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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라이’네 집은 늘 푸근하다
2013-07-26 10:29:25최종 업데이트 : 2013-07-26 10:29: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늦은 저녁이다. 정확히 밤 10시가 살짝 넘은 시각이다. 그 시간 난 '라이'네 집으로 간다. 저녁밥과 함께 마신 곡차가 채 위장을 비우지 않아 그리 배고프지도 않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갈릭 난과 함께 먹는 닭고기 커리가 갑자기 먹고 싶은 거다. 이럴 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달려간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단무지(단순· 무식· 지?) 성격덕분이다.

 

우리 이웃 '라이'네 집은 늘 푸근하다_1
우리 이웃 네팔인 '라이'씨가 활짝 웃는다. 며칠전 너무 덥다며 머리칼을 빡빡 밀어버렸단다. 그말을 하면서 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이웃 '라이(44세)'는 네팔사람이다. 그는 9년 전 수원역 근처에 '인터아시아'란 간판을 걸고 인도· 네팔 식료품을 팔았다. 안성이나 안산, 용인이나 평택 등 수원인근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간이 슈퍼였다. 실상 그곳은 조그만 식료품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찾은 이유는 단 하나다. 고향의 그리움을 나누는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쉼터였기 때문이었다. 

가게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저 아래지방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붐볐다. 라이는 그들의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무엇이 좋을까, 골몰했다.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음식점이다. 그는 과감히 슈퍼를 접고 어렵사리 수원역 북쪽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인도· 네팔 음식점을 차렸다. 
우리말로 반드시 지켜야 되는 약속이란 뜻 '카삼(KASAM)'이란 이름으로.

라이는 그가 '행님'이라고 부르는 한국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바로 e수원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효씨다. 
그는 오랜 기간 네팔에 거주하여 네팔어는 기본이요, 코이카(해외봉사단)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등 외국에 자주 드나들어 영어와 러시아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해 그곳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런 연유로 시작된 인연은 쭉 이어지면서 이주 노동자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2년 전에는 네팔이주노동자의 혼인식에도 초대받아 우리나라 화장품을 선물하며 오후 한때를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

우리 이웃 '라이'네 집은 늘 푸근하다_2
2년전 네팔이주노동자의 혼인식이 라이네 집에서 있었다. 오후 한때를 그들과 함께 즐겼다

외국인 신분의 라이가 유달리 마음에 드는 이유가 있다. 늘 웃으며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생각엔 어떡하든 빨리 돈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장사에 욕심을 낼 터인데 전혀 그런 기색이 안 보인다. 메뉴를 한 가지 시키던 두 가지를 주문하든 늘 허허 웃기만 한다. 

지인들과 엄청 먹고 얼마냐고 물으면 늘 머뭇머뭇 거리며 조그만 개미소리로 '오늘은 공짜'라고 하질않나, 간간이 '그냥 2만원만 내세요'라고 한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라이 집을 찾는 것은 아니다. 단연코 음식 맛 때문이다. 최고다. 아무리 배불리 먹고 찾아가도 다 맛있다. 

우리 이웃 '라이'네 집은 늘 푸근하다_3
카삼의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다. 사진에 보이는 네팔음식은 커리, 사모사, 탄두리 치킨 등이다.

식당 맨 끝자락엔 HD텔레비전 사이로 네팔과 대한민국 국기가 양립해 걸려 있다. 라이의 국가관이 돋보인다. 신의 나라답게 벽면 곳곳엔 우리네 민화처럼 길상(吉祥)그림 조각보가 빼곡하다. 저마다 나쁜 운은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그 바람대로 라이의 대한민국 생활이 순탄하기를, 외롭지 않기를 늘 기원한다.

주변엔 다문화가정이나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네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때도 됐다. 
말로만 '글로벌'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사촌처럼 다정한 눈빛으로 교감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라이의 푸근한 웃음이 있기에 우리의 발길이 오래 머물듯 그 미소를 이제는 우리가 먼저 건네자. 그것이 인정이다. 
인정 넘치는 라이네 집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집이기도 하다. '라이~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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