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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 키워주는 주말농장
2012-08-18 02:39:25최종 업데이트 : 2012-08-18 02:39:25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요즘 우리 아이들은 주말농장에 가는 재미에 빠져있다. 수원에서 발안쪽으로 가다 보면 해병대 사령부 오른쪽에  팔면 기천리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조금의 농사를 짓는 친구네 땅에 우리가 곁다리로 끼어서 심은 약간의 농작물을 수확할 기대 때문이다. 

아내가 처음에 신문에서 우연히 주말 농장을 분양한다는 것을 알고 날더러 주말농장 하나 일구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과연 내가 그걸 제대로 할수 있을까, 괜히 시간만 뺏기는건 아닐까, 수확도 못한채 처치곤란이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불신도 컸다. 
거기다가 망설임이 가장 컸던 이유는 내가 워낙 게으른 성격에다가 농사라고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분양만 받고 일을 거의 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아내는 처음이라 부담스러우면 당장 분양받지 말고 친구네 땅을 조금 빌려 거기에 함께 참여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웃에 사는 누구누구도 했다고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우리 땅이라는 팻말을 박고 왔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약간 시큰둥이었는데 한번은 아내가 거름을 같이 주자고 내게 말했다. 
닭똥을 밭에 뿌리면 땅이 좋아진다고 하면서 시간을 내어 아는 집에 가지러 가자고 했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순간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한 번만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그 밭 때문에 수없이 말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될 것같았다.

그러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단 참고 아내를 따랐다. 주말농장에 찾아가 우리는 거름을 뿌리고 농사 지을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물도 주었다. 거기에 감자 조금, 고구마 조금, 고기 싸먹을때 필요한 깻잎 때문에 들깨도 조금, 고추 상추도 조금 심었다... 정말 손바닥만한 땅에 욕심도 많이 부렸다. 그렇게 우리는 땅 10평의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가족사랑 키워주는 주말농장_1
가족사랑 키워주는 주말농장_1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주말농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직장 일에 파묻혀 있다가 주말에 맑은 공기 쐬며 근교로 나가는게 일단 좋았고, 방구석에서 컴퓨터와 씨름만 하던 아이들이 자연과 흙의 중요성을 알면서 탐구생활을 하는것도 좋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족간에 모르고 지냈던 마음의 평화가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누워 쉬면서 깨끗하게 정리된 내 밭에서 직접 우리 가족의 노력으로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꿈을 꾸니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고추나 상추나 감자 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땀을 땅에 흘려야만, 사랑과 관심을 계속 주어야만 얻어지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면 쉬려고만 하던 내가 정성을 쏟는 만큼 농작물은 내게 결실의 크기를 달리 해주는 것이다. 

언젠가는 아내가 친정에 간 사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에 갔던적이 있다. 그 전에도 날씨가 참 좋았는데 그날도 하늘이 맑고 높았다. 30분 정도 농장을 돌본 후 양손에 아이들 손을 잡고 주변을 산책했다. 논길을, 둑길을 걸으며 아이들과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선생님 얘기, 재미있게 읽은 책 얘기 등등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제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숨김없이 털어놨다. 아이들로부터 그동안 들을수 없던 많은걸 듣고 알았다. 심지어 엄마한테는 말할수 없었던 아들놈의 고민, 딸 아이의 고민과 생각까지도. 
밭 두렁길을 걷다 보니 한 중년 부부는 일을 잠시 쉬고 밭 귀퉁이에 앉아서 아이들과 함께 정답게 도시락을 먹고 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주말 농장에는 한 모녀가 밭에 뭔가를 심고 물을 떠와 주고 있다. 정성을 많이 기울인 것이 눈에 보인다. 그 모녀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을 생각했다. 우리도 항상 저렇게 정겹게 대화를 나누면서 일을 재미있게 하자는 다짐을.

바로 그것이었다. 주말 농장이 좋은 것은 바로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이었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고추나 상추 등을 수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혹은 한달에 하루나 이틀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족들이 같이 가서 흙을 밟고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물을 주면서 정을 나누는 것이다. 
일을 한 다음에 가족들이 모여서 집에서 가져온 밥을 둥글게 앉아서 먹는다면 가족간의 사랑은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정은 그 시간을 통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주말 농장을 통해 나의 타성에 젖은 게으름과 소극적인 성격을 한번 바꾸어 보련다. 가족 간의 사랑과 단합을 위해서라도 아내와 같이 적극적으로 한번 해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록 남의 땅에 발만 살짝 걸친 것이지만 내년 봄에는 제법 큰 내 땅을 직접 빌려서 일궈 볼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흙의 소중함, 농사의 중요성 노동의 어려움과 보람을 가르쳐 주련다. 아들 딸이 이 일을 부모와 같이 하면서 땀의 소중함과 가족 간의 화합을 맛보리라는 생각을 하면 주말이 많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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