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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도둑을 잡고보니...
어르신들 일자리 심각하다
2012-08-17 21:10:31최종 업데이트 : 2012-08-17 21:10:31 작성자 : 시민기자   임정화

얼마 전 아파트 문 손잡이에 매달아 둔 주머니에 있어야 할 우유가 무려 1주일동안이나 사라졌다며 인천에 사는 고모가 전화를 걸어 왔다. 
처음 이틀 정도는 일시적으로 우유가 빠졌으려니 했는데 사나흘 계속 안들어 오길래 고모는 우유 아줌마가 휴가를 간걸로 생각했단다. 

그러다가 1주일째 되던 날 혹시나 하여 연락을 해 보니 이게 웬걸. 누군가에 의해 손을 타고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우유 아줌마가 5일동안이나 그게 없어졌는데 왜 이제사 말씀해 주시냐며 안타까워 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듯 하다며 서로간에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했던 모양이다. 이게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닌듯 하다며.
고모 역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떤 도둑고양이(?)가 겁도 없이 1주일간이나 그걸 슬쩍 했는지 은근히 가슴도 뛰고 겁도 나더라 했다. 

우유 도둑을 잡고보니..._1
우유 도둑을 잡고보니..._1

결국 8일째 되던날 아파트 경비원과 우유 배달 아주머니가 합동 작전을 펴서 밤손님을 잡았다. 그런데 신원을 확인해 보니 근처 목욕탕 근처에 기거하는 노숙자였다는 것이다.
나이도, 아니 연세도 60세나 되시는 노숙자였고, 하도 배가 고파서 우유 배달하는 아주머니 뒤를 따라가 우유를 수거해 갔다는 것이다. 

고모는 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왜 표시나게 한집 것만 훔쳤어요?  여러집 것을 하루에 하나씩 빼면 들키지 않고 계속 드실수 있었을텐데"라며 물었다나.
그런데 그 노숙자도 이유는 있었다.
고모 집은 아파트 1층이고, 다른 집은 2층 이상인데, 무릎 관절이 안좋아 2층 이상 걸어다니기 힘들고, 그렇다고 엘리베이터를 타자니 주민들한테 들킬까봐 만만한 1층의 고모네 것만 훔쳐가게 되었다나. 더군다나 다른 동의 1층것도 있었지만 고모네는 길가 아파트 경계를 이루는 울타리 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서 거기에 숨어 있다가 후다닥 나와서 우유를 들고 잽싸게 몸을 숨기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고.

고모네 우유가 타켓이 될만한 여러 가지 지정학적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결국 고모는 그날 우유를 슬쩍 한 이 노숙인에게 빵과 통조림 같은 먹을 것을 사 드리고, 돈도 3만원 드렸다고 한다.
그의 허기를 조금이라도 달래주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더라 했다. 
비록 스스로 그분에게 밥 한술 나눠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먹을것 약간과 약간의 돈을 드렸다니 고모가 참 잘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인정 많은 성격이었으니.

사실 이런 결정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왜 남의 우유 건드리냐며 펄펄 뛰고, 경찰에 넘기지 않는것만으로도 고마운줄 알라며 내쫓았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말라며 아마도 현관에 소금을 뿌리지 않았을까.
요즘의 노인들은 정말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은퇴하였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없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노후를 맞이한 노인세대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노숙자가 되고 남의 집 현관의 우유에 손을 대고야 마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이 시대를 방랑하는 집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노인대학을 다니고 복지회관도 가며 새로운 노년을 즐기고, 부지런히 단체 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즐길 시기에 이런 것은 비극이 아닐수 없다.
제1 직장의 평균 은퇴연령이 53세라 하고, 평균 연령이 7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17년 이상을 생계비 벌충을 위해 일거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 노인들은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과 저축 등 3층 이상의 중층구조로 노후 방비벽을 쌓고 있다고 하는데 비해 우리는 그런 노력과 준비를 할 겨를 없이 노인세대를 맞이하고 말았다. 

만약 이런식으로 제도와 노력이 부족하고 노인들이 자꾸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예측할수 있는 상황은 딱 두가지다. 먹고 살 방법이 없고 우울해져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급증할 것이고, 그게 아니면 정말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고모네 우유를 슬쩍 한 노숙자처럼. 

우리 수원도 예외가 아니다. 노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일자리는 없으니 광교산이나 수원천 주변에는 하루하루 노인들의 숫자가 늘어만 가는것 같다. 
이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는게 가장 급한 일이다.  노인문제는 현 세대, 그리고 미래세대의 나무나 급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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