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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이렇게 바쁜걸까요?
2012-09-06 12:00:31최종 업데이트 : 2012-09-06 12:00:3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진순

지난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볼 계획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영화관으로 갔다.
영화관은 복합관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8층에 가야만 매표를 할수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보았더니 8층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건물의 8층은 영화관 로비와 매표소만 있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중 십중 팔구는 영화를 볼 사람, 즉 영화 티켓을 먼저 사기 위해 올라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영화관에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8층에 서자마자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빠른 걸음으로 영화 티켓 구매를 위한 대기표를 뽑으러 달려 나가는게 아닌가. 
이미 그전에 엘리베이터가 8층에 오르기전 엘리베이터 뒤쪽에 서 있다가 앞으로 자리를 바꾸는 사람, 엘리베이터가 서자마자 총알처럼 뛰어 가는 사람, 엘리베이터가 서자마자 뒤에 서 있다가 앞으로 밀치고 나가는 사람...
정말, 그래봤자 대기시간 5분 더 걸리는 일일텐데, 그 5분을 기다리기 싫어서 저렇게 앞으로 나설까 싶었다. 

왜그렇게 여유들이 없을까. 이젠 먹고 살만 할텐데. 
설사 5분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엘리베이터에 서 있던 순서가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 순서대로 주루룩 나가서 대기표 뽑는게 매너 아닐까. 뒤에 서 있다가 후다닥 뛰어 나가서 나만 좋은 자리를 잡으면 되는걸까.

엘리베이터에서 8층 영화관 매표용 대기표를 뽑는 거리는 그래봤자 20미터밖에 안되는데 그 거리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이런 경우는 영화관에서만 보는게 아니다. 지하철 탈 때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 자리를 잡으라고 시키는 엄마,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말고 안전손잡이를 붙잡고 타라고 해도 꼭 서있는 사람 옆으로 밀치며 걷는 사람(그러면서 왜 길 막고 있느냐고 눈까지 흘기고 감), 마트에서 경품 준다고 했을때 앞에 아줌마 한명 세워놓고 한참 있다가 일행이라며 아줌마 대여섯명이 우루루 몰려가 앞에 서는 경우 등 부지기수로 많다.

왜들 이렇게 바쁜걸까요?_1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듯이 걸어올라가는 사람들

정말 너무들 여유가 없게 산다.
일전에 출연자들의 톡톡 튀는 대사와 다양한 표정이 15초라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웃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기는 TV 광고 하나가 기억난다. 

그 중 모 제약회사의 드링크제 광고는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바쁜 아침 출근시간, 호랑이 최 부장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최 부장이 손을 탁 치며 열림 버튼을 눌러 누군가를 기다려준다.
저 멀리 배가 남산만 한 여직원이 뒤뚱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최 부장은 함께 탄 직원들을 뒤로 조금씩 물러나게 해 임신한 그녀가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시민기자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광고 속 호랑이 최 부장이 떠올라 열림 버튼을 누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혹시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처럼 좋은 광고나 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각뿐 아니라 행동의 변화까지 가져오게 만드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새 9월 둘째 주말이 다가온다. 이렇게 가을이 오고 또다시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게 되면 바쁘다는 이유로 놓쳐버린 일들로 인해 아쉬움 속에 또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책에서 본 '3초의 여유'란 제목의 글을 찾아 다시 읽어 보았다.
이런 여유를 가지고 모두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 중 한두 개만 기억해 실천해도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자.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둘째는,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자. 그 사람 아내가 정말 아플지도 모른다.
셋째는,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주자. 혹시 그가 가다가 뒤돌아보았을 때 웃어 줄 수 있도록.
넷째는,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낼 일이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다섯째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자. 잘못을 뉘우치며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른다.
여섯째는, 남편과 다투며 화가 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 짓고 들어주자. 남편도 함께 참고 웃어줄지 모른다.

이 여섯 가지 모두를 실천하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여유로운 삶을 나누어주고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축복이지 않을까.
바쁠수록 그 짧은 순간부터 우리 삶의 여유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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