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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통 행궁동' 틈나면 찾는 이유는?
정겨운 거리풍경...맛집과 골목길 탐방도 즐거워
2013-07-23 12:36:42최종 업데이트 : 2013-07-23 12:36:4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올여름 날씨 정말 감당 못하겠다. 시어머니가 사시는 남부지방은 연일 폭염으로 난리고, 내가 사는 수원은 밤사이 폭우가 쏟아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한동안 햇빛 쨍쨍이다가 슬그머니 다시 비로 바뀌니 말이다. 오늘과 내일도 중부 지방은 많은 장맛비가 내린다고 한다. 

눅눅해진 마음 이렇게 치유해보면?

비로 눅눅해진 마음 어떤 방법으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엔 타인들의 삶터를 찾아 나선다. 
여행이란 명목으로 사람냄새 풀풀 풀기는 오래된 마을로. 그곳을 오며가며 만난 사람들과 탁주한잔 걸치고 마을의 이야기를 듣는 맛이란 시답잖은 드라마 한편 보는 것보다 훨씬 즐거우니 말이다.

'생태교통 행궁동' 틈나면 찾는 이유는?_1
화서문로에 심어진 소나무 가로수들이 멋지다

요즘은 도심 골목길 탐색에 빠졌다. 한동안 지동 골목길과 행궁동 벽화골목에 매료되어 줄기차게 찾아다녔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신풍로· 화서문로' 골목길로 유턴했다. 물론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오는 9월 한 달 동안 열리는 '생태교통수원 2013' 축제(이하 줄여서 '생수축제')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처음엔 황폐...볼수록 인간적인 마을

생태교통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인 신풍· 장안· 화서문로와 수원화성행궁은 삼각형 모양새다. 이 지역은 정조 시대에 축성된 화성(華城) 성안 지역으로 화성행궁과 더불어 '이아(貳衙)'가 있던 수원의 중심지였다.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뼈대 있는 지역으로서 '풍족한' 사람들이 '누리며' 살던 동네였던 셈이다.

'생태교통 행궁동' 틈나면 찾는 이유는?_3
정겨운 방앗간이나 새로 들어선 자전거 가게.... 길에서 만나는 풍경까지도 참 좋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은 색바랜 추억의 공간으로만 기억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떠나가고 건물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적어도 이번 '생수축제' 준비 전까지만 해도.
올해 초 생수축제 준비단계에 들어가면서 나의 발길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스럽다고 했던가! 이전에도 간간이 걸어본 길이었지만 마냥 낙후되어 황폐하다는 느낌만 받았던 골목이 볼수록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착한 맛 집 오밀조밀...작은 옷가게도 매력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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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걷다보면 발견되는 '맛집'과 착한 옷가게, 커피숍이 무척 반갑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굳이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정겨움에 들어가고 싶은 식당이 꼭 눈에 띈다. 간간이 정말, 갑작스럽게 시장기가 밀려오는 바람에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가게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요즘 화서문로 거리를 배회하다 몇몇 맛 집을 발견한 후, 자주 찾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이틀에 한번 꼴로 찾는 순댓국집과 묵은지 찜 집이다.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고, 거기에 주인장의 친절은 가히 별 다섯 개 특급 호텔급이라 오다가다 한잔하러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동네 식당이니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과 하나 되어 생수축제 입장을 들어보기도 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법을 곁눈질로 훔쳐보기도 한다.  

또 가끔 들르는 집은 소문이 많이 나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추어탕집과 감자탕 집인데 감자탕집은 곧 업종을 변경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곳에 착한 식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참기름을 파는 오래된 방앗간도 있고 은근 매력을 발산하는 오밀조밀 옷가게도 있다. 
옷가게는 운영자의 부인이 일본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조그만 가게지만 액세서리부터 앙증맞은 남녀의류가 즐비하고 2만원이면 몇 가지를 살 수 있는 집이다. 젊은 층의 입맛에 딱 맞는 정말 괜찮은 상점이다.

먹거리· 볼거리 끝내고 다시 골목길로

수공예품 3천 원짜리 가락지를 검지에 끼고 쇼핑백을 흔들며 나혜석 생가터가 있는 신풍로 골목길로 들어선다. 가는 길에 탁주냄새도 없앨 겸 뉴요커들만이 들를법한 삼거리의 커피 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이열치열 따뜻한 것으로 들이키다 보면 입안의 곡차냄새는 슬며시 사라지니.

그곳 쇼 윈도우를 통해 바라본 화서문로. 어느새 가로수로 소나무들이 심어졌고, 오래된 보도블록은 걷혀지고 턱이 없이 가지런한 판석들이 깔렸다. 도시산책이 가능한 보행자 중심거리로 조성된 것이다. 
전신주도 사라지고 새로운 간판이 올려지고, 외벽도 깔끔하게 탈바꿈하면서 거리경관이 확 밝아졌다. 머지않아 소나무 거리란 명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탈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며 다시 길을 나선다. 

나혜석 생가터다. 불꽃처럼 살다간 그녀의 모습이 담벼락 속 얼굴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아련한 마음을 인근 화령전에서 떨쳐낸다. 

'생태교통 행궁동' 틈나면 찾는 이유는?_4
새로 조성되고 있는 화령전 옆 도로와 행궁동레지던스 앞 소나무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신풍초등학교는 언제 보아도 정겹다. 화령전 느티나무 아래 앉아있는 아이들 사이로 비집고 앉는다. 생수경관조성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음을, 주변이 말해준다. 행궁동 레지던스를 지나면서 오늘의 골목길 산책을 마친다. 

레지던스 사거리에 야생화와 함께 늠름한 소나무가 심어졌다. 모두가 거리의 품격을 높이는 풍경이다. 여러모로 생수축제가 동네를 살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시(市)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수원 생태교통, 행궁동, 김해자 기자, 지동 벽화골목길, 화성행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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