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의미있게 쓰는 방법
2012-09-06 09:34:41최종 업데이트 : 2012-09-06 09:34:4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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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의미있게 쓰는 방법_1 머리를 손질하러 미용실에 들어갔다. 최근에 우연히 한두번 갔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이젠 단골로 삼으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사장님이 친절하고 싹싹하고 유머까지 있어서 동네 아줌마들한테 인기도 많다. 이번에도 파마머리에 '힘 좀 주려고' 갔더니만 그날따라 손님이 많아서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한동안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중 우연히 소파 한쪽에 사진첩 앨범이 있기에 심심풀이 삼아 펼쳐 보았더니 2003년부터 해마다 장학금을 전달한 사람과 전달 받은 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이 죽 끼워져 있었다. 앨범 자체가 장학금 주고받은 사진을 모아둔 전용 앨범인 듯 했다. 그게 2003년부터 라는 것은 사진 밑에 친절하게 장학금을 주고받은 날짜를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9년째 그러고 있는 것이었다. 사진속의 주인공을 보니 다름 아닌 매번 열심히 나의 머리를 손질해 주시고 멋도 내 주시는 미용실 사장님이었다. 어머 세상에! 나는 한동안 그 앨범을 뒤적이다가 머리를 다 만진 후 사장님으로부터 그 사연을 듣고 싶어 몇 가지 물었더니 술술 이야기를 다 해주셨다. 미용실에 들어서면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고, 앞치마를 두른 뒤 정성스레 고객의 머리를 매만지는 미용실 사장님이지만 모교에 가면 장학금을 내는 선배였던 것이다. 옆에 같이 선 사진속의 남자가 누군지 물었더니 남편이라고 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사장님의 모교인 여고 학생들, 즉 까마득한 후배들이라고. 죽기 전에 이런 앨범 수십 개를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말에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돌아올 때가 인생에 있어서 가치 있고 행복해서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고 했다. 기부, 사랑은 마약과도 같다고 했나. 기부왕으로 온 국민의 칭송을 받고 있는 가수 김장훈씨 역시 기부를 안하면 죄 짓는것 같고, 그래서 기부를 하다보니 기부가 중독이 됐다고 고백했다. 자신은 전세를 살면서 기부를 최우선으로 하는 김장훈씨나, 미용실 일을 하다가 거기서 모은 돈을 후배들 교육에 보태 쓰라고 학비로 대주는 우리 미용실 사장님이나 참 훌륭한 부ㅠㄴ들이다. 내가 미장원 하나는 제대로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고, 돈으로 행복을 살수는 없지만 돈을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면 행복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사장님이 바로 그런 분이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미용실 한켠에 있는 작은 책상서랍을 가리켰다. 보기에도 오래되고 촌스럽기까지 한 특별한 책상 서랍이었다. 6개월에 한번만 연다는 이 서랍은 자물통으로 단단히 잠겨져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사장님은 잊지 않고 그날 미용실에서 번 돈의 일부를 따로 떼어 꼬박꼬박 서랍의 뒤쪽 틈새로 집어넣는다고 한다. 이렇게 서랍 안에서 6개월 동안 차곡차곡 모아진 동전과 지폐는 6개월 만에 마치 마술이 풀리듯 자유의 몸이 되어 모교 후배들에게 달려간다는 것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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