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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잘 견뎌내고 풍성한 수확 기대해 봅니다
2012-08-28 07:58:43최종 업데이트 : 2012-08-28 07:58:43 작성자 : 시민기자   임정화
지금 엄청난 태풍이 오고 있어 바람이 무척 거세다. 아이들도 휴교까지 하고 다들 걱정들 하는데 그래도 최근에 1주일 내내 비가 오더니 엊그제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어제까지는 뜨거운 햇살이 이 땅을 비추었다. 이 태풍이 지나면 또 대지를 비추는 가를 햇살이 우리 농촌 들녘에 내리 쬐어 줄 것이다.

농촌 들녘의 곡식들이 빗물을 흠뻑 머금은 이래 낱알을 키우면서 마음껏 영글게 할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고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햇살은 지구로부터 조금씩 가까워 오며, 지상에 따가운 햇볕을 내리 쬔다.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소낙비가 유독 많았다. 한달 내내 오지 않던 비가 늦여름에 3주 내내 줄기차게 국지적으로, 그것도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기상청도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기상청의 날씨 오보를 가지고 말도 많다. 그러나 기상청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아니 우리 인간이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구의 기후가 변해버린 것이다.

가을이 오기 전 뜨거운 여름날 소낙비는 모든 곡식에게 거름이고 약이다. 특히 8월 중순을 넘어서서 소낙비가 쏟아지다가 날씨가 확 들어버리면 햇살은 정말 뜨겁게 대지를 내리쬔다. 어른들이 그런 날씨를 보며 "하따, 벼가 한 뼘씩은 커 불것다." 하시며 좋아 하신다. 
아닌 게 아니라 소낙비가 뚝 그치고 난 후 벼를 보면 벼가 쑥쑥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1년 중 가장 늦게 씨를 뿌리는 배추와 무씨를 뿌리고 쪽파를 심을 때다. 대게의 곡식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을 하는데, 그 중에 무와 배추와 쪽파는 한 여름에 씨를 뿌려 가을 늦게 거둔다.

 
태풍 잘 견뎌내고 풍성한 수확 기대해 봅니다_1
태풍 잘 견뎌내고 풍성한 수확 기대해 봅니다_1

어렸을 때 어머니와 배추 씨를 땅에 묻으며 물었다. "엄마, 왜 이렇게 한구덩이에 여러 개의 씨를 묻어?"라고.
그러면 엄마는 "한 개는 날아가는 새들이 먹고, 한 개는 땅에 있는 벌레가 먹고 땅위로 솟은 싹은 사람들이 먹는다."고 하셨다. 
농민들 마음속에는 항상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어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농부들만큼 자연과 생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드물다. 
내가 어렸을적에 아버지는 동네 앞 정자나무에 잎이 피는 것을 보고,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듣고 그해의 흉년과 풍년을 점치셨다. 
달의 모양, 바람 부는 방향과 몸에 느껴지는 바람결로 비가 오는 것을 아셨고, 그럴때마다 나를 불러 말리기 위해 마당에 펼쳐 놓은 고추며 옥수수를 서둘러 걷어 치우셨다.

엄마도 역시 짐승과 곤충들의 움직임을 보고도 날씨를 점쳤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것을 오랜 전통으로 전해 주었고, 그렇게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이 가르쳐 준 교육내용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물려받았다.
지금 지상의 모든 나무와 풀과 짐승들이 부지런히 가을을 준비한다. 위대하고 성스러운 자연의 약속을 농부들은 믿고 살았다. 그것이 농사였다. 농부들은 땅에 곡식을 심어 곡식을 키우고 곡식이 익으면 거두어 자기도 먹고 세상으로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토란은 대공을 껍질 벗겨 쭉쭉 쪼개 널면 일없이 잘도 마를 가을볕 며칠 좋을 날을 골라, 늘씬하고 씩씩한 대를 인정사정도 없이 와싹 베어내고 무시무시하게 큰 호미로 알토란 같은(?) 뿌리를 엉덩방아 숱하게 감내하면서 열렬히 캐낼 것이다.
밤 고구마는 벌써 주먹만한 크기로 살쪄, 드렁칡 같은 웃 순을 낫으로 척척 걷어 내고는 진분홍 몸피 드러난 고녀석을 행여 찍힐세라 조심조심 설레어 가며 캐내 장에 나온지 오래다. 

땅을 살리고 곡식을 살리고 자기를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농부들, 그들의 저 오랜 삶을 우리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마트에 가서 싱싱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사 들고 나오면서 늘 감사해 한다.

오래전 고향에서 동네 어른들이 맑게 쏟아지는 가을 햇살 속에 자라는 벼와 곡식들을 보며 감탄하고, 기쁜 웃음을 짓던 그 마음 속에는 누렇게 펼쳐진 황금들판이 넘실대는 한폭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번 태풍도 잘 견뎌내어 올해도 우리 농촌의 가을날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풍요와 결실이 깃들기를 간절히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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