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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보물을 만나고 왔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에서 열리는 ' 알사바왕실 컬렉션'
2013-07-26 10:49:43최종 업데이트 : 2013-07-26 10:49:4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슬람의 보물, 알사바왕실 컬렉션'에 다녀왔다.
작년 가을 청자전시회를 보러 간 후 오랜만에 나선 박물관 나들이라 설레임 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특히 이슬람문화권으로 작년에 전시되었던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 에서 전시된 작품들의 화려함과 섬세함에 매혹 당했던터라, 이번에도 큰 기대를 가지고 전시회를 찾게 된 것이다.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늘 오르던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 보니 그 옆으로 못 보던 곳이 생겼다.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길래 나도 따라가봤더니 바로 박물관으로 가는 연결통로이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한참 공사중이어서 복잡하고 지저분 했었는데, 넓고 깨끗한 연결통로 양쪽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가는 길 답게 우리 문화재들이 불빛으로 그려져있어 박물관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어느 곳 이나 첫 인상이 중요한데, 그동안은 지하철에서 내려 박물관 가는 길이 너무 불편하고 초라하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야 국립박물관의 위상에 어울리는 연결통로가 생겨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 내 마음이 한결 뿌듯하다.
박물관을 들어서니 시원한 연못가의 정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은 그저 무심히 봤던 정자였는데 청자전시회를 통해 정자의 지붕이 청기와라는 사실을 알고 난후 가끔 생각이 났었던 때문이다. 

 

이슬람의 보물을 만나고 왔어요_1
청기와로 지붕을 덮은 박물관연못의 정자

가끔 이곳을 찾지만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립박물관이 세계 어느곳에 내놓아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규모도 대단하고 공간하나 하나를 시대 순 으로, 분야별로 알차게 채워 놓았다.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둘러봐야 할 정도로 많은 전시공간이 있지만 욕심만 앞설뿐 아직도 보지 못한 공간이 많이 있어 아쉬울뿐이다. 

내가 국립박물관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움에 있다.
대부분의 전시회는 여러 가지 규제가 따른다. 특히 사진 찍는걸 금지한곳이 대부분인데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을 보면 내 카메라에 담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이곳 박물관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수 있어 참 좋다. 

최대한 관람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볼수 있도록 자유로움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국립박물관의 특징인데 전시된 작품을 보다보면 작품보다 더 아름답고 뿌듯한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해설사와 함께 설명을 들으면서 다니다가, 힘들면 박물관 바닥에 둘러앉아 작품에 대한 토론과 설명을 듣는 장면을 쉽게 볼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유로움이 아이들에게, 박물관을 재미있고 신나는 장소로 기억하게 하는 것 같다.
방학이면 숙제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의무감으로 오는 곳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고 즐거워서 찾아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때면 내가 박물관장이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하면서 우리나라 박물관의 미래가 기대 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료인 상설전시실과 유료인 기획전시실이 있는데 이번 알사바왕실 컬렉션은 기획전시실에서 유료로 전시되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쿠웨이트가 문화교류 협정을 체결한지 30주년이 되는 해로서 이를 기념하기위해 쿠웨이트 왕실에서 수집한 아름답고 뛰어난 이슬람미술의 컬렉션이 바로 이번에 열리는 알사바왕실 컬렉션 이다. 

전시회장을 들어서니 가장 먼저 전시된 작품은 역시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 필사본이다.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쿠란은 경전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슬람에서 쿠란을 외우는 것은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교양의 하나로 쿠란을 필사하면서 경전을 외우는 것 뿐만 아니라 서체를 연습하기도해 이슬람세계의 통치자들은 서예에 조예가 깊었을뿐만 아니라 자부심도 대단했다고 한다. 

이슬람미술의 특징중 하나는 작품에 기하학무늬와 아라베스크무늬를 주로 사용하는 것인데 쿠란 필사본에도 이러한 무늬들이 들어가 있다. 쿠란은 경전이므로 일반적으로 그림은 그리지 않지만 앞, 뒤 표지나 각 장, 절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기하학과 아라베스크무늬를 넣어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장식을 한다. 

이슬람의 보물을 만나고 왔어요_2
아스트롤라베
 
전시된 작품들중 특이한 작품이 눈에 띄는데 '아스트롤라베'라고 하는 천문관측기구 이다.
사막지대인 이슬람국가에 꼭 필요한 휴대용 천문관측기구로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생명까지 잃게 될 위험이 컸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슬람세계는 천문학과 지리학이 아주 발달 했다고 한다.
현재의 위치와 시간 등을 측정하기 위해 휴대용 기구가 필요 했는데 태양이나 밤하늘 별들의 고도 및 위치를 확인 할수 있었다고 한다.
전시된 아스트롤라베는 서기 927~928년에 제작된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이슬람문화의 대표적 예술장르중 하나인 카펫이 전시되어 있는데 작은 크기의 카펫에서부터 9m 길이의 대형 카펫까지 다양한 크기와 문양의 카펫을 볼수 있다.
카펫은 바닥에 깔기도 했지만 벽에 그림처럼 걸어 놓고 감상하기도 했다는데 사막지역인 이슬람에서는 자연과 정원을 동경하여 정원을 묘사한 '정원 카펫'을 만들어 연중 가장 건조한 시기에 왕의 마음을 위로 하였다고 한다.

이슬람의 보물을 만나고 왔어요_3
훼손된 부분을 오려낸 카펫

직물생산이 매우 활발했던 이슬람에서는 많은 카펫이 만들어졌지만 비단, 양모, 염소털로 만든 실인 파시미나 등의 부패하기 쉬운 소재로 만들어져 현재는 많은 작품이 남아있지 않아 아쉬움을 전한다. 

꽃병처럼 생긴, 루비와 에메랄드로 장식된 아름다운 작품은 물담배 보관병으로 음주가 금지된 이슬람문화 에서는 술 대신 물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교제를 나누고, '우리는 하나'라는 결속의지를 다짐했다고 한다.
옥으로 만든 몸체에 에메랄드와 루비로 꽃무늬를 만들어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이것이 물담배통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이슬람의 화려한 문화를 엿볼수 있는 작픔이기도 하다. 

이슬람의 보물을 만나고 왔어요_4
물담배병
 
이 물담배통 외에도 다양한 보석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왕이 착용했던 수십개의 굵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비롯해 유리잔, 향주머니, 머리장식품등에 화려한 보석들이 박혀있어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장검과 단검을 비롯한 칼도 손잡이와 칼집등에 보석을 넣어 아름다움뿐 아니라 기품을 더하고 있다.

작품들을 둘러보다보면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중국의 문화를 동경하여 모방한 부분도 있고 13C 몽골이 이슬람지역을 지배하면서 이슬람미술에 동아시아의 모티브가 유입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많이 다가와 조금씩 친숙해져가는 이슬람의 문화들을 마음껏 감상할수 있는 이번 전시회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나볼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도슨트의 해설도 자주 있어서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서 이슬람의 문화뿐 아니라 그들의 역사까지도 만나볼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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