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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증보다 무서운 시(媤)월드?
어느 못난 며느리의 시어머님 자랑
2012-08-17 01:48:25최종 업데이트 : 2012-08-17 01:48:25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고소 공포증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시월드, 시댁월드…." 
요즘 잘나가는 인기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남주씨가 연기하는 차윤희의 시집살이에 대한 두려움의 외침이다. 

시집살이 하는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능력 있는 고아 남편과 결혼한 차윤희에게 넝쿨째 굴러온 시댁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윤희가 말한 시월드란,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 즉 '시댁'을 말하는 신조어다. 재치있는 인터넷 용어다. 

그래서 '넝쿨당'은 한국사회의 고부갈등에 대해 코믹하고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로 전국 며느리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의 고부갈등은 어떨까? 한해에 1만 쌍 정도가 부부갈등이 아닌 고부갈등으로 이혼하게 된다고 하니 심각한 수준이다. 이 중 배우자는 물론 시부모에게까지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은 시어머니 상 같다'라는 말이 있다. 보기 흉할 정도로 몹시 찌푸린 얼굴을 이르는 말인데 궂은 날씨를 표현할 때 많이 쓴다. 
시어머니에 한맺힌 속담은 유독 많다. 시어머니 심술은 하늘에서 타고난다, 시어머니 웃음은 두고봐야 한다, 새 사람 들어와서 3년 나기 어렵다, 오래 살면 시어미 죽는 날도 있다 등등...

옛날 며느리들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한스러웠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흉이나 욕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속담엔 시어머니 칭찬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런데 고부 갈등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정말 물과 기름같은 존재니 하는 것은 편견과 선입관 때문 아닐까. 이미 그런 생각 자체가 벌써부터 우리 며느리들과 시어머니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고정관념이 서로에 대한 경계와 불편감을 조장하고 부추기고 문제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안그런 시어머니와 며느리조차도 주변의 그런 선입관과 풍토 때문에. 

그러나 우리 시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나를 친딸처럼 여겨 주신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한달에 한두번 정도 불쑥 찾아 뵈지만 그때마다 10년에 한번 만나는 가족처럼 잘 대해주시니 내가 몸둘바를 모를 정도다.

고소공포증보다 무서운 시(媤)월드?_1
고소공포증보다 무서운 시(媤)월드?_1

토요일날 가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시어머니께 "밥 차려라"이 소리 한번 못들어 봤다. 그 대신 "밥 먹자" 이 말씀은 자주 하시는데.
며느리로써 참 빵점짜리지만 어머니는 "며늘애기가 직장 다니느라 피곤할테니 일 없는 내가 해 줘야지" 하시며 되려 나를 더 위해 주신다. 이런 분이 또 계실까.

어머니께서 미리 음식 다 해주시고, 시시때때로 "뭐 먹고 싶냐" 물으시고 장에 가서 직접 족발이니 과일이니 시골이니 사다가 해 주신다. 
그리고 우리 부부 어디 놀러 가면 재밌게 다녀 오라고 팍팍 밀어 주시고, "집은 걱정 말아라" 이 한마디면 끝이신 분이다. 다녀 와서 뭐가 좋고 뭐가 재밌더라 막 얘기 하면 재미나게 들어 주시기도 한다. 뒤끝 그런거 전혀 없으니시 이건 뭐 시월드가 뭔지 전혀 상상이 안가는 시댁 분위기다. 

며느리인 나에게뿐만 아니라 시아버님께 하시는 것도 보면 정말 눈물겨우실 정도로 헌신적이셨다.
시아버님이 병석에서 누워 지내셨을때, 눈하나 안찌푸리시고 늘 그림자처럼 옆에서 정결하게 뒷시중 해주셨다.
어느날은 아버지 변비로 고생하실 때 나무 젓가락으로 뒤를 파주시며 애쓰시는 어머니를 뵙고 "너무 감사해요 어머니. 어떻게 그렇게 잘하실수가 있으세요"물었을때 어머니는 담담하게 대답하셨다.
"아버님에게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뒷바라지를 한단다. 내가 어렵고 힘들어 나이를 늘려서까지 너의 아버님에게 재혼을 했을때 친척들은 모두 다 재산을 노리고 왔다고 수군거리고 내가 아파 수술 할때 그것 보라며 재산 말아먹을테니 내 보내라고 했을때 너의 아버님이 집안에 들어온 강아지가 아파도 돌봐 주어야 하겠거늘 사람을 어찌 아프다고 내 쫓는단 말이요, 단호히 말씀하시곤 내 아픈 시중을 다 들어주셨단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지금 갚고 있는것이지. 내가 잘 하는건 하나도 없단다"

자식들에게 겸손함까지 일러주시는 시어머니. 오래오래 만수무강 장수하시며 아들딸 며느리 효도 듬뿍 받으시며 여생 즐기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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