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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한 준석이 어머니
2012-10-18 15:28:33최종 업데이트 : 2012-10-18 15:28:33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희

결혼한 부모에게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일까. 그건 두말할 나위 없이 아기를 낳는 일일 것이며, 부부에게 가장 큰 기대감이자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맛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고대하던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우리나라처럼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 무시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것 같다.

물론 장애가 조도 아니며, 잘못도 아니고, 무시당할 일도 아닌데 우리나라는 지금은 그래도 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편견과 불편함이 유난히 강한게 사실이다.
언젠가 장애 아기를 키우는 한 엄마가 쓴 수기를 읽어 보았는데 그 엄마는 어느 날 느닷없이 '장애아 엄마'란 이름표를 달고부터 세상살이가 그토록 두렵고 힘든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들은 당장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은 장애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차츰 알게 된다고 했다.
아이가 가진 여러 특성 중 하나로 장애를 인정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특별히 과보호하거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신경할 필요 없이 아이가 가진 장애를 공감하고 이해하면 된다는 것도 알았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준석이 어머니_1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준석이 어머니_1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 장애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으며, 내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으며, 아이에게는 자식의 장애를 슬퍼하는 엄마가 아니라 앞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함께 할 엄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것은 어머니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장애는 무언가 부족하거나 모자라는게 아니라 일반인과 행동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라는 말도 곧잘 쓰인다. 
백번 옳은 말이다. 

짬을 내어 헬스를 다니는데 함께 나오는 주부 중에 40대 후반의 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분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건강 관리를 위해 헬스를 다니는거라 했는데 최근에 토요일 어느날, 나와 함께 같이 헬스를 다니는 다른 주부들 4명이 그 어머니의 초청으로 집을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현관문을 막 열고 들어서는데 키 낮은 안락의자에서 온 몸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온 몸을 어찌할 수 없는 듯, 꼬인 몸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심한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이 어머니의 아들. 그날 초대받아 찾아간 주부들 4명 모두는 순간 당황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TV에서만 보고 눈물 흘리기만 했지, 이렇게 직접 보리란건 생각도 못했다.
그 아인 나름대로 인사를 한다고 움직이다 그만 의자에서 쿵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코끝이 찡해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린 내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나이 19살의 아들 이름은 준석이라는 친구. 준석이는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입술로 뭔가 의사표현을 하려 했고, 꼬이기만 하는 손발로 인사표시라며 손을 들기도 했다. 알수 없는 표현이었지만 나름대로 터득한 엄마와의 수화, 아니 전신화는 아무런 막힘이 없는 듯 했다. 거실 바닥에 흔들흔들 겨우 앉아 있다가도 이내 뒤로 쿵하고 떨어지는 준석이. 그럼에도 몸을 돌려세우고 다시 구르고...

커피 마시며 즐겁게 수다라도 떨며 한낮을 보낼 요량으로 찾아간 우리 주부들 모두는 서로는 눈가에 적셔지는 촉촉한 것을 느끼며 그저 어찌하 바를 모르는데 준석이 어머니는 너무나 평온하게 우리더러 괜찮다며 자리에 앉으라 하고 커피 준비를 했다.

준석이의 어머니. 그러나 그 분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만이 있을 뿐이었다. 믿음으로 그 모든 것을 감싸안고 살아 온 그였다. 주민등록증이 나올 나이 때도 그랬고, 학교 갈 나이가 되었어도 온 집안을 다 엎어놓고 깨뜨려 놓고 괴로워하는 준석이를 보며 속으로 아픔을 삼키고 미소로 아들을 대했다 한다. 그분의 진한 모정에 숙연해졌다.

그분은 오히려 아이에게서 참으로 배운 게 많다고 아들에게 고마워 한단다. 준석이를 세상과 융합시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언제어디든 휠체어에 태우고 다녔다고 했다. 
준석이 어머니는 지난 25년을 그래왔고, 그리고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오직 한마음으로 준석이를 보살펴야 하니까 이건 모자지간의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지금까지 본 어머니중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준석이 어머니,  그분께 아름다운 가을 햇살을 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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