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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버지와의 수원여행
활쏘기부터 영화관람까지..아버지 자주 모시지 못해 죄송해요
2012-08-16 17:16:36최종 업데이트 : 2012-08-16 17:16:3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연자

시골에 사시는 아버지께서 오셨다. 병원 진료를 위해 한달에 한번씩오시는데 이번에는 하루 일찍 오셨다. 형제들이 많아 아버지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색했다. 수원을 구경시켜드리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하지는 조차 떠오르지 않아 막막했다. 

아버지가 고궁이나 역사 박물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는 첫 번째로 연무대로 향했다 .화성열차를 타면서 화성을 둘러보고 화성에 내려 구경을 하는 계획이었다.
연무대 관광안내소에 도착하니 수원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해외 관광객들까지 사람들이  꽤 있었다. 화성열차표를 샀는데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기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눈길이 간곳이 국궁활기쏘 체험장이었다. 관광객들이 활을 쏘며 체험하는 것을 뒤에서 유심히 보시며 과녁에 활이 꽂히면 '허허'하고 웃으시고 활이 과녁을 벗어나면 '더 높이 쐈어야 하는데..'하며 관심을 보이시기에 얼른 활쏘기 체험 표를 샀다. 
10명정도가 일렬로 서서 동시에 활을 쏘고 마무리도 함께 하는 것이라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약 20분가량 활쏘기 체험이 진행되는데 다행히 화성열차 시간 전까지 끝낼 수 있었다.

시골 아버지와의 수원여행_1
진지하게 활쏘기에 임하시는 아버지
,
시골 아버지와의 수원여행_2
화살을 수거하는 활쏘기 체험의 마지막

앞에서 활을 잡는 방법, 화살을 활에 대어 쏘는 방법등 손가락 동작하나에서 부터 전신 자세까지 단계별로 설명을 해주었다. 어린 아이들도 헷갈려 하고 젊은 사람들도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 제멋대로 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림 없이 설명에 따라 정석대로 잘 하셨다. 처음 첫 발은 과녁을 넘어갔다. 두 번째부터는 요령을 터득하셨는지  진지한 자세로 비장한 표정으로 쏘셨다. 10발을 다 쏘고 화살을 수거해서 통에 꼽아놓는 것 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젊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체험에 임하시는 모습에 괜시리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아버지는 체험이 끝나고도 활 쏘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신 것 같았다. 열차를 기다리면서도  계속 다른 사람이 활을 쏘는것을 바라보셨다. 한 번 활을 잡아보셨기 때문인지 아까보다 중계를 더 많이 하신다. 잘 맞는가 싶을때는 화살을 이미 다썼을 때라며 아쉬워하셨다. 
다음에 오시면 다시 하기로하고 화성열차에 탔다.
햇빛이 무척이나 뜨겁고 덥지만 열차에 오르니 시원했다. 연무대에서 출발하여 화홍문을지나고, 장안문도 지나 정조대왕동상도 지나고 팔달산 화성행궁 가까이까지가 편도코스였다.

맨처음 만나는곳은 동암문이다. 깊숙하고 후미진곳에 만들어 적에게 들키지않게 군수물자를 성안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만든 군사시설로 유사시에는 문을닫고 주변에 쌓아둔 돌과 흙으로 암문을 메워 폐쇄하도록 하였다고한다. 

시골 아버지와의 수원여행_3
수원천이 흐르는 화홍문

다음으로는 북암문을 거쳐 화홍문을 지나간다. 화홍문은 군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적을 살필 수 있게 만든 망루의 일종으로 수원화성에서 가장 특이한 건물가운데 하나다.  또 북동포루를 지나게된다. 벽돌을 사용하여 3층 건물로서 지대위에 대포발사를 위하여 구멍을 뚫어서 쌓았고 안쪽으로 판자를 잇대어 2층으로구분하였다.

장안문을 향해갔다. 수원화성을 출입하는 4개의 관문이며 석축으로된 무지개문 2층에 문루가 세워져 잇고 벽돌로 쌓은 반원형으로 되어있다.
열차는 북포루를 지나고있다. 군사들을 숨겨두고 적군이 보지못하게 하는 시설물로 좌우에는 활을 쏘는 구멍이 만들어져있다. 다음은 서북공심돈을 지나가게된다. 성벽에 총구멍을 뚫어 적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화서문과 서일치를 지나니 정조대왕동상이 우리를 맞아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열차에서 내려 화성행궁 쪽으로 걸었다. 아버지께서는 무척더운날씨 인데도 이것 저것 구경하시느라 표정이 살아있으시다. 걸으면서 나는 다음 장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것같아 어디든 모시고 가기로하고 "영화보실래요?" 했더니 잠깐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니 아주 오랫동안 극장엘 가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동안 사는데 바빠 돌아보지 못한것이 너무많구나, 생각해보게된다. 어릴때는 뭘몰라서 못했고 나이가 들면서는 담에 해드리면 된다고 미루게 되었고, 잠깐의 시간과 조금의 비용으로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데 왜 못해드렸는지 후회가 된다. 

북수원 CGV에 들어가자 이런 영화관은 처음이며 옛날에 영사기 돌려 영화를 보던때가 있었다고 하신다. 
약간 긴장하신듯 하시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 팝콘도 사고 콜라도 사서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하시게 했다. 어색해 하시면서 좋아하신다.
시골 사시는 분, 연세 드신 분이라고  생각도 하지않았던 것이다. 내가 잘못 생각했었구나 후회가된다. 연세드셨으면 시골사람이면 감성까지 연세드셨고 '시골틱'한 것은아닌데...

시골 아버지와의 수원여행_4
아버지와 태어나 처음으로 본 영화

해보신 것보다 못해보신 게 많은 아버지 '정말죄송합니다.' 머리가 숙여진다. 앞으로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하실 수 있는 자리를 많들어 잠시라도 입가의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해야겠다. 오늘 아버지와의 짫은여행은 뜻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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