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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친구도 반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
2013-09-02 10:50:24최종 업데이트 : 2013-09-02 10:50:2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언니~ 어디라고요?"
"광장에서 만나려면 힘들어요. 지금 이곳은 사람들로 가득 들어찼거든요. 그러니 광장에서 걸어 들어오면 행궁 입구 커다란 나무가 보일 거예요. 거기서 기다릴 테니 오세요."

애초에 했던 '광장에서'의 약속이 무모하다는 것을 버스에서 내린 후 바로 알아차렸다. 9월이 시작되는 첫날, 생태교통 페스티벌이 열리는 행궁동 마을을 소개해 달라는 네팔친구 먼주구릉의 연락이 왔다. 난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오후 1시 광장에서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외국친구도 반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_1
외국친구도 반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_1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수원에 살면서 이토록 많은 군중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날이면서 일요일이었기 때문일까? '생태교통수원 2013' 페스티벌이 열리는 중심 화성행궁 광장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물론 성대히 차려진 축제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장안문을 지나치면서 알 수 있었다. 큰 도로의 4차선 도로는 2개 노선만이 버스와 택시가 다니고 사라진 도로 2차선은 자유를 만끽하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구름군중을 피해 어찌어찌하여 행궁 매표소에서 어렵게 만난 먼주구릉, 그녀와의 골목길 투어가 시작됐다.

'생태교통수원 2013' 페스티벌이 열리기까지

한 달 동안 차 없는 미래도시 체험이란 말이 나올 때 '과연 그게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사람들은 들어도 못들은 척했다. 나 역시 한시적으로 나온 말이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 봄부터 공사들이 시작되면서 '정말 할 수 있을까?' 마치 확인이라도 하듯 공사장을 내 집 드나들듯 찾아갔다. 꼬박 6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1일 개막식 행사를 갖고 꿈이 현실이 되는 '생태교통수원 2013'페스티벌이 드디어 행궁동 일원 마을에서 시작됐다. 화석연료 고갈, 대기오염에 따른 기후변화 등 미래에 닥칠 재앙에 대비한 체험으로서 친환경 교통수단만을 이용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녹색성장도시를 완성한다는 플랜이다. 

이 행사는 국제기구인 ICLEI(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지방정부협의회), 유엔 해비타트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계최초의 축제로서 2011년 생태교통 세계총회 결과 수원시로 낙점됐다. 이후 선정에 있어서 어느 마을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거처 행궁동 일원에서 펼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자동차 중심교통정책에서 벗어나 녹색환경도시를 추구한 염태영 수원시장의 의지와 함께 수원화성이란 역사성도 선정에 있어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짧은 영어로 설명이 힘드네!

외국친구도 반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_2
오른쪽 상단사진에서 오른쪽이 네팔친구 먼주구릉씨, 그와 발이 불이 나도록 걷고 또 걸었다. 사방을 탐색하느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보호라는 명목으로 늘 곤궁하기만 했던 원도심 행궁동 마을. 
보호할 것은 보호하고 재건할 것은 재건하니 건축물 외관이 환해졌다. 기존에 자동차에 빼앗겼던 도로는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중심, 사람중심 완전도로로 탈바꿈했다. 늘 지저분한 쓰레기와 오물로 넘쳐나던 공터엔 텃밭 혹은 자연친화적 화단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그간 오래된 골목길로만 치부됐던 옛길도 복원되어 우리의 역사를 되살렸다. 

네팔 친구 먼주구릉과 그 골목길을 찾아들어간다. 그녀와의 의사소통은 영어, 혹은 짧은 한국어다. 물론 그녀의 모국어 네팔 말은 하나도 모른다. 문제는 나의 영어실력이다. 숙어 혹은 짧은 단어만으로 이야기하니 생태교통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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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커뮤니티로 자리잡은 '행궁동 문화슈퍼' 2층 전망대에 서서 한컷! 아름다운 화령전이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눈치 백단이다. 한국에 남편을 따라 들어온 지 딱 일 년째고, 이제 막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어단어를 거꾸로 이야기해도 척척 알아듣는다. 그러니 생태교통이 무엇이고 이야기 할 것도 없다. 그냥 'EcoMobility World Festival Suwon2013'이라는 말과 함께 정겨운 축제거리며 골목길을 찾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영어로 된 길라잡이 책자와 지도를 챙겨주면서 자세한 것은 남편한테 물어보라면서.

"베리 인터레스팅! 원더플!"

대략 2200 세대가 살고 있는 행궁동 마을 골목길과 중심도로. 전날 보이던 자동차들이 1일 행사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본격적으로 눈과 귀만 기울이면 만사 오케이다. 광장에 차려진 생태교통 이동수단 전시관, 그곳에 진열된 다양한 무동력 교통수단이 타보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함께한 먼주구릉도 신기한지 연신 '언니 이건 뭐야'라고 묻는다. 

대형 천막 파빌리온 앞에선 '베리 인터레스팅! 원더풀!'을 외치며 각도를 달리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화령전 앞, 골목길, 거리의 풍경 모두가 그에겐 신기하고 재밌기만 한지 다리 아프냐고 몇 번을 물어봐도 싱글벙글 좋다고만 대답한다.

우린 온천지가 생태교통으로 표현된 예술을 접했다. 거리의 풍경과 맛과 향에도 취해버렸다. 그는 수원의 역동성에 완전 매료된 듯 피곤한지도 모른 채 나와 걷고 또 걸었다. 아니 그 일대를 완전정복이라도 하자는 듯 행궁동 공방거리까지 섭렵했다. 

외국친구도 반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_4
거리의 축제에 취하다

한낮에 뜨거웠던 태양이 사그라질 무렵 생태교통 개막식에 참석했다. 어렵게 한 좌석을 발견하곤 달려갔다. 그를 앉혔다. 연신 카메라에 축제를 담아내는 그의 모습을 흐뭇하게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나를 오라는 손짓을 한다. 한 좌석이 났다는 뜻이다. 축제의 흥이 오를 즈음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는지 반팔 차림새의 그와 나는 오돌 오돌 떨기 시작했다. 그래도 더 보겠단다. 

이미 사위는 어두워지고 행사를 보고나온 사람들이 도로를 메웠다. 그녀가 외국인이라는 초초함이 불연 듯 들어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과 함께 버스번호를 기억했다. 만족해하는 그녀의 뒷모습에 나또한 뿌듯함을 느꼈다. 한국은 매우 재밌는 나라라고, 하루하루가 즐거워 아직까지 고국에 대한 향수는 없다고 말하는 먼주구릉씨가 오늘도 좋은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Anny I arrived room, thank u your company nd gift also, thank u so mouth'
그의 문자 메시지가 얼마 후 왔다.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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