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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가발공장 & 여관이 갤러리로?
문화공간 일파를 소개한다
2013-09-02 09:39:19최종 업데이트 : 2013-09-02 09:39:1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1960년대 가발공장 & 여관이 갤러리로? _1
화성박물관 주차장 들어가는 입구에 새로 들어선 문화공간 '일파'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집, 1960년대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한 집이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문화공간 일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곳은 60년대 가발공장이었고, 여공들의 숙소 및 여관으로 쓰인 곳이라고 한다. 
몇 번 주인이 바뀌었고 최근에는 황량하기만 한 빈집이었던 곳. 매향동의 빈집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멋진 곳이 되었다. 이제는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고, 재현하여 현대인들에게 또다른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트렌드이기도 하다. 아니 트렌드를 넘어 진짜 우리가 염원해야 할 가치라고 해야 할까?

'문화공간 일파'는 화성박물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앞으로 팔달구청이 들어설 자리 옆 공간이기도 하다. 
예전에 길을 걸으면서 폐허와 같은 건물이 있던 것을 얼핏 본 적이 있는데 무심히 지나쳤다. 지저분하고 허름한 집들을 싹 허물어 버리면 좋겠다는 느꼈다. 화성박물관의 번듯하고 깨끗한 이미지와는 걸맞지 않게 뒤편의 매향동 주택가의 초라함이 대비되었다. 박물관 뒤편의 주택가도 좋은 모습으로 정비되면 어떨까 어렴풋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던 중 '문화공간 일파'는 우연히 눈에 띄었다. 화성박물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기 위해 길을 들어선 순간 '행궁마을, 사라진 집 살아난 집'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포착되었다. 
단정한 이층집, 나무 울타리와 작은 정원, 아직 뚝딱거리면서 못질하고 있는 한 분이 보였다. 호기심을 못 이기고 들어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사용했던 집을 그대로 전시공간으로 만든 구조가 특이했다. 매향동의 '대안공간 눈'과 같은 이미지였지만 조금 색다르기도 했다. 사실 못질하고 계시는 분은 1층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을 만드신 솟대 작가 '무운 김기중 선생'이었다. 

"이곳은 원래 시에서 내년에 헐릴 건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작가가 거주하고 작품을 만드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대안공간 눈의 대표님 추천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요, 저는 생채화라는 분야를 처음 시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아직 갤러리가 완전히 완성되지 않아서 부족하지만 앞으로 좋은 전시와 프로그램도 열 계획입니다. 솟대작품과 생채화 그림은 제 작품입니다."
못질하고 계신 인부같아 보이는 분이 바로 작가님이셨다. 도인같아 보이는 인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 

생채화란 '색깔이 있는 돌을 그대로 갈아서 작품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빨갛고 파란 색, 황토색 등의 돌을 구하여 있는 그대로 물감을 채색하지 않은 채 갈아서 작품에 사용한 것이다. 돌가루의 천연 색깔 그대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놀라웠다. 
돌의 원래 색깔이 천연 그대로 보여지면서 질감이 독특하다.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스타일의 그림을 한국의 돌을 갈아서 표현한 작품들이다. 아마 보기 드문 작품이기 때문에 김기중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일파 갤러리'에 들러야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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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화의 대가 김기중 작가님과 함께
 
작가는 자신이 거주할 방도 직접 보여주셨다. 솟대와 생채화로 소담하게 장식된 방이다. 방 한켠에는 나무결 그대로 만들어진 탁자가 보인다. 혹시 다도를 하시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차와 관련된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가 거주하면서 다도를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고, 작품활동도 하고, 전시도 하는 독특한 공간이 바로 '문화공간 일파'이다. 생태교통과 발맞추어 앞으로 수원의 문화역량도 더욱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듯하여 뿌듯하다. 

과연 2층에는 또한 어떤 전시가 열리고 있을까? 전시된 작품 뿐 아니라 공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불쑥 일었다. 건물 안에는 과거 그대로 사용되었던 화장실도 거의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옛날 집에나 있음직한 장독대 놓는 자리, 창고, 작은 마당이 인상적이다. 좁은 통로와 계단도 옛날 그대로다. 

2층에서는 '옛 지도와 사진으로 담아낸 도시의 역사'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수원화성행궁 복원과 행궁 앞 광장 조성과정 속에서 사라져간 집들, 옛 골목에 대한 기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90년대 후반까지 수원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화성 행궁 이전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날 수도 있다. 그 때의 모습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아 내어 2013년 현재 허물어진 것들을 기억속에서 불러 일으키는 셈이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이 수원시 도로과장으로 있을 당시 행궁복원, 행궁광장 조성 과정을 직접 촬영한 작품들이다. 문화공간 일파 역시 김 이사장 자신의 호 '일파(一坡)'를 따서 만든 전시공간이기도 하다. 

혹시 해설을 들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젊은 대학생 한 분이 나와서 어설프게나마 해설을 해 주었다. 알고 보니 사진을 직접 찍으셨다는 김충영 이사장의 아들 김주송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길래 물었더니 '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19살 고3 때 이미 화성에 대한 책을 저술할 정도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수원 화성사랑에 푹 빠진 젊은이다. 지금 대학 1학년 역사학을 전공하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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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 이사장의 아들 김주송 학생

간단한 사진 설명과 화성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얼마나 꼼꼼하게 사진과 자료를 설명하는지 요즘 이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 애착을 갖고 있는 학생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어릴 때부터 (사)화성연구회 멤버인 아버지를 따라서 화성을 수도 없이 함께 걷고 답사 하면서 남긴 기록들을 책으로 펴 내었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정진하고 있는 모습도 해설 도중에 엿보였다. 

"아직은 제가 공부가 덜 되어서 해설이 서툴러요. 나중에 아버지가 해설하시면 훨씬 더 자세하게 들으실 수 있을거에요. 저도 공부를 더 해서 일반인들에게 수원과 화성에 대해서 설명을 잘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주송 학생은 이렇게 말하면서 해설을 마쳤다. 또한 저자와 함께 사진을 찍는 영광도 함께 했다. 

문화공간 일파를 만나고, 수원의 옛 사진을 감상할 기회를 갖고, 화성에 대한 책을 쓴 스무 살 저자의 해설도 듣는 귀한 만남이었다. 우연히 들른 곳에서 새로운 감동을 느끼고, 수원의 옛 정취를 간직하게 된 시간이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새로운 것들에 대한 싫증이 이제는 바로 문화공간 '일파'와 같은 곳들로 채워져야 할 때이다. 9월 한달 간의 생태교통 페스티벌과 함께 수원 곳곳에서 문화 예술의 기운이 싹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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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관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문화공간 '일파'의 2층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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