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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집 주인 "2년 더 사셔도 돼요"
2012-09-14 13:59:08최종 업데이트 : 2012-09-14 13:59:08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따르르릉"
"여보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집주인입니다."
아,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전세를 들어온지 4년째인데, 2년전에 재계약 한 뒤 다시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요즘 전세 가격이 거의 매매가 수준으로 치솟으니까 우리더러 집 비워 달라고 말하려는 전화가 뻔했다. 

법적으로 전세 가격은 20%이상 못 올리도록 되있으니까 요즘은 집주인들도 머리를 써서 아예 계약기간 다 되면 세입자를 내보낸후 새로 전세를 놓는게 유행이라고 들었는데... 우리에게도 드디어 그런 순간이 다가온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두달 후면 계약기간 만료인데, 이 돈으로 어딜 가야 하나? 전세값은 정말 장난 아닌데.... 가슴이 철렁 하면서 그 짧은 순간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다 났다.

바짝 기가 죽어서 거의 다 죽어 가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네,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나의 대답을 들은 집 주인은 뜻밖에도 우리더러 2년 더 살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가지고 있던 예금을 깨서 보태도 지금 사는 집 크기만한데로 가기 어려운 판이라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집주인의 말에 나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킨 후 "그럼, 저기... 전세금은 얼마나...더?"

요즘 같은 불황에 허덕이는 우리더러 2년 더 살게 해주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기에서 들리는 말은 그게 아니었다.
집주인은 그 동안 정이 들었는데 우리더러 나가라고 하는건 너무 야멸차서 차마 그렇게 못했다는 솔직한 말을 했다. 그리고 2년전에도 2천만원 올렸으니 이번에는 1000만원만 올릴테니 그냥 쓰라고 한다. 1000만원도 원래 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동생이 사업을 한 대서 좀 도와줘야 한다며.

고마운 말이었다. 이건 정말 '복음'이었다. 
요즘 주변의 주택 전세가격은 내가 돌아다녀 봐서도 다 알고 있는데 현재 우리가 사는 집은 그 1000만원을 보태도 한참 싼 것이었다. 그런데 집주인은 그것도 무척 미안해 하면서...

이런 집주인이 다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거기서 덥석 "네 고맙습니다"하는것도 도리가 아닌듯 하여 결국 우리는 500만원을 더 붙여서 전세계약서를 새로 쓰고 다시 살게 되었다.
50, 60평짜리 집에서 사는 분들은 지금 우리의 이런 기분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전세계약 하나로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 것도 사실 일반 아파트로 치면 겨우 28평짜리 수준밖에 안되는거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이정도면 구중궁궐이고 아방궁이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이처럼 꼭 내 집이 아니더라도 된다. 집값 오른다는 소식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덩달아 오르는 전셋값에 이사철마다 집주인 눈치를 봐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서민들의 삶에 큰 짐 하나 더는 게 된다. 집 없는 모든 세입자 서민들의 간절한 바램은 그게 전부이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어 아침 저녁으로 상당히 쌀쌀하다. 얼마 후면 추석이고 추석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단풍이 들면서 날씨가 추워질텐데 전세를 사는 모든 서민분들 올 겨울도 춥지 않고 따뜻하게 나셨으면 좋겠다.
우리 말 중에 집도 절도 없고... 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절은 항상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던데서 유래해서 음식을 주는 곳을 칭하며, 집은 말 그대로 몸 누이고 잠잘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뜻한다.

그러나 정말 집도 절도 없다면 얼마나 서럽겠는가. 우리 모든 수원시민 셋방살이 하는 서민들들이 따뜻한 힘겹지 않게 보내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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