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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뛰어오는 승객들 좀 태워주세요
2012-08-16 10:36:15최종 업데이트 : 2012-08-16 10:36:15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앗! 지금 몇시? 여보! 일어나봐. 또 늦은것 같아"
잠결에 남편의 말소리가 가물거리는 것 같았다.  얼떨결에 눈을 뜨고 후다닥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아, 알람 맞춰놓는걸 까먹었다.
어둠이 깔렸어야 되는 창밖이 환하다. 이미 일어나고도 남았어야 하는 시간으로부터 30분이 더 지났다. 나는 화들짝 놀라 용수철처럼 일어났다.
"어머머! 어머머! 난 몰라!" 그날 지각. 

직장인들이 절대 해서는 안될 회사생활의 기본중 기본이요, 소리소문 없이 찍히는 1순위 행동중 하나가 바로 지각이다.
다른 실수야 일 하다가 벌어질수 있는 일인데 이 지각은 자칫 불성실에 무능에 무책임까지 덮어 씌워지는 아주 안좋은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다음날 부터는 알람을 두 개씩 맞춰 놓고 자는 습성이 생겼다. 딱 5분간격으로 두 개의 알람을 맞춰 놓으니 확실히 안심이 되었다. 잠결에 알람을 확 꺼버리고 또 자는 불상사를 막을수 있으니.

헌데, 직장생활 하는 주부들이 아 똑같이 겪는 일이지만 아이들 챙기고, 남편 챙기고 밥 준비하고 화장하고 어쩌고 하다 보면 정말 시간이 1분1초라도 아깝고 촉박하다.
매일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타러 집에서 20분 이상 걸어 나가면서 우리같은 뚜벅이족(걸어서 대중교통 이용하는 서민들)들은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딱 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는 모든 버스 승객들이 마음 속으로 스스로 거는 자기 최면이다.

기사님, 뛰어오는 승객들 좀 태워주세요_1
기사님, 뛰어오는 승객들 좀 태워주세요_1

그런데 실수로 시내버스 한 대 놓치면 그날은 운없게 지각의 저승사자가 나를 영접하게 된다. 딱 10분 늦은 9시 10분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상사의 눈빛을 쳐다볼수 없는 그 찰나의 공포감...
아, 그런데 우리 버스 기사님들 때문에 가끔은 이런 서운하고 야속한 일이 있으니... 물론 기사님들도 시간 대느라 바쁘시기는 하겠지만...

며칠전 일이다. 아침에 아이들 밥 해주고, 남편 와이셔츠에 넥타이 챙겨주고 난 뒤 부랴부랴 뛰쳐 나갔다.
정신없이 뛰어나가 버스 정류장에 막 다가서는 순간... 이미 도착해서 사람을 다 태운 버스가 막 출발 하려고 배기통에서 연기를 뿜으며 서서히 움직였다. 그게 눈앞에서 10미터도 안되는 거리였는지라 얼른 달려가면 버스를 잡을수 있을듯 해서 막 쫓아가며 버스를 잠깐만 세워달라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야속한 버스는 부~웅..... 눈앞에서 떠났다. 

아, 이렇게 떠나버려서 놓친 버스가 그동안 한두대가 아니다. 분명히 사이드미러로 버스를 세워달라고 손짓하며 쫓아가는 나를 보았을텐데.
그리고 그렇게 세워주시는 버스기사님들도 많이 보았는데, 왜 유독 나한테만 이런 '가혹한' 원리원칙을 적용하시는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그날도 졸지에 지각할뻔 했으나 더 이상 그럴수 없어 택시를 잡아 타고 가서 지각은 면했다.
물론 시내버스는 정류장에 딱 정해놓은 시간에 오가지 않는다. 그래서 늘 일정한 시간에 버스를 탈 수는 없다.  대략의 배차 시간 간격은 정해져 있지만 신호와 승객 수에 따라 다소 지연될 수도, 빠를 수도 있다. 반대로 승객들도 정류장에 도착해 무던히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때론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양쪽 모두 다 그런저런 사정이 있는건데 눈앞에서 사라지는 버스를 보며 수없이 속상하고 허탈했던 일들. 
버스 기사님들에게 부탁드려 보고 싶다.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할 때 가까운 거리에서 뛰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태워주시길. 바로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다음 차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속상하다. 아마도 우리 뚜벅이족들은 누구던지 몇번씩 다 겪어본 일일듯 하다. 

배차시간에 맞춰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고,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객을 태울 경우 단속 대상이 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몇 초의 배려에 차질을 빚을 만큼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운전기사님들의 작은 배려는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 뿐만 아니라 마음도 녹일 수 있다. 수원시민 남녀노소 뚜벅이족들은 오늘도 친절과 안전운행으로 우리를 목적지에 대려다 주시는 버스를 타며 행복한 마음으로 일터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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