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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당첨 되려고 사세요? 당첨은 덤!
복권의 진짜 쓰임새는 기다리는 동안의 마음의 행복
2012-08-17 20:02:58최종 업데이트 : 2012-08-17 20:02:58 작성자 : 시민기자   송경희
"지금부터 제 OO회 로또복권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후 남편 표정은 그냥 무표정.... 이어서 남편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에이, 또 꽝이네"
남편의 이런 표정과 거기에 이은 이 한마디를 들은지도 5년은 넘은듯 하다. 운수라고는 도무지 찾아들지 않는 팔자인데도 남편은 꾸준히 매주 5000원을 주고 로또를 산다. 기계가 자동으로 골라준 숫자 6개가 5열로 찍혀 있는 종이 한 장이 일주일 동안 남편은 힘이 된다며. 

그렇게 '힘'이 돼준 그것이 1주일만에 '꽝'이 되어 실망을 안겨줄망정 힘은 1주일이고 꽝으로 인한 실망은 그날 뿐이니 5000원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잖느냐는게 남편의 지론이다.

누구나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복권 1등에 당첨돼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손에 쥐는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으니 남편은 그 상상만으로 족하다나. 물론 확률이 사막에서 진주 찾는 것만큼 낮지만 상상만으로도 지친 삶에 작은 활력소가 되는건 사실인듯 하다.

복권, 당첨 되려고 사세요? 당첨은 덤!_1
복권, 당첨 되려고 사세요? 당첨은 덤!_1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다. 내가 결혼할 나이가 되어 남자를 골라야 하겠는데 어떤 남자가 좋은지 몰라 회사 부장님더러 남편감을 어떤 사람을 골라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부장님은 마치 내 질문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 단 한마디로 잘라 말해주었다. "남자친구가 몇 명 있는데 고르기 힘들다는거지? 딱 하나야. 열정 있는 놈을 잡아"
열정 있는 놈? 열정... 열정이라... '그놈'을 잡으라는거지...

"모든 것은 열정에서 출발하는거야. 열정은 치열함이고 무엇이든 하려는 강한 에너지란 말이지. 열정이 있으면 사막에 떨어져도 물통을 짊어지고 나온다니까. 내말 들으면 평생 후회 안할거야"
내가 뭔가 고민에 빠져 있는 듯 하자 부장님이 덧붙여 해준 말이었다.
공부든 리더십이든 혹은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나, 정직함이나 성실성이나 타인을 위한 배려나 이해심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의 뿌리는 열정이라는게 당시 부장님의 지론이었고 그런 남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마누라 굶겨 죽이지 않을거라는 얘기였다. 

열정. 그 열정 덕분에 오늘날 이 남편과 함께 살게 되었다. 남편은 별거 아닌 복권을 사 들고 있으면서도, 그게 당첨될 확률이 정말 사막에서 바늘 줍기라는거 알면서도 꾸준히 복권을 산다. 그렇다고 거기에 목숨을 걸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건 절대 아니다. 딱 5000원 투자한다. 그러니 그것은 누가 뭐래도 만류해야 할 일이거나 잘못된게 아니다.
그리고 겨우 5000원 투자 해놓고선 1주일간 무척 행복해 한다. 스스로 그게 위안이 되고 기분좋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로또는 하늘이 내린 사람만이 당첨 된다는 사실. 역시 하늘이 내린 사람 축에 끼지 못하는 남편은 번번히 낙첨하고 만다. 
그렇다고 남편이 실망하거나 복권 구매 양을 절대 늘리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서 툴툴 털어 버린다. "에이, 또 꽝이네" 딱 한마디와 함께.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날 곧바로 새로 구입한다. 미리 사야만 1주일간 희망찬 기분을 내내 누릴수 있어서라 한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해준 한마디.
"자기, 성격 참 꾸준해!"
그런 남편의 성격이 참 좋다. 매사에, 아주 별거 아니라도 일단 마음 먹은 것에 대해 꾸준히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 물론 남편은 이 로또 복권 뿐만 아니라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는 경우에는 그 결과가 아무리 안좋아도 후회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면 대부분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고, 정말 운이 안좋아 결과가 안좋게 나오더라도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하늘의 뜻이지."
역시 남편이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 법이라 하지만, 신께서도 가끔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기저기 고루 배분을 하다 보면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조금 덜 주려는것 때문에 우리가 원치 않는 결과를 얻을수 있는 거니까.
이런 성격의 남편에게 "아 믿음직한 사람!" 이라며 살짝 감동받으며 살고 있다. 

요즘도 복권열풍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복권 종류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오래전 주택복권을 비롯해 지금은 대표적으로 로또, 스포츠토토, 연금복권 등등.. 
언젠가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할때 들어보니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복권 종류만 자그만치 50종 가까이 된다는 말을 했다. 가히 놀랄만한 일이다.

그때 국회의원은 이렇게 많은 복권이 국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루 우려가 있다며 지적했다. 
그래서 복권을 구입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드리자면, 어차피 행복해지려고 사는 복권이니만큼 우리 남편처럼 딱 한 장, 혹은 극히 소량만 구입해서 마음의 행복만을 누려 보시는건 어떨런지. 그렇게 마음의 행복만 누리는 것 말고 뭘 더 바라랴. 정신 건강에 너무나 좋은것을.  
그런데 정말 신께서 여기저기 나누어 주시다가 언젠가 한 장 덜컥 내게 복권 당첨의 영광을 주신다면 그건 그야말로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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