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아이구, 우리 천사님이 오셨네!
홀로 사는 할머니를 돌아보고
2012-08-18 02:17:55최종 업데이트 : 2012-08-18 02:17:5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여름 방학기간중에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한다며 여기저기 몇군데 다녔다. 많이 배우고 느꼈으면 좋겠건만 왠지 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물론 학교에서 하라고 하는거고, 의무 봉사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그건 꼭 채워야 하다 보니 아이들도 우선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어 보였다.
고민, 고민 끝에 남편더러 아이들에게 제대로 좀 가르쳐 볼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만 내보내서는 말짱 헛일이라며 부모들이 솔선수범해서 직접 데리고 가서 함께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다음에 시간 내서 우리 가족 다같이 가자며.

그러던 와중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는 방문간호사였다. 
정기적으로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을 찾아 뵈며 도움을 드리는 일인데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옳다구나' 싶었다. 당장 봉사활동을 직접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눈앞에서 보고, 또한 방문간호사들처럼 그분들께 찾아 다니며 도움을 드리는 현장을 보여주는것도 큰 교육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친구에게 부탁해 우리 아이 둘과 내가 함께 동행하기로 하고 모두 만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정해진 할머니 댁에 방문하니 어르신의 무표정한 얼굴에 그늘이 적잖이 드리워져 있었다. 친구는 이 할머니께서 기관지가 안좋으시고 고혈압으로 움직일 때마다 기침과 가뿐 숨을 쉬시며 당뇨 합병증까지 있어서 양쪽 다리 무릎은 관절염으로 거동이 어려워 엉덩이로 밀고 다니면서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어르신이라 알려 주었다. 

아이구, 우리 천사님이 오셨네!_1
아이구, 우리 천사님이 오셨네!_1

할머니는 원래 찾아오던 방문간호사만 있는게 아니라 생각잖은 동행인들이 보이니 은근히 반가움이 아닌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피하고 싶은 현실이었는지 첫만남부터 거부감을 보이셨다. 그 순간 미리 전화로 말씀이라도 드리고 왔어야 하는것 아니었나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뭐 때문에 왔어요?"
"예... 저, 할머니께 도움 드리는거 더 필요하신거 없나 싶어서요..."
"우린 공짜로 약 먹을 수 있는 것 만으로 됐어요"

할머니의 거부감이 이해가 되어 무척 송구했다. 아이들을 밖에서 기다리라고 할까 하다가 몇 번의 대화 끝에 서로간에 말문이 트이면서 어르신의 방 한켠에 같이 앉게 했다.
할머니는 관절염 때문에 인공 관절 수술을 해야 통증도 해결되고 걸을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은 후에는 수술비가 없어 약국을 이용해서 진통제만 복용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한숨을 쉬셨다. 

그러자 친구는 곧 무료 수술의 기회가 있을거라며 할머니께 그때까지만 참으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이런분들을 위해 무료시술 기금을 모으고 도와드리는 단체들의 노력으로 요즘은 많은 분들이 무료시술 혜택을 본다며.
그 소식을 전하니 할머니는 목이 메이신 듯 "고마워, 고마워"를 몇 번이나 반복하셨다. 옆에 앉아있던 우리 아이들도 그런 할머니를 보더니 뭔가 느끼는게 있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울여 들었다.

그렇게 할머니 댁에서 1시간 정도 앉아서 상태를 점검해 드리고, 약도 드리며 이것저것 챙겨서 확인한 뒤 이번에는 다른 할머니댁에 들렀다.
그 댁 어르신께 찾아가 문을 두드리니,
"어이구, 우리 천사님이 오셨네."
"네?"
"우리 간호사님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수술을 해"
"우리 선상님이 천사야"

이미 무료 수술을 받으신 할머니는 방문간호사인 친구더러 천사라고 하셨다. 친구는 할머니께 다음에는 물리치료사와 함께 방문하여 관절운동, 근력강화 운동을 통해 인공관절을 내 몸처럼 만들어 걸을 수 있도록 한 다음 밖에도 마음대로 나가보실수 있도록 해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재활치료 목표를 정하자고 말씀드리는데 할머니는 나의 손을 꼭 잡았다. 나도 할머니의 손을 싸드듬어 드리며 건강 잘 챙기시라고 인사를 건네드렸다. 
아이들도 "할머니 건강하세요"라며 허리숙여 인사를 드렸다. 

어르신들이 방문간호사는 사회복지사든 이런 분들의 방문으로 모든 불편함이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 할머니가 방문간호사더러 천사라고 했듯이 분명히 이분들께 도움이 되고, 삶에 버팀목이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우리사회 모든 제도와 지원이 사회의 어려운 분들이 사시는 구석구석까지 뿌리를 내려 모든 취약가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리고  함께 따라다닌 아이들도 뭘 조금이나마 보고 느낀게 있겠지.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