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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바른 도시 수원을 꿈꾸며
2012-08-16 15:55:36최종 업데이트 : 2012-08-16 15:55:36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며칠 전,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잠시 발걸음 한 일이 있었다. 퇴근 무렵이어서 일을 마친 후 은행에 들러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뺀 후 시장의 마트에 들어가 여름용 와이셔츠 두벌을 사고 나닌 약간 어스름한 저녁때가 다 되었다.

마트를 빠져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뒷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골목 길을 약 5분쯤 걸었을까. 손에 책을 끼고 어깨에 가방을 멘 남자 대학생 세 명이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노인과 언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수퍼가 가까이 있어서 담배 한갑 살려고 들어가면서 그 노인분과 젊은 사람들의 언쟁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내용은 대강 이랬다. 

좁은 골목길 반대편에서 대학생 세 명이 담배를 입에 물고 걸어왔고, 또 다른 반대편에서는 노인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지금 다투고 있는 지점에서 서로 충돌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대학생들이 일렬로 걸어온게 아니라 좁은 골목길에 횡을 이루어 걸어오고 있으니 노인이 지나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피해가려고 이리 저리 허둥대다 한 명의 대학생과 어깨를 살짝 부딪히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 있었겠으나 (사실은 좁은 골목길에서 종대로 걷지 않고 횡렬로 걷는 보행 습관도 아주 바르지 못한 것임) 순간 그 대학생은 들릴락 말락 하는 소리로 "에이... 씨"라며 노인에게 짜증을 냈던 것이다. 
이 짜증을 듣는 순간 노인은 화가 불끈 솟으셨던 것이다. 더군다나 노인을 화가 나게 한 것은 노인 앞을 지나면서 손자뻘인 이 대학생중 두명이 담배를 꼬나 물고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노인이 아니라 내가 그 입장이라 해도 불끈 화가 날 일이었다. 

거기다가 노인께서는 이 대학생들이 한 말을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밖에는 왜 나왔냐?"는 핀잔의 어투로 들었고... 이런 상황을 전문 용어로 에스컬레이터 효과라 했던가.
결국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어른이 지나가는데 길도 비켜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담배까지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보고 "너희는 애비도 없냐?" 고 소리를 쳤고, 급기야 대학생들은 "할아버지가 뭔데 우리 아버지를 들먹이느냐?" 로 싸움이 비화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시민기자야 노인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솔직히 말해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과 언쟁을 벌이면 나이 든 사람만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즉 어린 사람이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대개 이런 싸움의 경우 적반하장인 젊은 사람에 비해 이성적으로 나이 든 사람이 손해인 것이다.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었지만 지나가면서 언성이 자꾸 높아지기에 노인께 정중하게 "그냥 가시죠. 화 참으시구요"라며 만류를 했다.
결국 마지 못해 노인께서는 발길을 돌리시며 한 숨을 쉬듯이 이런 말을 했다.
"하기야 내 손자도 내 앞에서 안하무인인데 저 젊은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지...."

예의바른 도시 수원을 꿈꾸며_1
예의바른 도시 수원을 꿈꾸며_1

근간에 길을 가다보면 이런 유형의 분위기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꼭 언쟁이 아니더라도 오늘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자기 갈 길만 가면 되지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이나 어려움은 개의치 않는다. 

특히 젊은이들의 사고 개념은 그런 면이 유난히 심하다.  그런 모습들이 때로는 개성이고, 매력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젊은이들만의 특유의 삶의 개성이라고 할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예의 부분에는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성세대들은 요즘 아이들이 '예의가 없다'고 핀잔을 주거나 책망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핀잔과 책망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의 문제이다. 

특히 내가 길거리에서 본 사람들은 그래도 공부를 좀 하고 배울만큼 배운 대학생들 아닌가. 나름대로 학적인 지식의 우월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잘하는 것과 예의는 또 다른 차원임을 증명해 보여 준 하나의 실례이다.

어느 시대든지 예의가 기본이다.  하지만 예의를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뒤바뀔 때 심각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예의를 상실해 버린 사람들이 과연 이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까? 이것은 어떤 세대 간의 차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타인의 삶에 도움과 격려와 위로를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존재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말한다. 반면에 타인의 삶에 피해를 주고, 타인의 이용하여 자신의 삶에 도구로 사용하는 이기적인 현상이 팽배하면 할수록 그 사회는 병든 사회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교양 있는 사람이 되자. 재능이나 학식의 사람보다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예의 갖춘 사람들이 넘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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