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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
아이와 물총 놀이를 하다가
2013-07-23 12:24:01최종 업데이트 : 2013-07-23 12:24:01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유치원 다니는 6살 둘째가 드디어 여름방학을 했다. 방학은 했건만 어쩌나, 길고 긴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 아침나절은 비가 오고 오후 들어서야 햇빛 구경을 할 수 있는 것이 요즘 날씨, 아이는 밖에서 뛰어 놀지 못해 온몸이 근질근질 한가보다. 

방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도 심심하다 놀고 싶다 해서 비가 오지만 용감하게 나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비에는 비다. 물총을 들고 나서는 아이, 뒷모습도 싱글벙글 이다. 
친구까지 함께하니 이 보다 좋을 까? 비옷을 입고 한 참 물총을 쏘더니, 모자 쓰는 것도 잊었다. 좍좍 쏘아대는 물줄기에 까르르 까르르 여섯 살 남자 아이들 웃음소리에 아파트가 다 들썩인다.

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_1
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_1

사실 둘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유치원도 같은 반이다. 친구는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누나가 있고, 우리 집 둘째는 1학년 형을 뒀다. 공통점이 이리 많은데도 두 녀석, 오늘처럼 기분 좋게 어울려 노는 걸 통 못 봤다. 
태어난 개월도 좀 차이가 나고 성향도 많이 다르다 보니 두 녀석, 놀이터에서도 하나는 그네를 타고 하나는 시소를 타고 서로 밀어주고 함께 타면 될 것을 꼭 엄마를 불러대며 함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데 길고 긴 장마 끝에 심심함이 둘을 완전한 절친 으로 맺어줬다.

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_2
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_2

비 오는 날에 놀이는 왠지 아이들 서로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어 준다. 우산을 두 개, 세 개 겹쳐선 우산 집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면,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한가득 모아 놓은 다람쥐 가족처럼 속닥속닥 따뜻한 기운이 돈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아이들의 놀이를 방해하려 해도 상관없다. 
아이들은 논다. 놀이를 통해 마음에 새겨진 이 묘한 동질감이 아이를 행복하게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비도 오는 데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는 엄마의 잔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70년 대 지어진 5층으로 된 시영 아파트에는 곳곳에 비를 피해 숨을 곳이 많았다. 연탄을 쌓아두던 반 지하 창고며, 아파트 난간 사이사이 공간마다 숨어들어, 숨바꼭질도 하고 인형 놀이도 하고 소꿉장난도 했다. 꿉꿉하고 축축한 날이었지만, 비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내 어릴 적 장마는 지나갔다.

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_3
장마철에도 바깥 놀이를 해요_3

우비를 입고 나선 두 아이들 물총 놀이 한 바탕 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 온다. 집이라면 부침개라도 부쳐 주겠지만 오늘은 간식도 바깥 음식이다. 살짝 비가 개니 다니기도 한 결 수월하다. 근처 토스트 집에 앉아 따끈한 토스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꿀맛이 따로 있을까? 실컷 놀고 깔깔 거린 후 먹는 간식의 맛을 아이들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바깥 놀이를 많이 하게 된 건 사실, 층간 소음 때문이었다. 형제를 키우다 보니 아랫집에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가자', 집에서 조마조마 하며 뛰지 마라 하지 마라 잔소리 백 번 하는 것 보다 나가는 것이 속 편하고 몸 편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바깥 놀이가 습관이 되다 보니 아이들이 따로 애쓰지 않아도 참 명랑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친구 사귈 줄 알고 좋아할 줄 안다.
누군가는 비 오는 날 까지 그렇게 기를 쓰며 밖에서 노느냐고 말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야 나는 알 것 같다. 아이들은 세 끼 밥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놀이밥도 거르면 안 된 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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