군대 인연_1

집 주변 변두리 길가에 숯불구이 고기 전문 프랜차이즈가 있다.
두달전 쯤 일이다. 큰 아이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오랫만에 바깥바람이나 좀 쐬려고 그 숯불구이 오리집에 찾아갔다. 사람들이 많았고 너도너도 고기를 먹으며 밀렸던 얘기, 쌓였던 감정들을 푸느라 왁짜왁짜 시끌벅쩍 했다.

잠시후 우리 식탁에 시뻘겋게 달궈져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 통을 갖다 놓는 종업원 아저씨. 
어? 그런데 다리를 절고 계시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혹시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일을 하시다가 균형을 잃어 손님에게 뻘겋게 닳아 오른 숯불 통을 엎지르지나 않을런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긴 집게같은 쇠막대기에 숯불 통을 가져다가 화덕 안에 능숙하게 집어 넣고 고기구이 판을 세팅 해 놓고 나가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군대 말로 '노련한 조교'의 솜씨 같은 그런 포스가 느껴지는 자세였다.

고기를 시켜서 한참을 먹다가 불판을 갈아야겠기에 벨을 눌렀다. 곧바로 뛰어오신 분. 아까 그 아저씨다. 역시 다리를 절고는 계셨지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신속하게 불판을 갈아 치우고 일어나셨다.  
은근히 궁금해졌다. 이런데서 일하시려면 굉장히 바쁘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한쪽 다리를 절으시기 때문에 속도가 늦어져서 사장님이 싫어할텐데...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해도 어쨌거나 두 다리가 성한 사람보다는 늦을 수밖에 없을테니까. 

그런데 어떻게 취직을 하셨지? 혹시 사장님 친척?
참 궁금하긴 했는데, 쓸데 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 관심 갖는 내가 우스웠지만 그분에게 일을 맡기신 사장님이나, 절리는 다리를 이끌고 열심히 일하시는 아저씨나 모두 다 궁금증을 갖게 만들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리고 두달쯤 후였던 바로 얼마전.
그 고깃집에 한번 더 갔는데 역시나 아저씨는 예전의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궁금한게 있으면 반드시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결국 시민기자는 이내 용기를 내어 "혹시, 사장님 하고는 친척이세요?"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시며 "군대 고참이요"라는게 아닌가.

아 그랬구나. 군대 인연으로 함께 일하시는 두분. 그리고 아저씨는 묻지도 않은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신다. 아들 둘은 중학생, 아내분도 그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신다고. 
다리는 교통사고로 다쳤는데 우연히 만난 사장님이 기꺼이 자기네 부부를 취직시켜 주었다며 너무 고맙다는 말씀까지...

그러고 보니 군대라는 인연도 참 묘하다. 군대에서 있을때는 상명하복, 고참과 졸병이라는 독특한 명령체계 아래서 나름 불편하고 악감정도 생기는 곳이지만, 이 두 선후배는 군대 제대후 이렇게 서로의 생업에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으니.

물론 군대라는 인연도 있었겠지만 자신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사는 자영업 식당에 다리가 무척 불편한 분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선뜻 그분과 부인까지 함께 일하게 하신 고깃집 사장님이 참 대단해 보이셨다.
우리가 살아 가면서 우연히든 필연이든 사람을 만나고 그 헤어짐 뒤에 이렇게 다시 아름답게 만나는 인연이라는 것. 보고 있자면 그게 결국 개인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되고 고마움이 되고, 우리 사회에는 소중한 밝은 빛이 되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만나는 인연마다 이렇게 기준 좋은 인연만 만들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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