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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끔씩 뒤도 돌아보며 살자
2012-09-17 15:12:52최종 업데이트 : 2012-09-17 15:12:5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요즘은 너나 없이 다 바쁘고 정신이 없다. 조금 더 부지런하고, 조금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처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쁜 사람들을 일컬어 좋게 말하면 엄청 성실하다고 이야기 하고, 나쁘게 말하면 남보다 앞서려는 강박관념이라고 한다. 이런 강박관념이 결국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뺏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시민기자도 바쁘게 생활 할때는 한번에 동시에 4가지 일을 본적이 있다. 이게 언제 어떤 식으로 가능할까.
아침에 화장실에 들어갈 때 전기 면도기와 신문을 들고 간다. 우연히 바지 주머니에는 휴대폰이 들어 있다. 
화장실에 앉아 '큰일'을 보면서 신문을 펼쳐 들고 전기면도기를 돌린다. 이게 기본적으로 3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형 인간이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가 걸려온다. 

화장실 좌변기에 앉은 상태에서 왼손으로 신문 잡고, 오른손으로 면도기 잡아 턱에 대고, 귀에는 휴대폰을 댄채 어깨로 괴어 통화를 한다. 4가지가 동시에 해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서 나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왜 이렇게 살지?'

'부자도 바지를 벗을 때는 한 다리씩 빼는 법'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한 번에 한 입을 베어 먹고, 한 번에 한 노래를 듣고, 한 번에 한 신문을 읽고, 한 번에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거기에 합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씨를 뿌리고 난 후 일정한 시간이 자나야 싹이 트고 성장하고 야무진 열매를 맺는다.

어릴 적 별명은 '곰'이였다. 친구들은 걸핏하면 나를 그렇게 불렀다. 아무래도 내 행동이 남들보다 굼떠서 그랬던것 같다. 
한번은 아버지 심부름으로 이웃집에 갔는데, 도무지 그날 심부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이웃집 아저씨 얼굴만 뵙고 돌아왔다. 나는 아저씨 얼굴을 뵙고 돌아온 것으로 아버지 심부름을 훌륭하게 마쳤다고 생각하였다. 착각이었다. 저녁 나절 아버지께 불려가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그날 심부름의 내용은, "아저씨, 아버지가 어죽 끓인게 있는데 그거 잡수시러 우리집에 오시래요"라는 말이었다. 

느리게, 가끔씩 뒤도 돌아보며 살자_1
느리게, 가끔씩 뒤도 돌아보며 살자_1

이 한마디를 잊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행동이 굼뜨고 느렸다. 걸음을 걸어도 천천히 걸었다. 도무지 빠른 구석이 없었다. 아버지 눈에는 답답하고 한심한 아들로 보였을까. 
그러나 청소년 시절을 지나면서 삶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밥을 먹거나 옷을 입는 시간도 빨라졌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도 '빨리빨리'라는 말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후딱 해치우는 일이 많아졌다.
외출을 하는데 아내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면 "뭘 하는데 그렇게 늑장을 부리냐?"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성격도 급하게 바뀌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 삭이지 못하고 벌컥 역정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렇게 변해 버린 내 모습이 싫었다.
고민 끝에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서 무진 애를 썼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 유년시절, 굼뜨고 느리고 좀 모자란 듯한 '곰'같은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 앞으로 남은 삶을 느릿느릿 천천히 살고 싶다.
우리는 지금 '빨리빨리'가 미덕이 되어 버린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면서 바빠지는 것은 비단 생활만이 아니다. 마음도 분주하고 쉼이 없다. 이렇게 바쁜 시대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쁘니까 시간을 절약하는 더 좋은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 좀 더 진화된 휴대전화와 첨단 기술이 있으면 바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지금도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바쁘게들 산다.
이렇게 바쁜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달려가게 해주는 기술이 아니라고 본다. 바쁜 세상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어쩌면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들의 걸음걸이로 걸어가게 해주는 일종의 느림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그리고 가끔씩 뒤도 돌아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좀 가지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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