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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들의 대화, 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2012-08-17 14:39:16최종 업데이트 : 2012-08-17 14:39:1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남
"얘 얘 ... 글쎄 말이지. 너는 이런 기분 느껴 봤니? 정말이지... 에효. 암은 아닌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몸에 전류가 좍 흐르는 느낌 있지... 그토록 재미없어 했던 회사로도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쁘다니. 정말이지 사람이 이렇게 간사해질수도 있구나 그런걸 느꼈다니깐.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뭔지도 알았고."

올 여름 초. 동네 작은 병원에서 암이 의심스러우니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는 말에 거의 사색이 다 되었던 친구. 
득달같이 대학 병원에 찾아가 정밀 검사를 해 본 결과 "암이 아닙니다. 단순한 물혹이 좀 생겼네요"라는 의사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암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은 대한독립 만세 수준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친구의 고백을 들으면서 '살아 있는 지금이 가장 소중한 행복의 순간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 스스로 과연 나는 나와 내 남편, 아이들에게 진정 소중한 행복을 만들어 주고 있는 아내(엄마)일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동안 잘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며 살아왔던 내가 친구의 말을 듣고 그렇게 작심하여 되뇌여 보니 '세상에나...' 썩 좋은 점수가 나올것 같지 않았다.
그 며칠후, 출근길에 모 사회단체에서 마련한 "행복한 부모 교실"이라는 강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거기에 가 보면 뭔가 새로운걸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주부교실 강의에 참석했다. 2시간여에 걸친 여러 내용 중 부부간의 참다운 대화법, 친구 같은 엄마라는 강의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반성과 참회의 기회를 갖게 했다. 가슴을 콕콕 찌르는 부분도 있었기에 느끼는 바가 컸다. 

항상 집에서 아이들에게 엄하고 꾸짖고 가르치려고만 했던 엄마. 맞벌이 한다는 핑계로 그동안 남편에게도 지나치게 소홀했던건 아닌지 하는 반성을 갖게 한 소중한 강의였다.
그 후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던 찰나 "기왕이면 가족여행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비우고 가족간에 마음 터 놓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라는 모 신문의 기사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옳다구나! 이번 기회에 여태껏 아이들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아이들의 변화를 바라기 전 내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자.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의 진정성이 뭔지도 다시금 되짚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마침 방학을 맞아 우리 가족은 머리에 털 나고 난생 처음으로 캠핑카라는 것을 빌려 물 소리 바람 소리를 벗삼을수 있는 산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남편과 아들의 대화, 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_1
남편과 아들의 대화, 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_1

계곡 근처 나무 아래에 캠핑카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며 우선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큰 딸은 "엄마, 용돈 달라면 다 주시지 않고, 어디에 쓸거냐고 꼬치 꼬치 따져 묻고...엄마 생각에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주시는거 싫어요" 란다. 이어서 봇물 터진듯 둘째 아들녀석은 "컴퓨터 많이 하는거 나쁘지만 가끔은 엄마가 좀 속아주고 시간 좀 늘려 주시면 안돼요? 특히 주말에"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두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밖에 나와서 잠을 자는 기분도 좋았지만 그동안 켜켜히 쌓이고 묵었던 것들을 죄다 쏟아내며 마음 터 놓고 대화를 하니 정말 아이들도 물만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터 놓고 이야기를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정의 행복의 꽃이 활짝 피는 느낌이었다.

그날 밤 온 가족이 누워 자는데, 새벽  잠결에 들리는 소리에 살짝 귀가 띄였다. 남편과 아들의 대화였다,
학교생활 열심히 하냐, 여자 친구는 있냐, 얼굴은 이쁘냐, 급식은 잘 나오냐, 용돈 떨어지면 아빠한테 이야기 해라...어쩌고 저쩌고... 부자는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마지막으로 남편이 아들더러 하는 말.
"엄마 말 잘 들어라. 너희들 말 안들어서 엄마 스트레스 받아서 뚱뗑이 되는거 봐라. 엄마가 왜 똥배가 나오는 줄 알어?"

헉...뚱뗑이? 똥배? 잠결에 눈이 확 떠졌다.
아이들 이야기좀 귀담아 들으러 갔던 그 여행 덕분에 마누라는 지금 아침 저녁으로 다이어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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