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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공항, 두 아이 아빠의 비행기표 분실사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네팔 사람들과 함께
2013-07-25 12:01:35최종 업데이트 : 2013-07-25 12:01:3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네팔인들이 공항에서 떠나고 돌아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가족과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매우 자연스런 모습이다. 적어도 공항에서 그렇다. 

언젠가 매우 큰 소리로 울어대는 청년의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나는 그때 오래된 문주란의 노래 '공항의 이별'을 떠올리고는 했다. 사람과 사람이 느끼는 애잔함, 이별의 아쉬움이 잘 표현된 노래란 생각이다. 모든 이별의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느낌이리라.

시민기자가 공항에서 만난 네팔이주노동자들은 이제 모든 이별의 안타까움을 잊은 듯 마치 한국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나를 반긴다. 아니 한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시민기자와 네팔 말로 나누는 한국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매우 많은 친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비행기에는 예정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탑승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비행기에 오른 네팔 청년들이 말레이시아로도 가고 한국으로도 온다. 각자의 꿈은 다르고 각자가 가는 곳도 다르지만, 모두가 희망의 길로 가고 있다. 
자신이 걷는 길을 되돌아보듯 모두가 비행기 창가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모국의 하늘과 땅을 보며 모두 안녕!

방콕공항, 두 아이 아빠의 비행기표 분실사건_1
비행기에 오른 네팔청년들이 고국의 산하를 내다보고 있다. 설레임도 아쉬움도 이제 모두 함께 두고 떠나는 것이다.

방콕공항, 두 아이 아빠의 비행기표 분실사건_2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청년들, 그들은 월 450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수심이 매우 깊은 청년들이 안타깝다.

문득 대한민국 청년들이 저런 꿈을 꿀 시간이 있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두 살 모자란 50세가 된 시민기자의 무거운 마음도 따지고 보면, 요즘 대한민국 청년들의 풍운에 꿈이 잠식된 슬픔도 함께 하는 것이리라. 제3세계 국가에서 대한민국을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처럼 기쁘고 들뜨게 찾아오는데 우리에 청년들은 너무나 고통스럽구나! 생각을 깊이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더 어렵다는 나라에 청년에게 희망으로 마음을 달래주는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눈앞에서 자신에게 가능한 일을 하는 것은 세상사람 모두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미덕이다. 
이제 낯설음이 주는 불편에는 아랑곳없이 가족의 꿈과 연인들, 이웃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각자의 길을 가는 청년들 그들이 부럽다. 복잡한 사색이 깊어지고 깊어져 안타까움이 넘쳐날 때 태국의 돈무앙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앉는다. 

태국에서는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각국으로 떠나는 비행기가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갈아타기 전에 출국 수속을 밟았으나, 몇 년 전부터는 갈아타는 곳에서 바로 출국 검색대를 통과하고 휴대품을 검색한다. 
그때 사고사 났다. 총35명 정도 되는 일행이 거의 모두 검색대를 통과해서 대합실로 들어왔는데 나중에 들어오는 몇 사람이 울상이다.    

방콕공항, 두 아이 아빠의 비행기표 분실사건_3
네팔 청년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좌석배정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반장이라는 청년이 좌석배정을 받아든 후 활짝 웃고 있다.

방콕공항, 두 아이 아빠의 비행기표 분실사건_4
아디까리 고팔 쁘라싸드가 잃어버린 표와 상관없이 무사히 좌석배정을 받고 나서 좌석배정표를 들어 활짝 웃고 있다.

알고 보니 나이 서른여섯, 두 아이의 아버지, 딸아이는 여섯 살, 아들은 두 살! 그의 이름은 아디까리 고팔 쁘라싸드, 고향은 아르가하칸치로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근처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방콕에서 환승을 위해 짐을 다시 엑스레이에 투시하고 몸수색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비행기표를 분실했다. 그는 사색이 되어 혼비백산 정신이 없다. 

나는 우선 기다리라고 했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이 충분하다. 단체 티켓이고 정기적으로 수송하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과 노동부 시험으로 송출되는 인력이라 괜찮다고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환승대기 시간은 여섯 시간 이상이다. 나중에도 불안해 어쩔 줄 몰라한다. 나는 확신에 찬 어조로 가만있으라 했더니 그제야 좀 안도를 한 것인지 도리 없어서인지 잠자코 자리에 앉는다. 나중에 자리배정 티켓을 받은 후, 표정이 밝아졌다. 

방콕공항에서 두 아이 아빠의 비행기표 분실사건은 이렇게 마루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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