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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 제 돈 내고 보세요
2012-09-06 10:18:28최종 업데이트 : 2012-09-06 10:18:28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문화예술 분야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니 문화와 공연쪽에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밝은 시야를 갖고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이 친구가 가끔 털어 놓는 고민 중에 하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언제 언제 하는 무슨무슨 공연의 표 좀 구해달라'는 부탁이라 한다.

물론 구하기 어려운 표를 소위 '빽'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구해서 문화 공연 관람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그나마 기특한(?) 축에 속하는데 그게 아니니 속이 상한다는 말이었다.
즉 문화예술쪽에서 일하고 있으니 '공짜' 표 좀 구해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문화공연 제 돈 내고 보세요_1
문화공연 제 돈 내고 보세요_1

사실 그게 몇 푼이나 할까 싶다. 왜 제 돈 주고 정정당당하게 관람 할 생각은 안하면서 공짜로만 무임승차 하려고 하는지 그 심리가 참 너무하다는 얘기였다. 더 놀라운 일은 그런 부탁 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정말 여유도 있고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사실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것들을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료로 제공되는 것들은 대부분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게 되는데, 그게 소위 '공짜'가 되는 것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또는 '공짜라면 당나귀도 잡아 먹는다' '공짜 술에 삼십 리 길도 간다'라는 말은 공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얼마 전 즐겨보는 모 오락프로그램에 매우 유명한 지휘자 한 분이 출연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우리에겐 청소년 음악회로 잘 알려진 분인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청소년 음악회를 기획하면서 관람료 고민을 하다가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음악회의 관람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인 즉, 사람들은 아주 훌륭하고 수준 높은 음악가가 연주를 하더라도 공짜라 하면 왠지 품격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감상하는 자세 역시 썩 좋아 보이질 않았다고 하였다. 공짜란 말이 왠지 품위가 없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우리는 흔히 '공짜배기'라는 속된 표현도 자주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그 지휘자께서는 적은 금액이나마 관람료를 받게 되면 잘못된 인식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관람료를 받았는데, 그러한 생각은 바로 적중되었다고 하였다. 스스로 지불한 가치에 대한 책임 의식으로 음악 감상에 더 집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음악 감상을 떠나 비록 어린 청소년들에게 경제적인 가치도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도 함께 하였다. 

공짜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는 경우도 있는데, 나 역시도 아는 분들로부터 받게 되거나 또는 염치 불구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 적이 있다. 때론 깨끗하게 값을 치르고 떳떳하게 표를 구하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아직도 공짜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한 것을 보면 공짜 앞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이 좋은 전시회나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연한 기회에 무료 초대권 등이 생기면 무척이나 반갑다.
전시장이나 공연장이나 제 값을 지불하고 제대로 관람하는 풍토도 일종의 선진국 문화 중 하나인걸로 본다. 그런 문화시설과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또 거기서 생기는 최소한의 수익금으로 더 질 좋은 문화공연과 행사를 준비할 수 있을테니까.

요즘은 기업의 접대도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과거의 술 접대에서 탈피해 각종 뮤지컬이나 음악, 미술 공연, 연극관람 같은 걸로 대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백번 천번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도 문화공연에 그만큼 더 크게 눈을 뜨고 있는 셈이니 일반 시민들도 이젠 마인드변화를 가질 때인 듯 하다.

공짜를 너무 즐기면 공연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과, 내가 제 돈 내고 관람한 공연은 결국 그만큼 나의 마음의 양식을 키워 준거라고. 문화를 즐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야 말로 마음을 정화하고 쉬게 해주는데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제 깊어가는 가을, 가까운 시일내에 문화의전당에서 하는 공연에 찾아가 망설임 없이 표 사 들고 온 가족 관람하는 것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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