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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내집을 가져보나?
무주택 서민 여러분, 힘내세요
2012-08-17 13:16:41최종 업데이트 : 2012-08-17 13:16:4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순자
"죽어라, 죽어라 한다더니... 돈 없다니까 저런 광고만 눈에 들어오네."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일요일 아침, 남편이 한숨과 함께 보고있던 TV를 확 꺼버렸다.

몇년전부터 시어머님의 무릎이 너무 않좋아 고생하셨는데 더 이상 그대로 놔두면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아 사라져 잘못하면 노구에 앉은뱅이 신세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며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다.
인공 관절 수술 하는데 큰아들네인 우리가 수술비 350만원을 고스란히 썼다. 

남편 직장도 요즘 어렵다며 7개월째 보너스가 안나와 정말 살림하기 힘들었는데, 거기다가 얼마전에는 그동안 살던 전셋집에서 주인이 자기네 다른 가족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며 집을 비워달래서 결국 우리는 이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거야말로 진짜 '죽어라, 죽어라'한다는 말 그 자체인지라 남편의 신경이 요즘 무척 예민해져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어머님의 수술을 한것을 후회하거나 돈을 아까워 해서는 정말 안되는 일이고, 주변에서는 정말 잘 해드렸다며 어머님의 수술을 참으로 고맙게 반기셨다. 수술 경과도 좋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서 절뚝거리지조차 않으신채 걸을수 있을거리나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이고 좋은 일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우리의 전셋집을 옮기는건데.
전세 살아보신분들은 다 알겠지만 전세를 살던중 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고 하면 마치 쫓겨나는 그런 기분이다. 내집 없고 전세를 살아 보신 분들은 이런 느낌이 어떤건지 금세 아실 것이다. 

그렇게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새로 가는 집마저도 지금 전셋값 보다는 더 올려줘야 하기에 거기 들어갈 보증금이며 이사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전세를 얻으러 다니면서 또 돈이라는 상전이 길을 가로막아 서는 높다란 장벽에서 고개를 떨구가도 하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수소문을 거듭하고 이 부동산, 저 부동산 찾아 다니며 발품을 팔기를 한달째. 

대충 우리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한 뒤 계약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젠 계약을 위해 부족한 돈을 마련하는 일만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이럴 때는 잘 살지 못하는 친정 부모님이 길게 내뿜는 한숨 속에 녹아들기도 하고, 로또나 확 맞아 봤으면 하는 황당한 상상도 해 보지만 역시 부질없는 생각이란걸 금새 느낀다. 

"자기, 친구들 중에 돈좀 만지는 사람 없어요?"
"뭐... 사업 하는놈들은 다 어렵다고 하고... 직장 다니는 녀석들도 언제 짤릴지 모른다고 하소연만 하던데..."
뻔한 나의 질문에 역시나 뻔한 남편의 대답. 우리 부부는 어이없는 웃음만 나눴다. 

"무이자~ 무이자~"
한때는 이런 대출광고도 있었다. 당연히 거짓말 광고였지만, 정말 그런 대출이라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억측마저 든다. 얼마나 궁하면 이런 황당한 생각까지 할까, 내 결혼생활이 정말 이렇게 쪼그라 드는걸까 싶어 살짝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남편이 밖으로 나간 뒤 다시 TV를 켰다. 케이블 TV에서는 유난히 대출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그날따라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알 만한 연예인, 평소 이미지로 봐서는 절대로 서민을 속일 것 같지 않은 연예인들이, 돈이 필요한 지금의 나같은 사람을 살살 유혹하고 있다. 물론 내가 대출의 위험성을 모른다면 나 역시 진작에 전화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대출광고를 하는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믿고 대출을 받는 서민의 그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까?' 하는... 물론 대답은 '절대 모른다'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사 날짜는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결국, 그나마 가족중에 제일 말하기 편한 큰오빠한테 부탁해봐야겠다며 전화를 찾고 있었는데.

"띠리리링..."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남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 "예? 그래요?"에 이어 잠시간 뜸을 들이더니 이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고맙습니다"

집주인이라 했다. 자기네 동생이 들아와서 살려고 했는데 그 계획에 변화가 생겨 우리 집에 안들어 올 것이니 우리더러 그냥 살라는 얘기라고.
에그머니나, 올해 들어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이런것도 기쁜 소식에 들어간다. 
집 없는 시민기자 같은 우리 서민들, 이런 고충 다 겪으실텐데... 그래, 우리도 언젠가는 내집 마련을 하는 날이 오겠지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모두 내집 마련하는 그날까지 꿋꿋이 잘 버티시고 이겨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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