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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대화가 되는 사회
2012-09-06 08:53:17최종 업데이트 : 2012-09-06 08:53: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며칠 전에 우연히 연무동 4거리 앞에서 자동차 추돌사고를 목격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밥을 먹으러 나오던 길에 차량 사고를 목격했는데 옆에서 가다 보니 큰 사고는 아니어서 사람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뒤에서 박은 차가 피해차량을 약간 옆쪽으로 비껴 찍으면서 피해차량 뒷범퍼가 심하게 우그러져 있었다.

상식으로 대화가 되는 사회_1
상식으로 대화가 되는 사회_1

양쪽 운전자 둘이 차 밖으로 나와서 허공에 삿대질하며 "운전 똑바로 안하냐? 눈 감고 운전하냐"라는 말에 "너나 잘해라" "법대로 해라!" "어딜 감히 까불어!"라고 침을 튀기며 거칠게 다투는걸 봤다.
두 사람이 한동안 다투는걸 보면서 나는 상식이라는 걸 생각해 봤다.

'상식(常識)'을 다르게 표현하면 '말귀'쯤 되지 않을까 싶다. '말귀'가 통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고, '말귀'가 통하지 않으면 우리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이웃과 사회생활에 참으로 답답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말 중에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니?'라는 유행어가 귀에서 씁쓸하게 앵앵거린다. 이 말은 규정을 무시하고, 편법과 파행을 일삼아도 다 해결되고, 심지어 안 되는 일도 그렇게 하면 해결되는 수가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 상식으로 통하지 않을 때, 황당한 상황에 처하거나 몰염치한 경우를 당했을 때 이 유행어를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상식을 문서로 만들고 그걸 안 지키면 처벌 주는 게 바로 법(法)이다. 그래서 같은 문제라도 법으로 따지고 들면 가해자와 피해자 즉, 흑백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만다. 그렇지만 정말 모든 걸 이렇게 법으로만 한다면 그 사회는 숨 막혀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법 이전에 상식선에서 모든 걸 가늠하고 재고 따져서 웃으며 해결한다.

상식대로 한다면 저 우연한 추돌사고로 생긴 일도 그렇게 다툼을 벌일 일이 있을까.
아예 원수지간에 차를 타고 쫓아가서 일부러 박지 않는 이상, 그리고 술을 먹고 운전한 게 아니라면 실수로 그랬을 텐데, 이걸 굳이 목숨 걸고 삿대질 하면서 싸울 일일까?

우리가 무의식중에 흔하게 쓰는 말중 상황에 따라 상식을 깨부수는 말이 있다.
'아무튼, 하여튼, 어쨌든, 좌우지간, 여하튼' 같은 단어들이 그것이다.
서로 대화를 할 때 상대방 의견의 타당성이나 주변 여건을 배려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판단만 믿고 따르라는 매우 폭력적인 말이다.
'어쨌든 그건 싫다' '여하튼 서울에 있는 대학에만 보내주세요' '좌우지간 그 돈 만들어 내' '아무튼 그 여자는 안돼'라는 식의 이 정리형 부사들. 우리의 언어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있다. 작고 못사는 나라지만 지중해라는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 조건은 그 나라는 동양의 파리로 불린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내전과 주변국 전쟁 때문에 국민들의 삶은 행복하지 못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전과 빈곤 속에서도 우리나라 부자들도 타기 힘든 최고급 승용차가 많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전쟁이 일어나면 제일 빨리 도망갈 수 있는 수단이 승용차이기 때문에 성능 좋은 차가 모든 국민들에게 재산목록 1호라고 한다. 참 황당하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둑에게도 의리가 있고, 땅꾼에게도 꼭지가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어느 단체나 사회에서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질서와 매너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말한다. 

'막말남' '막장남' '무개념녀' '된장녀' '무뇌아'라는 신종용어가 생길 정도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이 변질됐다. 이 역시 상식을 무시하며 사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과정의 순수성과 노력보다 결과만을 강조하고, 중요시하는 사회풍토 때문 아닐까. 상식이 인정받기보다 "어쨌거나 목적을 달성하자"는 결과만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웃으며 대화하여 상식으로 풀기보다 피 튀기는 삿대질 끝에 "법대로"를 외치는 사회. 이런 사회는 너무 삭막하고 차갑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른다. 그게 고의인지 아닌지는 금세 알 수 있고, 또한 불가피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제 욕심만 차리다가 그랬는지도 알수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젠 우리도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혀온 상식이라는 범위 안에서 매사를 웃으며 해결했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상식만 생각한다면 벌써 절반은 목에 핏대를 새우는 일은 막은 것이다. 상식을 생각하는 시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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