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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부정승차는 세금도둑?
2012-08-16 17:14:56최종 업데이트 : 2012-08-16 17:14:5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진순
시내버스 부정승차는 세금도둑?_1
시내버스 부정승차는 세금도둑?_1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목적지에서 내렸는데 바로 앞선 자리에 함께 내려서 걸어가던 고등학생 두명이 버스요금 통에 1천원짜리 지폐를 절반을 잘라 접어 넣었다며 킥킥  웃었다. 말 하는걸 들어 보니 한두번 장난 친게 아니라 자주 그러는 모양이었다.

버스 요금을 그렇게 냈다면 엄연한 부정승차요, 요금을 안내고 탄 것이다. 이것이 한사람의 액수로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여럿이 부지기수로 그런다면 버스회사들의 손해도 클 것이다. 
학생들을 불러 세워 뭐라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참았다. 내게 그런 사실을 직접 말한것도 아니고, 그냥 엿들은것 만으로 아이들을 꾸지람 한다는것도 약간 우스워 보여서였다. 그러나 그 학생들이 한 행동과 대화한 내용은 분명하기에 여러모로 언짢았다.

지금이야 승용차가 넘쳐 나고, 한번에 수천명씩 태우는 전철이 동네 곳곳에 다다르고 버스 노선도 집앞까지 연결이 되니 그 옛날의 교통지옥과는 천지차이다.
그러나 60, 70년대 어렵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정말 출퇴근 시간은 전쟁터였다.

그때  승차 정원이라는 개념은 아예 생각할 수 조차 없었고, 미어 터지는 버스에 몸을 얹기라도 하면 운이 좋았던 것이,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아예 만차 상태이기에 승객 한둘이 내리면 대기하던 사람들은 서로 타려고 발버둥을 쳤다.
터져나가는 버스 문에 매달린 승객을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안내원의 안간힘과 운전기사의 노련한 운전실력으로 꾸역꾸역 또다시 승객을 밀어넣고 버스는 출발하곤 했다.

그때 유행했던 우스갯 소리는 일부러 도로의 울퉁불퉁한 곳, 움푹 패인 곳을 다니는 운전기사님은 노련한 기사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 이유는 버스가 덜컹거리며 울퉁불퉁 한 곳을 지나다니다 보면 만원 승객들이 이리휘청 저리 휘청 하면서 그나마 빈 공간에 사람들이 들어차 한명이라도 더 태울수 있기 때문이었다.
버스가 덜컹 거릴때마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특히나 여고생들의 "끼야~악"하는 소리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혹은 놀이공원에서 청룡열차를 타는 그런 수준이었으니까.

전철도 별반 다르지 않아 한때 푸쉬맨이 등장해서 밀어 넣고 또 밀어 넣어 한명이라도 더 태워야만 했다.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이 겪어온 삶의 궤적이며 애환이라면 또 하나의 애환이었다.
그렇게 승객이 미어터졌으니 버스에서는 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양심에만 기대기는 어려운 일일까.
특히 앞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리는 시내버스가 운행되던 시절에는 탑승 때 요금을 받지 않으면 아예 요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에 안내양과 운전기사님도 밀려드는 승객을 태우랴 일일이 돈을 받으랴 그야말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정말 고의적으로 요금을 내지않고 버스를 타는 얌체승객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부정승차는 이후 버스 토큰이 등장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 
토큰 통으로 던져지는 소리만으로 요금을 내는지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토큰과 비슷한 금속조각을 토큰 통에 집어넣고 타는 승객이 있었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현금 대신 받던 회수권을 교묘하게 잘라 10회 이용권을 11회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모두 버스 부정승차에 얽힌 옛추억이라 할만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버스 옆구리를 하얀 장갑 낀 손으로 탕탕 두들기며 "오라이~"하던 안내양마저 사라지고 오로지 버스를 타는 승객들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야말로 전적으로 승객들의 양심에 맡기고, 요금통을 오른쪽 어깨 바로 옆에 둔 기사님들의 눈썰미에 모든걸 맡겨야 하는 시절이 되면서부터 다름 아닌 학생들의 장난스런 부정승차, 그러나 아예 작정한 사람들의 부정승차가 여전히 있다고 한다. 버스업계가 버스 부정승차 단속을 나섰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는걸 보면.
 
요즘은 그래도 갖다 대기만 하면 '띠딕'하면서 요금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카드식이 일반화 되어 있어서 들한듯 하지만, 카드가 없는 경우를 위해 여전히 동전과 천원짜리를 사용하다 보니 이런 부정승차가 있나보다.
뭐, 직장 다니면서 월급에서 원천적으로 떼는 알량한 세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써 이런 부정승차는 엄밀하게 말해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도 유사하다고 할수 있다. 그 이유는 대도시 버스요금은 준공영제로 운영을 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낸 세금의 일부가 버스회사 운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버스요금을 내지 않고 타는 것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단속과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니 이런것을 가지고 일일이 단속과 처벌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학생들이 이런 부정승차의 장난을 치지 않게끔 가정에서 잘 가르치고 일렀으면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시민정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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